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1981년 취임식 연설에서 한 말이다. ‘국가주도 경제’에서 ‘시장 경제’로의 전환기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수사(修辭)이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명언이다.
특히 관치경제의 타성이 강하게 남아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레이건의 직관적 통찰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리 사회는 경제상황이 악화되거나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으레 정부에 그 해결책을 요구하며, 정부도 이를 당연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자체’라는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지 않는 한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없다.
한국기업들의 주가(株價)가 기업 내재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저평가돼 있다고 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보자. 정부는 그동안 한국기업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황제경영’으로 표현되는 기업경영의 후진성 탓이라며 기업 지배구조와 투명성 개선을 비롯한 각종 선진제도 도입을 그 해법으로 추진해 왔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글로벌 경쟁 시대를 맞아 기업경영도 글로벌 기준에 맞춰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을까. 최근 전경련이 국내 진출 외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주가 저평가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 정책의 효율성 및 일관성 부족’(38%)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지배구조 및 투명성 미흡’(26%)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정부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의 티끌만 지적’하는 관료사회의 독선이다. KT(옛 한국통신) 민영화 과정에서 드러난 정보통신부의 시대착오적 행태는 그 전형이다. KT 경쟁업체인 SKT가 기습적인 주식 청약이라는 ‘꼼수’를 부리며 KT지분 11.34%를 확보해 최대주주 지위를 차지한 것은 기업윤리 차원에서 크게 비난받을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 정책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펄펄 뛰고 있는 정통부의 태도는 언어도단이다. 정부가 눈짓만 하면 기업들은 알아서 기어야 한다는 것인가.
더욱이 정통부측은 SKT에 대해 KT지분 처분을 강요하면서 “통신요금과 접속료 규제를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초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KT 지분매각의 가시적 성과에만 매달려 경쟁정책 차원의 고려없이 민영화를 졸속 추진한 책임을 모면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부의 권위’를 내세우며 우격다짐으로 나갈 것이 아니라 공정거래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엄격하게 하고, 필요하다면 지분매각 명령을 내리는 것이 명분도 서고 사리(事理)에도 맞는 길이다.
얼마 전 정부가 신용카드 대책이라며 카드모집인들의 방문판매까지 금지시키기로 했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정부는 미성년자에 대한 카드 발급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가 ‘지나친 규제’라며 스스로 이를 철회한 일이 있다. 그런 정부가 이제 와서 카드회사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면서 카드회원 모집방식은 물론 수수료율까지 규제하는 오버액션을 취하는 것은 낯두꺼운 짓이다.
카드 발급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기업경영의 고유영역에 속하는 마케팅과 가격까지 획일적으로 규제하겠다는 발상은 황당하다. 정책 실패의 결과를 들어 반(反)시장적 규제강화를 정당화하는 관료집단의 ‘뒤집기’ 기술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책임회피를 위한 잔재주와 ‘꼼수’는 기껏해야 일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히딩크 배우기’ 붐이 일고 있지만 정부도 본질을 직시하고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히딩크 축구’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우리 경제의 문제는 정부다
“정부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정부 자체가 문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1981년 취임식 연설에서 한 말이다. ‘국가주도 경제’에서 ‘시장 경제’로의 전환기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수사(修辭)이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명언이다.
특히 관치경제의 타성이 강하게 남아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레이건의 직관적 통찰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리 사회는 경제상황이 악화되거나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으레 정부에 그 해결책을 요구하며, 정부도 이를 당연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자체’라는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지 않는 한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없다.
한국기업들의 주가(株價)가 기업 내재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저평가돼 있다고 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보자. 정부는 그동안 한국기업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황제경영’으로 표현되는 기업경영의 후진성 탓이라며 기업 지배구조와 투명성 개선을 비롯한 각종 선진제도 도입을 그 해법으로 추진해 왔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글로벌 경쟁 시대를 맞아 기업경영도 글로벌 기준에 맞춰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을까. 최근 전경련이 국내 진출 외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주가 저평가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 정책의 효율성 및 일관성 부족’(38%)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지배구조 및 투명성 미흡’(26%)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정부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의 티끌만 지적’하는 관료사회의 독선이다. KT(옛 한국통신) 민영화 과정에서 드러난 정보통신부의 시대착오적 행태는 그 전형이다. KT 경쟁업체인 SKT가 기습적인 주식 청약이라는 ‘꼼수’를 부리며 KT지분 11.34%를 확보해 최대주주 지위를 차지한 것은 기업윤리 차원에서 크게 비난받을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 정책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펄펄 뛰고 있는 정통부의 태도는 언어도단이다. 정부가 눈짓만 하면 기업들은 알아서 기어야 한다는 것인가.
더욱이 정통부측은 SKT에 대해 KT지분 처분을 강요하면서 “통신요금과 접속료 규제를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초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KT 지분매각의 가시적 성과에만 매달려 경쟁정책 차원의 고려없이 민영화를 졸속 추진한 책임을 모면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부의 권위’를 내세우며 우격다짐으로 나갈 것이 아니라 공정거래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엄격하게 하고, 필요하다면 지분매각 명령을 내리는 것이 명분도 서고 사리(事理)에도 맞는 길이다.
얼마 전 정부가 신용카드 대책이라며 카드모집인들의 방문판매까지 금지시키기로 했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정부는 미성년자에 대한 카드 발급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가 ‘지나친 규제’라며 스스로 이를 철회한 일이 있다. 그런 정부가 이제 와서 카드회사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면서 카드회원 모집방식은 물론 수수료율까지 규제하는 오버액션을 취하는 것은 낯두꺼운 짓이다.
카드 발급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기업경영의 고유영역에 속하는 마케팅과 가격까지 획일적으로 규제하겠다는 발상은 황당하다. 정책 실패의 결과를 들어 반(反)시장적 규제강화를 정당화하는 관료집단의 ‘뒤집기’ 기술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책임회피를 위한 잔재주와 ‘꼼수’는 기껏해야 일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히딩크 배우기’ 붐이 일고 있지만 정부도 본질을 직시하고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히딩크 축구’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金基天 ( 논설위원 )
출처 - 조선일보 2002. 6. 10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