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5일근무와 파급효과

은행권 경영진과 금융노련이 7월부터 주5일 근무제 도입에 합의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주5일 근무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대세 가 되었다.

이번 합의는 다른 산업에도 이 제도 도입을 촉진함으로써 국민생활의 질을 높인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에 아직 이 제 도를 수용할 준비가 되지 않은 기업에는 심각한 충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고객 서비스 차원에서는 은행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데 큰 문 제가 없기 때문에 노사간 합의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과금과 어음수표 교환 및 결제문제는 관련 제도 개선과 인터넷 뱅킹 서비스 개선으로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은행 서비스는 기업활동과 국민생활의 중요한 하부구조이기 때문에 은행의 주5일 근무제 도입은 다른 산업의 이 제도 도입을 촉진하고, 나아가 국민생활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은행산업의 노사는 주5일 근무제 도입에 관련된 각종 문제를 합리적 으로 조정해 합의를 도출함으로써 노사협의의 모범적인 선례를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제는 은행산업의 노사 합의로 앞당겨진 주5일 근무제 충격 을 다른 산업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점에 있다.

단적인 증거로 노사정위원회가 지난 2년 간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합 의 도출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아직도 기업계가 주5일 근무제를 받아 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았음을 반영한 것이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 은 주5일 근무제 도입의 핵심 문제가 은행산업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 여건과 근로조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에 있다는 점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이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은 행산업의 선례가 다른 산업에도 빠르게 확산돼야 한다.

따라서 노사 정위원회는 새로운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특히 중소기 업들이 안고 있는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가중 문제에 대한 대책이 마 련돼야 할 것이다.

이제 주5일 근무제 도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속도의 문제가 됐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간 도입 여건의 차이는 그대로 방치돼 있다 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주5일 근무제를 둘러싼 산업간 차이가 국민 화합을 깨는 새로운 갈등 의 원천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노사정위원회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출처 - 매일경제 2002. 5. 24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