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자정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전자정부에 대한 논의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지만, 그 동안은 범부처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전자정부의 실체와 추진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
전자정부에 대한 논의는 정보화와 더불어 사회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시대적 요청에서 출발하였다. 글로벌 시대, 정보사회를 맞이하여 정부는 자유시장의 원리에 따라 민간부문의 경영방식을 도입함으로써 능률성 제고, 분권화, 책무성 강화, 효율적 자원관리 등을 지향해야 한다. 선진 각국은 민영화, 다운사이징, 리스트럭처링, 인력감축, 규제철폐 등을 추진하며, 경쟁력이 없는 공공조직은 과감히 도태시키는 개혁을 추진했다.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정보통신기술(ICT)은 단순히 기업가적 정부를 구현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할뿐이며, 전자정부는 네트워크화를 기반으로 한 기업가적 정부 수준의 논의밖에 할 수 없다. 그러나, 전자정부는 단순히 행정의 생산성 및 능률성을 추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자체를 투명화 함으로써 부패의 소지를 차단하고, 국민들이 접근하기 쉽고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행정의 능률성 및 생산성은 시스템의 구축과 ICT 활용능력의 제고를 통하여 비교적 초기에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민주성, 형평성, 투명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와 정치경제적 상황, 지도자의 의지, 부처간의 공감대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과 조직이지 ICT는 아니다. 사람이 움직여야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화만 되면 혹은 시스템만 구축하면 만사 해결될 것이라는 이상론적 혹은 기술결정론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요컨대, 전자정부의 구현은 행정의 전산화 혹은 네트워크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ICT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창의적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책결정과정에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정부-시민간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진정한 공공선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행정정보화 추진과정을 보면, 1970∼80년대는 '초기 도입기', 1980∼90년대 초반은 '기반 조성기',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는 '확대 추진기'이다. 국가 정보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안정적 정보통신기반의 구축, 다양한 정보화촉진 계획 및 사업 수행, 정보통신산업의 비약적 발전 등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자정부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그 동안 전자정부를 구현하는데 걸림돌이 되어왔던 문제점 및 지향해야 할 주요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과거 전통적 정부의 기조와 관료중심으로 행정정보화가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행정전산화와 정보통신기반의 구축을 주요 과제로 하는 초기단계에는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정부주도의 행정정보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적으로 민주화, 분권화, 세계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투입중심, 관료중심, 중앙정부 중심이라는 전통적 국가발전의 대리인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국 국가발전론적 기조 속에서 정부의 행정정보화 양상은 기계론적 행태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며, ICT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행정체제 모형인 전자정부의 비전과 목표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둘째, 이러한 발상전환의 부족은 결국 전자정부 추진체계의 미확립으로 나타났다. 효율적이면서도 상호 협력적인 전자정부를 추구하려면 기획과 조정능력을 가진 추진조직이 필요하다. 현재 정보화 추진체계상의 구도에서는 부처수준의 정보통신부가 동급의 다른 부처들 또는 상급 부서들의 정보화정책을 조정 통괄하게 되어 있다. 또한 정보화추진위원회, 정보화추진실무위원회 및 정보화추진분과위원회가 모두 심의기구로서의 역할만 담당하고 있어 기획과 상호조정 측면에서의 통제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효율적인 기획과 통제를 위한 추진체계를 확립하고 정보자원관리 제도를 바탕으로 각 부처에 적합한 전략을 수립하며, 객관적 평가 기준에 의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확립해야 한다.
셋째, 전자정부의 추진과정에서 행정개혁의 노력이 부족하다. 즉, 정부정보인프라 구축과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램들을 계속 양산하면, 작고 효율적이며 열린 전자정부를 실현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이는 전자정부의 구현이 과거 아날로그적 방식에서 디지털적 방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나타나는 비현실적인 법제도, 비생산적인 업무관행, 종이 중심의 업무, 상의하달식의 의사결정, 비대응적인 조직구조 등을 탈피하는 혁신적인 개혁조치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가정보화와 전자정부의 구현은 구별되어야 하며, 개혁추진 부서의 이니셔티브 하에 법제도 정비, 집행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의 확보 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넷째, 행정개혁과의 연계성을 결여함으로써, 단위부처별 또는 단위업무별로 투입 중심의 중복투자가 초래됐다. 추진체계와 행정개혁의 부재는 기관간의 대립과 갈등을 야기하였고, 전자정부 실현을 위한 전략적 차원의 계획과 지침의 부재로 이어졌다. 따라서, 시스템 도입 이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업무재설계 등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람, 시스템, 법제도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적용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전략적, 객관적 평가기준을 제시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결과중심의 평가제도를 확립하였다면, 현재 전자정부는 이미 사이버 거버넌스의 국면에 도달했을 것이다.
다섯째, 전자정부의 구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처간 정보공동활용체제를 구축하지 못했다. 초기 행정정보화 과정에서 ICT 발전정도가 한 조직의 자동화에 중점을 둔 폐쇄형시스템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는 기술적인 한계도 있었지만, 보다 큰 문제는 조직문화적 측면에 있었다. 즉, 전통적 행정의 문제점인 할거주의, 비밀주의, 상호견제 및 정보독점화 등의 관행을 개선하지 못하고, 부처간 정보공개 및 공동활용을 기피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처럼 부처간 정보의 공유를 이루지 못한 것은 결국 민주적 행정체제, 나아가 시공간을 초월한 사이버 거버넌스로의 이행을 위한 시스템 및 제도적 기반이 확립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섯째, 시스템 구축과 ICT 활용능력의 제고에만 주력한 나머지 조직문화와 정치경제적 상황, 지도자의 비전과 의지, 부처간 공감대 등 다양한 요인을 간과하였다. 민주성 및 투명성 제고는 합리모형에 입각한 시스템적 사고와 기술적 측면에서는 가능하다고 해도 공공조직이 처한 현실적 제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민간기업과는 달리 경제적 인센티브가 적은 공공기관에서 한 개인과 조직이 축적한 고급 정보가 통합시스템에 자동적으로 입력되어 반복적으로 공개되고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결국 시스템만 남고 조직을 움직이는 구성원의 이탈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개념-현실의 괴리 혹은 이상-현실의 괴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미 미국을 비롯한 지식정보 선진국에서 많은 실패사례로 보고되고 있다.
일곱째, 전자정부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사람과 조직이지 ICT가 아니라는 점을 소홀히 하였다. 고도의 통합DB 및 시스템 구축으로 전자정부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된다 해도 구성원들이 소극적 자세로 일관한다면 이상적인 전자정부는 실현되기 어렵다. 미래 전자정부의 모습에서 정부와 시민간의 관계는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이지 시스템과 시스템의 관계가 아니다. 행정전산화 수준에서는 능률성 및 생산성 제고에만 주력하면 된다. 그러나 행정의 투명성, 민주성 등 상위가치로 갈수록 단순한 시스템적 마인드로서는 이상적인 전자정부를 구현하기가 어렵다. 향후 이상적인 전자정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폐쇄적 행정체제에서 열린 행정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그 동안의 전자정부 구현과정에서는 우선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긍정적인 요소가 반영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참여적 및 신축적 국정운영, 더 나아가 사이버 국정운영에서 추구하는 상호협력적 혹은 상호균형적인 정부-시민간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볼 수 있다. 즉, 과다한 양적 투입에 비해 보다 나은 사회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될 만한 획기적인 성과는 이루지 못했다. 결국 전자정부 구현의 성패는 궁극적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와 행정개혁 의지와 부처간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따라서, 전통적인 정부 역할의 수정과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정부실패와 시장실패의 양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정운영 방법을 모색하면서 정부와 시민간의 관계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조직문화와 제도개선을 통해 전자정부를 바르게 구현하자
최근 전자정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전자정부에 대한 논의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지만, 그 동안은 범부처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전자정부의 실체와 추진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
전자정부에 대한 논의는 정보화와 더불어 사회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시대적 요청에서 출발하였다. 글로벌 시대, 정보사회를 맞이하여 정부는 자유시장의 원리에 따라 민간부문의 경영방식을 도입함으로써 능률성 제고, 분권화, 책무성 강화, 효율적 자원관리 등을 지향해야 한다. 선진 각국은 민영화, 다운사이징, 리스트럭처링, 인력감축, 규제철폐 등을 추진하며, 경쟁력이 없는 공공조직은 과감히 도태시키는 개혁을 추진했다.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정보통신기술(ICT)은 단순히 기업가적 정부를 구현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할뿐이며, 전자정부는 네트워크화를 기반으로 한 기업가적 정부 수준의 논의밖에 할 수 없다. 그러나, 전자정부는 단순히 행정의 생산성 및 능률성을 추구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자체를 투명화 함으로써 부패의 소지를 차단하고, 국민들이 접근하기 쉽고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행정의 능률성 및 생산성은 시스템의 구축과 ICT 활용능력의 제고를 통하여 비교적 초기에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민주성, 형평성, 투명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와 정치경제적 상황, 지도자의 의지, 부처간의 공감대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과 조직이지 ICT는 아니다. 사람이 움직여야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화만 되면 혹은 시스템만 구축하면 만사 해결될 것이라는 이상론적 혹은 기술결정론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요컨대, 전자정부의 구현은 행정의 전산화 혹은 네트워크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ICT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창의적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책결정과정에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정부-시민간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진정한 공공선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행정정보화 추진과정을 보면, 1970∼80년대는 '초기 도입기', 1980∼90년대 초반은 '기반 조성기',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는 '확대 추진기'이다. 국가 정보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안정적 정보통신기반의 구축, 다양한 정보화촉진 계획 및 사업 수행, 정보통신산업의 비약적 발전 등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자정부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그 동안 전자정부를 구현하는데 걸림돌이 되어왔던 문제점 및 지향해야 할 주요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과거 전통적 정부의 기조와 관료중심으로 행정정보화가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행정전산화와 정보통신기반의 구축을 주요 과제로 하는 초기단계에는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정부주도의 행정정보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적으로 민주화, 분권화, 세계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투입중심, 관료중심, 중앙정부 중심이라는 전통적 국가발전의 대리인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국 국가발전론적 기조 속에서 정부의 행정정보화 양상은 기계론적 행태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며, ICT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행정체제 모형인 전자정부의 비전과 목표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둘째, 이러한 발상전환의 부족은 결국 전자정부 추진체계의 미확립으로 나타났다. 효율적이면서도 상호 협력적인 전자정부를 추구하려면 기획과 조정능력을 가진 추진조직이 필요하다. 현재 정보화 추진체계상의 구도에서는 부처수준의 정보통신부가 동급의 다른 부처들 또는 상급 부서들의 정보화정책을 조정 통괄하게 되어 있다. 또한 정보화추진위원회, 정보화추진실무위원회 및 정보화추진분과위원회가 모두 심의기구로서의 역할만 담당하고 있어 기획과 상호조정 측면에서의 통제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효율적인 기획과 통제를 위한 추진체계를 확립하고 정보자원관리 제도를 바탕으로 각 부처에 적합한 전략을 수립하며, 객관적 평가 기준에 의해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확립해야 한다.
셋째, 전자정부의 추진과정에서 행정개혁의 노력이 부족하다. 즉, 정부정보인프라 구축과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프로그램들을 계속 양산하면, 작고 효율적이며 열린 전자정부를 실현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이는 전자정부의 구현이 과거 아날로그적 방식에서 디지털적 방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나타나는 비현실적인 법제도, 비생산적인 업무관행, 종이 중심의 업무, 상의하달식의 의사결정, 비대응적인 조직구조 등을 탈피하는 혁신적인 개혁조치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가정보화와 전자정부의 구현은 구별되어야 하며, 개혁추진 부서의 이니셔티브 하에 법제도 정비, 집행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의 확보 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넷째, 행정개혁과의 연계성을 결여함으로써, 단위부처별 또는 단위업무별로 투입 중심의 중복투자가 초래됐다. 추진체계와 행정개혁의 부재는 기관간의 대립과 갈등을 야기하였고, 전자정부 실현을 위한 전략적 차원의 계획과 지침의 부재로 이어졌다. 따라서, 시스템 도입 이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업무재설계 등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람, 시스템, 법제도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적용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전략적, 객관적 평가기준을 제시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결과중심의 평가제도를 확립하였다면, 현재 전자정부는 이미 사이버 거버넌스의 국면에 도달했을 것이다.
다섯째, 전자정부의 구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처간 정보공동활용체제를 구축하지 못했다. 초기 행정정보화 과정에서 ICT 발전정도가 한 조직의 자동화에 중점을 둔 폐쇄형시스템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는 기술적인 한계도 있었지만, 보다 큰 문제는 조직문화적 측면에 있었다. 즉, 전통적 행정의 문제점인 할거주의, 비밀주의, 상호견제 및 정보독점화 등의 관행을 개선하지 못하고, 부처간 정보공개 및 공동활용을 기피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처럼 부처간 정보의 공유를 이루지 못한 것은 결국 민주적 행정체제, 나아가 시공간을 초월한 사이버 거버넌스로의 이행을 위한 시스템 및 제도적 기반이 확립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섯째, 시스템 구축과 ICT 활용능력의 제고에만 주력한 나머지 조직문화와 정치경제적 상황, 지도자의 비전과 의지, 부처간 공감대 등 다양한 요인을 간과하였다. 민주성 및 투명성 제고는 합리모형에 입각한 시스템적 사고와 기술적 측면에서는 가능하다고 해도 공공조직이 처한 현실적 제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민간기업과는 달리 경제적 인센티브가 적은 공공기관에서 한 개인과 조직이 축적한 고급 정보가 통합시스템에 자동적으로 입력되어 반복적으로 공개되고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결국 시스템만 남고 조직을 움직이는 구성원의 이탈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개념-현실의 괴리 혹은 이상-현실의 괴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미 미국을 비롯한 지식정보 선진국에서 많은 실패사례로 보고되고 있다.
일곱째, 전자정부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사람과 조직이지 ICT가 아니라는 점을 소홀히 하였다. 고도의 통합DB 및 시스템 구축으로 전자정부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된다 해도 구성원들이 소극적 자세로 일관한다면 이상적인 전자정부는 실현되기 어렵다. 미래 전자정부의 모습에서 정부와 시민간의 관계는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이지 시스템과 시스템의 관계가 아니다. 행정전산화 수준에서는 능률성 및 생산성 제고에만 주력하면 된다. 그러나 행정의 투명성, 민주성 등 상위가치로 갈수록 단순한 시스템적 마인드로서는 이상적인 전자정부를 구현하기가 어렵다. 향후 이상적인 전자정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폐쇄적 행정체제에서 열린 행정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그 동안의 전자정부 구현과정에서는 우선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긍정적인 요소가 반영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참여적 및 신축적 국정운영, 더 나아가 사이버 국정운영에서 추구하는 상호협력적 혹은 상호균형적인 정부-시민간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볼 수 있다. 즉, 과다한 양적 투입에 비해 보다 나은 사회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될 만한 획기적인 성과는 이루지 못했다. 결국 전자정부 구현의 성패는 궁극적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와 행정개혁 의지와 부처간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따라서, 전통적인 정부 역할의 수정과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정부실패와 시장실패의 양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정운영 방법을 모색하면서 정부와 시민간의 관계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대표집필: 명승환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출처 - 비전@한국홈페이지 정책대안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