언론 보도가 내뿜는 월드컵 열풍은 한결 더 뜨거워 지면과 화면에 넘쳐난다. 그 열기에 밀려 지방선거에는 냉기마저 흐른다. 여기에 대선운동이 과열되어 지방선거를 뒷전으로 밀어낸다.
양당이 지방선거를 대선 전초전으로 삼아 사전운동에 혈안이 됐다. 언론도 이에 놀아나 연일 노무현·이회창 후보의 시시콜콜한 언행을 담아내기에 분주하다. 그들이 전국을 돌면서 뱉어내는 가치없는 비속어 따위를 중계하 듯 하니 지방선거는 그 소용돌이에 휩싸여 실종된 느낌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가 착근도 못한 채 썩을 대로 썩어 악취마저 풍긴다. 지난 몇달 사이 광역단체장들이 뇌물수수 혐의로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1998년 6월 민선 2기 지방자치체가 출범한 이후 16개 광역단체장과 232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40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여기에다 9명에 대한 사법처리가 진행중이다. 1기에 비해서도 2배나 늘어난 셈이다. 지자체장들이 권력과 금력의 유희에 도취하여 정신이 몽롱한 모양이다.
지방자치단체를 은신처로 삼는 토호와 건달이 많다 보니 그곳이 비리와 부패의 온상으로 변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지난 3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을 개정하여 후보 검증을 위한 장치를 추가로 마련했다. 후보 등록시 신고사항에 재산규모, 재산·소득세 납부실적, 병역 이외에 최근 3년간 종합토지세 납부실적, 전과기록을 더한 것이다. ‘홍3 비리’ 못지않게 지자체마저 복마전을 닮아가니 언론의 후보 검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언론은 선관위의 이 자료마저 형식적으로 활용하는 데 그쳤다.
후보자의 12%가 전과기록이 있다, 9%가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는 따위와 같이 산술적인 계산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 누가 재산이 가장 많고 누가 가장 적으며 1백억원대 재산가로 알았더니 아들이 부자더라는 등 흥미 위주로 처리하기도 했다. 선관위의 신고사항은 후보 검증을 위한 기초 자료인 만큼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추적보도가 필요하다.
재벌기업 사장을 지냈더라도 봉급생활자가 어떻게 2백억원 가까운 재산을 모을 수 있는지, 평생 직업 없이 살다가 국회의원 한, 두번 했다고 수십억원대의 축재가 가능한지 알 수 없다. 같은 장관급 관료 출신인데 누구는 재산이 한푼도 없고, 누구는 재산이 수십억원대인데 그 이유도 궁금하다. 무납세자 중에 10억원 이상 재산가가 10명이라는데 그 비결도 알고 싶다. 재산 형성 과정의 투명성과 함께 은닉재산은 없는지 검증해야 한다.
전체 후보자의 병역면제 비율이 14%로 집계됐다. 그런데 30억원 이상 재산가는 21.7%, 광역단체장 후보는 25.5%로 그 비율이 평균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병역면제가 많은 재산, 높은 지위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많은 후보가 질병을 이유로 병역의무를 면제받았다고 한다. 그런 고질적인 허약체질을 가지고 어떻게 사회생활은 왕성하게 하는지 궁금하다. 과거에 부패했던 병무행정과 연관성은 없는지 모르겠다.
금고 이상의 형만 신고하는 전과 공개제는 그 취지와 달리 많은 허점을 지니고 있다. 양심범이나 정치범은 전과자로 취급하면서 사기·공갈·수뢰 등과 같은 파렴치범이 벌금형 이하를 선고받으면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다. 실제 수천만원을 먹어 벌금형을 받은 정치인은 전과 사실이 없는 것처럼 되어버리니 말이다. 제도의 모순을 뛰어넘는 추적보도가 아쉽다. 과열된 월드컵, 대선 보도가 정치무관심을 부추긴다.
실종된 지방선거 보도
언론 보도가 내뿜는 월드컵 열풍은 한결 더 뜨거워 지면과 화면에 넘쳐난다. 그 열기에 밀려 지방선거에는 냉기마저 흐른다. 여기에 대선운동이 과열되어 지방선거를 뒷전으로 밀어낸다.
양당이 지방선거를 대선 전초전으로 삼아 사전운동에 혈안이 됐다. 언론도 이에 놀아나 연일 노무현·이회창 후보의 시시콜콜한 언행을 담아내기에 분주하다. 그들이 전국을 돌면서 뱉어내는 가치없는 비속어 따위를 중계하 듯 하니 지방선거는 그 소용돌이에 휩싸여 실종된 느낌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가 착근도 못한 채 썩을 대로 썩어 악취마저 풍긴다. 지난 몇달 사이 광역단체장들이 뇌물수수 혐의로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1998년 6월 민선 2기 지방자치체가 출범한 이후 16개 광역단체장과 232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40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여기에다 9명에 대한 사법처리가 진행중이다. 1기에 비해서도 2배나 늘어난 셈이다. 지자체장들이 권력과 금력의 유희에 도취하여 정신이 몽롱한 모양이다.
지방자치단체를 은신처로 삼는 토호와 건달이 많다 보니 그곳이 비리와 부패의 온상으로 변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지난 3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을 개정하여 후보 검증을 위한 장치를 추가로 마련했다. 후보 등록시 신고사항에 재산규모, 재산·소득세 납부실적, 병역 이외에 최근 3년간 종합토지세 납부실적, 전과기록을 더한 것이다. ‘홍3 비리’ 못지않게 지자체마저 복마전을 닮아가니 언론의 후보 검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언론은 선관위의 이 자료마저 형식적으로 활용하는 데 그쳤다.
후보자의 12%가 전과기록이 있다, 9%가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는 따위와 같이 산술적인 계산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 누가 재산이 가장 많고 누가 가장 적으며 1백억원대 재산가로 알았더니 아들이 부자더라는 등 흥미 위주로 처리하기도 했다. 선관위의 신고사항은 후보 검증을 위한 기초 자료인 만큼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추적보도가 필요하다.
재벌기업 사장을 지냈더라도 봉급생활자가 어떻게 2백억원 가까운 재산을 모을 수 있는지, 평생 직업 없이 살다가 국회의원 한, 두번 했다고 수십억원대의 축재가 가능한지 알 수 없다. 같은 장관급 관료 출신인데 누구는 재산이 한푼도 없고, 누구는 재산이 수십억원대인데 그 이유도 궁금하다. 무납세자 중에 10억원 이상 재산가가 10명이라는데 그 비결도 알고 싶다. 재산 형성 과정의 투명성과 함께 은닉재산은 없는지 검증해야 한다.
전체 후보자의 병역면제 비율이 14%로 집계됐다. 그런데 30억원 이상 재산가는 21.7%, 광역단체장 후보는 25.5%로 그 비율이 평균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병역면제가 많은 재산, 높은 지위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많은 후보가 질병을 이유로 병역의무를 면제받았다고 한다. 그런 고질적인 허약체질을 가지고 어떻게 사회생활은 왕성하게 하는지 궁금하다. 과거에 부패했던 병무행정과 연관성은 없는지 모르겠다.
금고 이상의 형만 신고하는 전과 공개제는 그 취지와 달리 많은 허점을 지니고 있다. 양심범이나 정치범은 전과자로 취급하면서 사기·공갈·수뢰 등과 같은 파렴치범이 벌금형 이하를 선고받으면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다. 실제 수천만원을 먹어 벌금형을 받은 정치인은 전과 사실이 없는 것처럼 되어버리니 말이다. 제도의 모순을 뛰어넘는 추적보도가 아쉽다. 과열된 월드컵, 대선 보도가 정치무관심을 부추긴다.
김영호 (시사평론가)
출처 - 경향신문 2002.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