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들어낸 제도 중에 최상의 정치제도가 민주주의라는 데에는 어떠한 이의도 없는 것 같다. 인간의 가치, 존엄성, 창의성, 선택의 자유, 자기계발의 자유가 존중되고 자기가 한 일에 대한 보상과 책임이 수반되는 제도가 역사발전의 명분과 귀결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러기에 어떠한 이념이나 체제, 각종 정치 집단이나 정당의 강령에서도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경우는 없다.
보수진영이나 진보진영, 집권세력이나 재야세력, 심지어 파시스트나 사회주의자조차 자신들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지키는 정통세력임을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예외없이 민주주의를 신봉한다고 주장하는 바로 그 사실이 오히려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나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의혹을 갖게 한다.
슘페터가 말한 ‘명백하다는 것만큼 믿을 수 없는 것은 없다’는 지적이 ‘민주주의’ ‘민주화’에 대한 작금의 혼란스러운 남용을 너무나 잘 설명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하나의 정치방식 내지 보편적 가치의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특정세력이 본질과 이념성향을 감춘 채 자신의 강령으로 독점하려는 행태가 횡행하고 있어 문제다.
민주주의란 명칭과 외관을 갖추었다고 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아니다. 앞으로 한 세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하고 역사의 지배적 조류인 세계적 경쟁시대 속에서 소외되거나 낙후되지 않고 정당한 역할과 책임을 다 하는 보다 앞선 수준과 형태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에 핵심적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민주주의는 어떤 것인가를 분별하고 선택해야할 시점이다.
그러면 현재의 한국이 처한 상황에 비추어 정당한 민주주의, 살려야할 민주주의를 어떻게 판별할 것인가? 이러한 판별을 위하여 세 가지 기준을 간단히 음미해 보기로 하자.
첫째로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민주주의이어야 한다. 개인의 창의성과 선택의 자유, 경쟁과 법에 의한 질서, 기업의 혁신과 경영활동이 존중되도록 하고, 정부와 권력의 통제와 간섭이 최소화되고 불필요한 규제의 철폐를 지향하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 사유재산을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민주주의는 어떤 명칭과 명분으로 분식하더라도 정통성있는 민주주의가 될 수 없다. 정부나 정치집단이 시장보다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시장보다 도덕적으로 행동하고, 시장보다 우월한 예측과 판단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고자체가 반민주적 사고였음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자생적 질서인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집단주의적, 대중영합적인 유사민주주의는 결국 그것을 움직이는 과두세력, 주도세력의 주관적 가치판단이나 이념, 불완전한 지식, 이해관계를 초월할 수 없는 것임으로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둘째로 포퓰리즘에서 자유로운 민주주의여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이념과 강령을 포괄하고 있어 민주주의란 말 자체보다도 어떤 이념, 방식의 민주주의인가를 냉정히 살펴보고 평가해야한다. 민주주의를 표방한다하여 그 정권, 그 통치자가 제대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민주주의가 우리세대와 다음세대의 능력을 초월하는 부담을 강제하고 대중의 이름을 빌려 포퓰리즘적 정책에 편향되거나 노조, 특정지역, 집단의 이기주의에 경도되어 국가, 사회를 통합적 조정, 협약이 불가능한 조합주의 형태로 흐르게 하거나 계급투쟁의 변형에 불과한 민중민주주의의 영향을 받아 특정계층의 이익을 위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세력을 인위적으로 소외시키려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를 형해 뿐인 사이비 민주주의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본질보다도 자신들의 집단이익이나 이데올로기를 중시하는 세력에 의하여 독점되고 왜곡된다면 이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셋째로 이념적 대결수단으로 민주주의를 악용해서 안된다. 민주주의가 특정한 정당이나 정치세력, 집단, 계층에 의해서 분식, 수정되어 자기합리화나 적대세력에 대한 대결논리의 미화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선택과 논쟁, 경쟁을 회피하려는 일부 수구화된 진보세력의 교조주의적 태도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민주대 반민주의 이분법적 구도로 이 사회를 재편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반 자본주의, 반 기업주의, 반 보수주의 세력을 통합하여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 온건합리주의 세력을 포위, 공격하고 기존의 경제 사회 질서나 체제의 획기적 변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행동이나 방법이 민주주의적이 아니라면 이 역시 진정한 민주주의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발전과 이념논쟁의 본질과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하여서는 특히 80년대 이후의 민주화 운동과 좌파적 성향의 관계에 대한 역사적 특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최근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평가와 보상 결정이 그 목적과 절차, 방법에 있어서 민주주의의 본질과 대의를 무시한 채 전개되고 있는 현상이나 수많은 진보적 이해관계 집단들이나 NGO, 종교, 시민단체 등의 활동이 본질을 이탈한 채 연대 투쟁의 형태를 견지하고 일부 정치투쟁, 계급투쟁이나 좌파적 강령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80년대 이후의 민주화 운동 내에 현실적으로 혼재되어 있던 극좌적 이념과 지도노선의 끈질긴 잔재에 영향받은 면이 없지 않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80년대의 민주화운동은 순수한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중도좌파, 정통좌파 및 극좌 이념진영과의 통일전선 형태로 이루어져 온 측면이 있다. 그 당시에는 극좌이념도 민주화를 위한 필요한 투쟁노선의 하나로 해석되었기 때문에 대중들과 청년, 학생들의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민주화운동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그의 노선을 지배하게 되었다. 1987년의 6월 항쟁과 특히 그 이후의 노동자 투쟁은 이러한 민주화 운동 내에서 키워진 좌파의 지도력과 조직력이 만들어낸 측면이 적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과 그 이후의 다양한 사회 운동, 시민운동은 자연히 이러한 전통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시장경제의 역할을 부정하고 기업의 정당한 활동을 적대시하고 기업가와 건전한 보수세력을 적대계층으로 보는 지배적 조류가 정착되었던 것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민주주의가 반시장적, 반기업적 경제관과 80년대식의 이념과 사고틀에서 탈피하여 정상적인 민주주의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실로 불행한 일이다. 또한 그것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가 선택해야할 정통성 있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어느 특정집단, 진영의 독점대상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민주대 반민주니 개혁대 반개혁이니 하는 식의 관념적 대결구도는 우리사회에서 정당한 국민적 선택의 대안구도로서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대결 구도가 민주주의나 개혁에 대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개념규정과 이념정립, 실용적인 정책수단의 선택을 전제로 해서 출발한 것이 아닌 한 그러한 민주주의는 한국적 현실이나 국민적 요구와는 무관한 허구에 불과한 것이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자유의지, 창의성, 권리와 책임이 가장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시장을 무시하고 국민이나 민중의 이름으로 특정의 계층이나 집단을 강박하고 역사의 대의나 필연성을 내세워 민주주의를 자처한다면 민주주의는 이미 본질적인 의미와 핵심을 상실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살려야 할 민주주의, 버려야 할 민주주의
인류가 만들어낸 제도 중에 최상의 정치제도가 민주주의라는 데에는 어떠한 이의도 없는 것 같다. 인간의 가치, 존엄성, 창의성, 선택의 자유, 자기계발의 자유가 존중되고 자기가 한 일에 대한 보상과 책임이 수반되는 제도가 역사발전의 명분과 귀결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러기에 어떠한 이념이나 체제, 각종 정치 집단이나 정당의 강령에서도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경우는 없다.
보수진영이나 진보진영, 집권세력이나 재야세력, 심지어 파시스트나 사회주의자조차 자신들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지키는 정통세력임을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나 예외없이 민주주의를 신봉한다고 주장하는 바로 그 사실이 오히려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나 실체가 무엇인가 하는 의혹을 갖게 한다.
슘페터가 말한 ‘명백하다는 것만큼 믿을 수 없는 것은 없다’는 지적이 ‘민주주의’ ‘민주화’에 대한 작금의 혼란스러운 남용을 너무나 잘 설명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하나의 정치방식 내지 보편적 가치의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특정세력이 본질과 이념성향을 감춘 채 자신의 강령으로 독점하려는 행태가 횡행하고 있어 문제다.
민주주의란 명칭과 외관을 갖추었다고 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아니다. 앞으로 한 세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하고 역사의 지배적 조류인 세계적 경쟁시대 속에서 소외되거나 낙후되지 않고 정당한 역할과 책임을 다 하는 보다 앞선 수준과 형태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에 핵심적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민주주의는 어떤 것인가를 분별하고 선택해야할 시점이다.
그러면 현재의 한국이 처한 상황에 비추어 정당한 민주주의, 살려야할 민주주의를 어떻게 판별할 것인가? 이러한 판별을 위하여 세 가지 기준을 간단히 음미해 보기로 하자.
첫째로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민주주의이어야 한다. 개인의 창의성과 선택의 자유, 경쟁과 법에 의한 질서, 기업의 혁신과 경영활동이 존중되도록 하고, 정부와 권력의 통제와 간섭이 최소화되고 불필요한 규제의 철폐를 지향하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 사유재산을 존중하는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민주주의는 어떤 명칭과 명분으로 분식하더라도 정통성있는 민주주의가 될 수 없다. 정부나 정치집단이 시장보다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시장보다 도덕적으로 행동하고, 시장보다 우월한 예측과 판단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고자체가 반민주적 사고였음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자생적 질서인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집단주의적, 대중영합적인 유사민주주의는 결국 그것을 움직이는 과두세력, 주도세력의 주관적 가치판단이나 이념, 불완전한 지식, 이해관계를 초월할 수 없는 것임으로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둘째로 포퓰리즘에서 자유로운 민주주의여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이념과 강령을 포괄하고 있어 민주주의란 말 자체보다도 어떤 이념, 방식의 민주주의인가를 냉정히 살펴보고 평가해야한다. 민주주의를 표방한다하여 그 정권, 그 통치자가 제대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민주주의가 우리세대와 다음세대의 능력을 초월하는 부담을 강제하고 대중의 이름을 빌려 포퓰리즘적 정책에 편향되거나 노조, 특정지역, 집단의 이기주의에 경도되어 국가, 사회를 통합적 조정, 협약이 불가능한 조합주의 형태로 흐르게 하거나 계급투쟁의 변형에 불과한 민중민주주의의 영향을 받아 특정계층의 이익을 위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세력을 인위적으로 소외시키려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를 형해 뿐인 사이비 민주주의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본질보다도 자신들의 집단이익이나 이데올로기를 중시하는 세력에 의하여 독점되고 왜곡된다면 이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셋째로 이념적 대결수단으로 민주주의를 악용해서 안된다. 민주주의가 특정한 정당이나 정치세력, 집단, 계층에 의해서 분식, 수정되어 자기합리화나 적대세력에 대한 대결논리의 미화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선택과 논쟁, 경쟁을 회피하려는 일부 수구화된 진보세력의 교조주의적 태도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민주대 반민주의 이분법적 구도로 이 사회를 재편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반 자본주의, 반 기업주의, 반 보수주의 세력을 통합하여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 온건합리주의 세력을 포위, 공격하고 기존의 경제 사회 질서나 체제의 획기적 변화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행동이나 방법이 민주주의적이 아니라면 이 역시 진정한 민주주의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발전과 이념논쟁의 본질과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하여서는 특히 80년대 이후의 민주화 운동과 좌파적 성향의 관계에 대한 역사적 특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최근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평가와 보상 결정이 그 목적과 절차, 방법에 있어서 민주주의의 본질과 대의를 무시한 채 전개되고 있는 현상이나 수많은 진보적 이해관계 집단들이나 NGO, 종교, 시민단체 등의 활동이 본질을 이탈한 채 연대 투쟁의 형태를 견지하고 일부 정치투쟁, 계급투쟁이나 좌파적 강령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80년대 이후의 민주화 운동 내에 현실적으로 혼재되어 있던 극좌적 이념과 지도노선의 끈질긴 잔재에 영향받은 면이 없지 않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80년대의 민주화운동은 순수한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중도좌파, 정통좌파 및 극좌 이념진영과의 통일전선 형태로 이루어져 온 측면이 있다. 그 당시에는 극좌이념도 민주화를 위한 필요한 투쟁노선의 하나로 해석되었기 때문에 대중들과 청년, 학생들의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민주화운동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그의 노선을 지배하게 되었다. 1987년의 6월 항쟁과 특히 그 이후의 노동자 투쟁은 이러한 민주화 운동 내에서 키워진 좌파의 지도력과 조직력이 만들어낸 측면이 적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민주화 운동과 그 이후의 다양한 사회 운동, 시민운동은 자연히 이러한 전통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시장경제의 역할을 부정하고 기업의 정당한 활동을 적대시하고 기업가와 건전한 보수세력을 적대계층으로 보는 지배적 조류가 정착되었던 것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민주주의가 반시장적, 반기업적 경제관과 80년대식의 이념과 사고틀에서 탈피하여 정상적인 민주주의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실로 불행한 일이다. 또한 그것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가 선택해야할 정통성 있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어느 특정집단, 진영의 독점대상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민주대 반민주니 개혁대 반개혁이니 하는 식의 관념적 대결구도는 우리사회에서 정당한 국민적 선택의 대안구도로서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한 대결 구도가 민주주의나 개혁에 대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개념규정과 이념정립, 실용적인 정책수단의 선택을 전제로 해서 출발한 것이 아닌 한 그러한 민주주의는 한국적 현실이나 국민적 요구와는 무관한 허구에 불과한 것이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자유의지, 창의성, 권리와 책임이 가장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시장을 무시하고 국민이나 민중의 이름으로 특정의 계층이나 집단을 강박하고 역사의 대의나 필연성을 내세워 민주주의를 자처한다면 민주주의는 이미 본질적인 의미와 핵심을 상실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홍재영 (자유기업원 연구위원, cyhong@cfe.org)
출처 - 자유기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