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부당하게 박탈했을 때 어떤 형벌을 과하는 것 이 옳을까. 최근 들어 빈발하는 엽기적인 강력사건을 접하면서 다시 금 떠올리는 의문이다.

우리 형법은 범죄자에게 과할 수 있는 가장 무거운 형벌로서 사형을 규정하고 있다.

원래 원시적인 사회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보복형( 同害報復刑)이 원칙이었다.

그러므로 그 시대에 있어서는 사람을 죽 인 사람에 대해 그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은 형벌로서 당연시되었다 . 그런데 근대국가의 형벌제도가 인도주의를 지향하면서 점차 사형의 적용범위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사형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경향 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 지구상에는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있는 국가 가 여럿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 가을 여야 국회의원 150여 명이 사형폐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고 사형폐지를 주장하는 단체가 오래 전에 결성 되어 꾸준하게 사형폐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여 그 생명을 박탈할 권리가 과연 인간에게 있는가 하 는 것이며 인간의 실수로 인해 오판을 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사형제도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사형존치론자의 입장에서 는 법질서 유지와 사회보호를 위해서는 일반예방 효과가 큰 사형제도 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형벌은 한 시대의 사회적ㆍ문화적 가치관을 표상하는 산 물이다.

어떤 형벌제도를 채택하는가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엇을 공동선으로 추구하고 있는가 하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 그런 의미에서 사형제도의 존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시대의 다수 가치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론조사결과 현재 우리 국민의 법 감정은 사형제도가 불가피하게 존 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사법당국도 이러한 국민정서를 감안해 헌법 합치 판단을 하고 있다.

아무튼 최근의 사형제도에 대한 논의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되었음을 느낀다.

인간의 생명은 우주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무거운 것이기에 진지한 논의는 어느 시대에나 필요한 것이다.

김상희 (서울고검 차장ㆍ검사장)
출처 - 매일경제 2002. 5. 31 매경춘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