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의원들의 ‘세금꼼수’ 의혹이 드러나 큰 논란을 빚었다. 세비에서 입법활동비 등 비과세 항목을 대폭 인상하고, 정치후원금을 품앗이 하는 수법으로 전체 국회의원의 약 12%가 단 한 푼의 소득세도 안 낸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무노동 유임금’ 세비체계, 과도한 예산집행이 문제된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국회감시활동을 펼쳐온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는 지난 6월 13일 국회 예산집행의 기본적인 구조 확인을 위해 국회세출예산집행지침을 정보공개 요구했다. 국회는 20일 뒤 국회의원 및 위원회 경비 관련 부분은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고 통보해왔다. 꼭 필요한 핵심정보가 제외돼 [바른사회]는 즉각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당해 결국 행정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국회는 정보공개에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 지난 2월 [바른사회]가 청구한 국회 특별위원회 활동상황 정보는 공개한 바 있다. 국회 담당자는 “그 때는 특정 사안만 찍어서 청구해서 공개한 것”이라고 변명한다. 그럼 번거롭게 국회의원 한 사람씩 300건, 각 위원회-소위-특위별로 쪼개서 청구하면 가능할까? [바른사회]가 발표한 ‘국회 특위 예산낭비 보고서’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국회는 정보단속을 강화, 일체의 경비지출 정보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 재정지출의 효율성-형평성 높일 지침일 뿐
예산집행지침은 국가재정법[제44조(예산집행지침의 통보) 기획재정부장관은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예산집행에 관한 지침을 작성해 각 중앙관서의 장에게 통보해야 한다]에 근거하여 작성되는 것으로 예산집행에 대한 기본원칙과 기준을 제시해 재정지출의 효율성-형평성을 도모하고, 정부 각급 기관의 예산집행 자율성 범위를 명확히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기재부는 매년 예산집행지침을 마련해 관계부처 및 각 공공기관에 통보하며 각 기관은 이 지침에 따라 예산을 집행하게 된다. 기재부 지침을 기준으로 따로 지침을 마련하더라도 그 내용은 모두 공개된다.
게다가 집행지침은 집행 결과가 아니라 집행의 기준이 되는 지침에 불과하다. 이 정도의 정보를 자율적인 의정활동과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사유로 비공개 결정(비공개 사유 :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법률 제9조1항5호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 다른 국가기관과 행정부처가 모두 공개하고 있는 사항을 입법부라고 해서 그 활동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다. 국회가 정보공개 특히 씀씀이와 관련한 부분에 대해 얼마나 소극적인지 짐작케 한다. 특히 국회의원과 관련된 부분만 공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무슨 흑막이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만 키운다.
■ 국회는 ‘국민의 감시’마저 무시하는 성역?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3.0 비전 선포식’에서 정부의 운영방식을 국가 중심에서 국민 중심으로 바꾸는 전면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추진전략 제1호는 “공공정보 적극 공개로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다. 모든 공문서는 납세자인 국민의 공유재산이기에 모든 국민은 정당한 ‘알권리’를 가진다.
적극적인 정보공개와 투명하고 열린 행정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을 대한민국 국회는 입법부의 특권을 악용해 외면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행정부에 무차별적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의원들이기에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국회는 견제-감시하는 기관이기에 감시로부터 자유롭다는 태도는 당치않다. 국회를 감시할 권력은 오직 국민에게 있다. 이에 [바른사회]는 국회도 국민의 정당한 감시를 받아야하는 국가기관이므로,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공정한 심판을 요구한다.
■ 국회 정보공개심의위원회 회의록 공개해야
비공개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사하는 정보공개심의위원회(이하 심위)에 대한 신뢰도 낮다. 본 사안에서 [바른사회]가 제기한 이의신청에 대하여 국회사무처는 “심위(2013.7.17.) 등을 통하여 심도 있게 검토한 결과 … 공개될 경우 자율적인 의정활동과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지난 결정과 같이 해당 자료를 비공개함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으로 기각 결정을 통보해왔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비공개 사유와 심도 있는 검토 과정에 대해 알고자 해당 심위 회의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재차 청구했으나, 이 또한 비공개 결정을 통보받았다. 사유는 앞선 비공개 사유와 같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법률’ 제9조1항5호였다. 그러나 심위 위원들의 개인정보만 제외하면 공정한 회의 진행에 전혀 지장이 있을 이유가 없다. 회의록 비공개 결정은 오히려 심위를 제대로 열기는 한 것인지 의혹을 살 뿐이다.
국회사무처는 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하겠다는 사유로 이의신청 결정기간까지 연장할 정도로 비공개 결정의 주요한 결정 과정으로 심위를 들었고,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행정목적에 위반하는 처분이라는 점에서 심위의 회의록은 그 근거자료로서 당연히 공개돼야 할 것이다.
■ 정보공개 요구 경과
○ 2013. 6. 13. 최근 10년간(2003-2013) 국회세출예산집행지침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
○ 2013. 7. 3. 부분공개 결정
- 공개 : 사업별 지침 일부, 비목별 지침, 자체 이용·전용권 위임범위
- 비공개 : 공개 정보 제외 사항 (국회의원 및 위원회 경비 관련.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1항5호에 의함)
- 2008년 이전의 자료는 국회기록물 관리 규칙에 따른 보존기간(5년) 초과로 자료 없음
○ 2013. 7. 3. 이의신청 접수
○ 2013. 7. 12. 이의신청 결정기간 연장통지
- 연장사유: 비공개결정 자료에 대한 공개여부, 공개범위 등 심의를 위한 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
○ 2013. 7. 25. 이의신청 기각 결정 통지
- 심의회 개최 결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1항5호 및 ‘국회정보공개규정’별표2에서 규정하고 있는 비공개 대상정보에 해당함
○ 2013. 8. 6. 정보공개심의회 회의록 정보공개 청구
○ 2013. 8. 14. 비공개 결정 통지 받음
-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1항5호에 의함
○ 2013. 9. 25. 이의신청 기각 결정에 대하여 국회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 청구(사건번호 2013-3)
국회의원-위원회 경비집행지침 공개되면 의정활동에 지장?
국회세출예산집행지침 정보공개 요청을 거부
이의신청 기각, 정보공개심위 회의록 비공개
법위에 군림하는 ‘특권국회’ 바로잡으려 행정심판 청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