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맛 개운찮은 금리인상
재무부 장관 하면 어느 나라에서든 큰 권한을 갖고 경제운영을 주도해가는 자리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월권을 하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앙은행을 무시하다 반격을 받는 경우다.
*** 재경부에 본때 보인 韓銀
1950년 말 미국의 스나이더 재무장관은 기업인들과의 모임에서 앞으로도 저금리기조가 유지될 것이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의장과 위원들도 이에 동의했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그러나 동의한 적이 없는 연준 측에서 즉각 이의를 제기해옴으로써 재무부와 중앙은행간에 심각한 분쟁이 벌어졌다.
결국은 국회가 나서 화해(The Accord)가 이뤄졌지만 이를 계기로 연준은 독립성이 강화됐고 금리인상을 추진해갔다.
그로부터 50여년 후인 지난 5월5일 한국의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금리인상 여부는 1분기 성장실적이 나온 후 이를 감안해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틀 후 열리게 될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했던 것이다.
그러나 7일의 금통위에서는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해 버렸다.
시장 전문가들이나 은행들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어서 적지 않게 당황했고 항간에서는 '본때 금리'라는 말까지 돌았다.
한국은행의 고유권한인 금리결정에 대해 수시로 간섭해대는 재경부쪽에 본때를 보이기 위한 조치였다는 뜻이다.
금리문제를 두고 고위 정책당국자들간에 발언이 엇갈리게 되면 금융시장의 혼란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번 조치로 재경부와 한은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특히 아직은 속내를 보이지 않고 있는 재경부가 어떤 대응방안을 갖고 있는지가 미지수로 남아있어 시장의 불확실성을 크게 하고 있다.
이 문제 이외에도 이번 금리인상을 둘러싸고는 여러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뒷맛이 개운치 않은 편이다.
우선 금리인상 조치보다 3주 앞서 한은이 올해의 성장전망을 5.7%로 상향 수정한 적이 있는데 이 전망이 금통위의 금리인상을 전제로 한 것인지 아닌지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금리를 올려 성장률을 5.7%보다 낮추자는 것이 한은의 뜻인지 궁금하다는 독설가도 있다.
또한 금리인상으로 수요와 물가압력을 줄이겠다면 어떤 부문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는 소비가 왕성한 반면 기업투자가 부진한 상태다.
투자는 금리에 민감하지만 소비는 반응이 없는 편인데 그렇다면 금리인상을 통해 투자를 위축시키겠다는 의도인지 의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금통위의 금리인상 배경설명에는 저금리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를 걱정하는 대목이 있는데 0.25%포인트 정도의 인상으로 과연 가계대출 억제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콜금리를 조정하는 현행 방식의 금리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미국처럼 금융시장이 고루 발달되어 있는 곳에서는 중앙은행의 단기금리 변경이 장기금리 변동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실물경제로 파급효과를 미치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과연 그것이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 가계대출 억제될지 의문
콜금리 자체가 여타시장금리와는 상당한 괴리를 보이면서 경직성을 갖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것의 변경만으로는 기대한 효과를 얻기 힘드니 한은총재가 은행장들에게 "예금금리도 같이 올려달라"는 등의 부탁을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번의 금리인상 조치와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느낀 바를 요약한다면 먼저 금리정책은 어디까지나 한은이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한다는 전통이 확립돼 더 이상의 혼선이 없어야 하겠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금리정책의 배경이나 방향에 관해 좀 더 심도있는 연구와 명쾌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고 금리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조치가 뒤따라야 하겠다는 것이다.
노성태 (경제연구소장 겸 논설위원)출처 - 중앙일보 2002. 5. 16 시론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
뒷맛 개운찮은 금리인상
재무부 장관 하면 어느 나라에서든 큰 권한을 갖고 경제운영을 주도해가는 자리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월권을 하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앙은행을 무시하다 반격을 받는 경우다.
*** 재경부에 본때 보인 韓銀
1950년 말 미국의 스나이더 재무장관은 기업인들과의 모임에서 앞으로도 저금리기조가 유지될 것이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의장과 위원들도 이에 동의했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그러나 동의한 적이 없는 연준 측에서 즉각 이의를 제기해옴으로써 재무부와 중앙은행간에 심각한 분쟁이 벌어졌다.
결국은 국회가 나서 화해(The Accord)가 이뤄졌지만 이를 계기로 연준은 독립성이 강화됐고 금리인상을 추진해갔다.
그로부터 50여년 후인 지난 5월5일 한국의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금리인상 여부는 1분기 성장실적이 나온 후 이를 감안해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틀 후 열리게 될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했던 것이다.
그러나 7일의 금통위에서는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해 버렸다.
시장 전문가들이나 은행들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어서 적지 않게 당황했고 항간에서는 '본때 금리'라는 말까지 돌았다.
한국은행의 고유권한인 금리결정에 대해 수시로 간섭해대는 재경부쪽에 본때를 보이기 위한 조치였다는 뜻이다.
금리문제를 두고 고위 정책당국자들간에 발언이 엇갈리게 되면 금융시장의 혼란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번 조치로 재경부와 한은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특히 아직은 속내를 보이지 않고 있는 재경부가 어떤 대응방안을 갖고 있는지가 미지수로 남아있어 시장의 불확실성을 크게 하고 있다.
이 문제 이외에도 이번 금리인상을 둘러싸고는 여러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뒷맛이 개운치 않은 편이다.
우선 금리인상 조치보다 3주 앞서 한은이 올해의 성장전망을 5.7%로 상향 수정한 적이 있는데 이 전망이 금통위의 금리인상을 전제로 한 것인지 아닌지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금리를 올려 성장률을 5.7%보다 낮추자는 것이 한은의 뜻인지 궁금하다는 독설가도 있다.
또한 금리인상으로 수요와 물가압력을 줄이겠다면 어떤 부문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는 소비가 왕성한 반면 기업투자가 부진한 상태다.
투자는 금리에 민감하지만 소비는 반응이 없는 편인데 그렇다면 금리인상을 통해 투자를 위축시키겠다는 의도인지 의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금통위의 금리인상 배경설명에는 저금리로 인한 가계대출 증가를 걱정하는 대목이 있는데 0.25%포인트 정도의 인상으로 과연 가계대출 억제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콜금리를 조정하는 현행 방식의 금리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미국처럼 금융시장이 고루 발달되어 있는 곳에서는 중앙은행의 단기금리 변경이 장기금리 변동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실물경제로 파급효과를 미치게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과연 그것이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 가계대출 억제될지 의문
콜금리 자체가 여타시장금리와는 상당한 괴리를 보이면서 경직성을 갖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것의 변경만으로는 기대한 효과를 얻기 힘드니 한은총재가 은행장들에게 "예금금리도 같이 올려달라"는 등의 부탁을 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번의 금리인상 조치와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느낀 바를 요약한다면 먼저 금리정책은 어디까지나 한은이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한다는 전통이 확립돼 더 이상의 혼선이 없어야 하겠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금리정책의 배경이나 방향에 관해 좀 더 심도있는 연구와 명쾌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고 금리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조치가 뒤따라야 하겠다는 것이다.
노성태 (경제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출처 - 중앙일보 2002. 5. 16 시론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