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을 위한 정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의 '세계경쟁력 연감'은 2002년 4월 현재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분석대상 49개국 가운데 27위로 발표했다.
1999년 47개국 중 41위를 차지했던 수모에 비하면 이 정도로나마 회복한 것도 큰 다행이지만 싱가포르(5)와 홍콩(9)에 크게 뒤지고, 중국(31).태국(34) 등에도 위협받고 있다.
*** 시장개혁보다 선거 개혁
한국경제의 경쟁력 쇠퇴의 큰 원인은 '고비용의 정치'와 '정치화된 시장'이다.
즉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가 기업으로 이전되고 시장의 효율성을 왜곡해 고비용 저이윤의 경제구조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비용 정치와 정치의존의 시장은 친화력이 높은 결합이었지만 민주화 이후에도 그 유착은 여전하며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들에 이어 김대중(金大中) 현 대통령도 예외없이 친인척과 실세 인사들의 이권개입과 수뢰사건으로 빈사 상태에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집권 초기를 부패정치에 대한 사정과 개혁의 캠페인으로 시작했으나 집권 말기나 그 이후에는 자신 또는 그 주변이 부패사건에 연루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것은 정치의 고비용이 시장에 이전되고 시장이 정치에 의존하는 상호 의존관계가 만성적으로 구조화돼 있음을 의미한다.
정치화된 시장의 폐해는 단순히 정치경쟁의 고비용이 기업으로 이전돼 기업이윤을 그만큼 감소시킨다는 것보다는 훨씬 심각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 정치화된 시장에는 야합과 부정한 거래가 경쟁을 대신하고 무능과 부실이 성실과 효율성을 대체해 국민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크게 왜곡되기 때문이다.
국가경쟁력의 회복은 시장을 정치로부터 해방시키는 시장의 탈정치화로부터 시작돼야 하고 그 해법은 시장개혁이 아니라 정치개혁에 있다.
물론 시장의 정치의존성도 줄여야 하지만 고비용의 정치구조를 해소하고 정치비용이 시장으로 이전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논리적으로도 선행하는 과제라는 것이다.
고비용 정치의 해소를 위한 개혁의 첫 대상은 역설적이게도 한국의 민주화를 촉발한 선거다.
민주화 이후 민주선거의 절차적이고 형식적인 제도는 도입했으되 정치경쟁의 공정성,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정당정치의 민주성을 확립하지 못한 불완전한 민주주의에서의 정치경쟁은 무제한으로 치열해졌고 민주주의의 핵심이어야 할 선거는 급격히 타락했다.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는 돈선거의 문제뿐 아니라 지역주의의 심화,의원의 지역구활동 구속,권위주의적 공천과 공천을 둘러싼 부패 등의 다른 문제도 지니고 있어 다른 대안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지방선거의 통합과 빈번한 보궐선거의 폐지도 논의해야 한다.
타락한 선거를 한 해에도 몇번씩 치른다고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직.기능과 권한을 확대해 효율적이고 공정한 선거관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선거공영제의 확대도 국민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선거조직과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선거관련법도 개정해야 한다.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와 내각으로 분산해야 한다.
불완전한 민주전환의 대표적인 한 요인은 대통령의 권력독점이며, 시장의 정치화와 부패, 지역주의, 권위주의적 정당정치와 대결적 의회정치는 이 대통령의 권력독점에서 기인하는 바 크다.
*** 정략적 헌법개정 안돼야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의 대안인 의원내각제, 부통령제, 프랑스형 혼합제나 대통령의 임기와 중임제에 대한 국민적 논의와 합의도출은 이미 피할 수 없게 돼있다. 검찰.감사원과 국세청 등의 정치적 중립도 확보해야 한다.
국가경쟁력 회복을 위한 정치개혁의 주요 현안을 짚어보면 헌법개정이 전제돼 있다.
건국 이후 수많은 개헌이 대부분 정략적 수단으로 악용돼온 까닭에 개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있지만 한국 민주주의를 한단계 높은 수준으로 정착시키고 경제발전의 신화를 지속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지난 제15대 대통령선거의 화두가 경제회복이었다면 이번 제16대 대통령선거의 화두는 정치개혁일 것이며, 대선후보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공약과 실천의지가 승패를 가름할 것이다.
당선 후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히 개헌논의를 공약하는 후보가 있었으면 한다.
馬仁燮(성균관대 교수·정외과)출처 - 중앙일보 2002. 5. 9
국가경쟁력을 위한 정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의 '세계경쟁력 연감'은 2002년 4월 현재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분석대상 49개국 가운데 27위로 발표했다.
1999년 47개국 중 41위를 차지했던 수모에 비하면 이 정도로나마 회복한 것도 큰 다행이지만 싱가포르(5)와 홍콩(9)에 크게 뒤지고, 중국(31).태국(34) 등에도 위협받고 있다.
*** 시장개혁보다 선거 개혁
한국경제의 경쟁력 쇠퇴의 큰 원인은 '고비용의 정치'와 '정치화된 시장'이다.
즉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가 기업으로 이전되고 시장의 효율성을 왜곡해 고비용 저이윤의 경제구조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비용 정치와 정치의존의 시장은 친화력이 높은 결합이었지만 민주화 이후에도 그 유착은 여전하며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들에 이어 김대중(金大中) 현 대통령도 예외없이 친인척과 실세 인사들의 이권개입과 수뢰사건으로 빈사 상태에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집권 초기를 부패정치에 대한 사정과 개혁의 캠페인으로 시작했으나 집권 말기나 그 이후에는 자신 또는 그 주변이 부패사건에 연루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것은 정치의 고비용이 시장에 이전되고 시장이 정치에 의존하는 상호 의존관계가 만성적으로 구조화돼 있음을 의미한다.
정치화된 시장의 폐해는 단순히 정치경쟁의 고비용이 기업으로 이전돼 기업이윤을 그만큼 감소시킨다는 것보다는 훨씬 심각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 정치화된 시장에는 야합과 부정한 거래가 경쟁을 대신하고 무능과 부실이 성실과 효율성을 대체해 국민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크게 왜곡되기 때문이다.
국가경쟁력의 회복은 시장을 정치로부터 해방시키는 시장의 탈정치화로부터 시작돼야 하고 그 해법은 시장개혁이 아니라 정치개혁에 있다.
물론 시장의 정치의존성도 줄여야 하지만 고비용의 정치구조를 해소하고 정치비용이 시장으로 이전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논리적으로도 선행하는 과제라는 것이다.
고비용 정치의 해소를 위한 개혁의 첫 대상은 역설적이게도 한국의 민주화를 촉발한 선거다.
민주화 이후 민주선거의 절차적이고 형식적인 제도는 도입했으되 정치경쟁의 공정성,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정당정치의 민주성을 확립하지 못한 불완전한 민주주의에서의 정치경쟁은 무제한으로 치열해졌고 민주주의의 핵심이어야 할 선거는 급격히 타락했다.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는 돈선거의 문제뿐 아니라 지역주의의 심화,의원의 지역구활동 구속,권위주의적 공천과 공천을 둘러싼 부패 등의 다른 문제도 지니고 있어 다른 대안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지방선거의 통합과 빈번한 보궐선거의 폐지도 논의해야 한다.
타락한 선거를 한 해에도 몇번씩 치른다고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직.기능과 권한을 확대해 효율적이고 공정한 선거관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선거공영제의 확대도 국민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선거조직과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선거관련법도 개정해야 한다.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와 내각으로 분산해야 한다.
불완전한 민주전환의 대표적인 한 요인은 대통령의 권력독점이며, 시장의 정치화와 부패, 지역주의, 권위주의적 정당정치와 대결적 의회정치는 이 대통령의 권력독점에서 기인하는 바 크다.
*** 정략적 헌법개정 안돼야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의 대안인 의원내각제, 부통령제, 프랑스형 혼합제나 대통령의 임기와 중임제에 대한 국민적 논의와 합의도출은 이미 피할 수 없게 돼있다. 검찰.감사원과 국세청 등의 정치적 중립도 확보해야 한다.
국가경쟁력 회복을 위한 정치개혁의 주요 현안을 짚어보면 헌법개정이 전제돼 있다.
건국 이후 수많은 개헌이 대부분 정략적 수단으로 악용돼온 까닭에 개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있지만 한국 민주주의를 한단계 높은 수준으로 정착시키고 경제발전의 신화를 지속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지난 제15대 대통령선거의 화두가 경제회복이었다면 이번 제16대 대통령선거의 화두는 정치개혁일 것이며, 대선후보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공약과 실천의지가 승패를 가름할 것이다.
당선 후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히 개헌논의를 공약하는 후보가 있었으면 한다.
馬仁燮(성균관대 교수·정외과)
출처 - 중앙일보 2002.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