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의 "일본도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발언은 그 자체로서 매우 심각한 사태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후쿠다의 이 발언이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인 '사견'에 불과한 것이고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것일 뿐, 일본의 핵 정책 변경을 시사한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에 에피소드로 치부할 수도 있다.
고이즈미(小泉純一郞) 총리는 "현 정부 하에서는 비핵 3원칙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하여 후쿠다 발언의 파문 진화에 나섰고 후쿠다 장관 스스로도 "비핵 3원칙을 견지하는 일본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해명하였다.
일본 내외의 객관정세로 볼 때 단기적으로 일본의 핵무장 시도는 비현실적이며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년 들어 심심치않게 불거져 나오는 일본 지도층의 핵무장 발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1999년 10월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 방위청 정무차관은 "일본이 외국에 당하지 않기 위해 국회에서 핵무장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즉각 차관직을 경질 당했다. 또 2002년 4월에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자유당 당수가 "마음만 먹으면 하루아침에 수천 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추측컨대 이 발언들 속에는 전후 평화체제의 굴레 속에서 일종의 사회적 금기로 여겨져 왔던 핵 논의에 불을 댕김으로써 일본 핵정책의 쟁점화, 공론화를 시도하려는 그들 나름의 의도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핵무장에 관한 언급 자체가 기피되고 거부되는 사회적 풍토가 이어져 왔다. 그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일본이 세계 유일의 피폭국이며 원폭의 최대 희생자라는 쓰라린 체험에서 비롯된다. 일본인들은 누구보다도 핵에 대해 민감하며 그런 의미에서 '핵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총리가 천명한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제조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이른바 비핵 3원칙과 그에 이은 1971년 일본 국회에서의 비핵 결의는 일본인들의 이러한 반핵 정서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일본의 보수적 지도층 사이에는 일본이 더 이상 전후체제의 유산과 평화국가의 굴레에 속박되지 말고, 이른바 정상적인 보통국가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생각이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즉, 이들은 냉전의 종결과 더불어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경제력에 걸맞는 정치적 위상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군사 역할이 불가피하며, 이를 위해서 일본국내에 존재하는 제도적-심리적 장애물을 하나씩 제거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 이래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 안보정책의 전환 과정은 이러한 배경 하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군사적 보통국가화 과정이 평화헌법을 비롯한 그들 나름의 법과 제도 틀 속에서 이루어지는 한, 그리고 일본 내에서의 건전하고 투명한 토의를 거쳐서 실현되는 한, 우리로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에 관한 일본 지도층의 언급은, 그것의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서 일정한 한계를 넘어선 위험하고도 심각한 발언임에 틀림없다. 일본의 핵무장은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근본부터 흔들어 놓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니리오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日 핵발언은'언론플레이'
일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의 "일본도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발언은 그 자체로서 매우 심각한 사태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후쿠다의 이 발언이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인 '사견'에 불과한 것이고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것일 뿐, 일본의 핵 정책 변경을 시사한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에 에피소드로 치부할 수도 있다.
고이즈미(小泉純一郞) 총리는 "현 정부 하에서는 비핵 3원칙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하여 후쿠다 발언의 파문 진화에 나섰고 후쿠다 장관 스스로도 "비핵 3원칙을 견지하는 일본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해명하였다.
일본 내외의 객관정세로 볼 때 단기적으로 일본의 핵무장 시도는 비현실적이며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년 들어 심심치않게 불거져 나오는 일본 지도층의 핵무장 발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1999년 10월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 방위청 정무차관은 "일본이 외국에 당하지 않기 위해 국회에서 핵무장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즉각 차관직을 경질 당했다. 또 2002년 4월에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자유당 당수가 "마음만 먹으면 하루아침에 수천 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추측컨대 이 발언들 속에는 전후 평화체제의 굴레 속에서 일종의 사회적 금기로 여겨져 왔던 핵 논의에 불을 댕김으로써 일본 핵정책의 쟁점화, 공론화를 시도하려는 그들 나름의 의도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핵무장에 관한 언급 자체가 기피되고 거부되는 사회적 풍토가 이어져 왔다. 그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일본이 세계 유일의 피폭국이며 원폭의 최대 희생자라는 쓰라린 체험에서 비롯된다. 일본인들은 누구보다도 핵에 대해 민감하며 그런 의미에서 '핵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총리가 천명한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제조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이른바 비핵 3원칙과 그에 이은 1971년 일본 국회에서의 비핵 결의는 일본인들의 이러한 반핵 정서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일본의 보수적 지도층 사이에는 일본이 더 이상 전후체제의 유산과 평화국가의 굴레에 속박되지 말고, 이른바 정상적인 보통국가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생각이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즉, 이들은 냉전의 종결과 더불어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경제력에 걸맞는 정치적 위상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군사 역할이 불가피하며, 이를 위해서 일본국내에 존재하는 제도적-심리적 장애물을 하나씩 제거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 이래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 안보정책의 전환 과정은 이러한 배경 하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군사적 보통국가화 과정이 평화헌법을 비롯한 그들 나름의 법과 제도 틀 속에서 이루어지는 한, 그리고 일본 내에서의 건전하고 투명한 토의를 거쳐서 실현되는 한, 우리로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에 관한 일본 지도층의 언급은, 그것의 실현 가능성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서 일정한 한계를 넘어선 위험하고도 심각한 발언임에 틀림없다. 일본의 핵무장은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근본부터 흔들어 놓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니리오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李元德 (국민대교수.국제정치학)
출처 - 세계일보 2002. 6. 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