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분배 앞서 성장에 역점 둬야
	2005-09-28
예산, 분배 앞서 성장에 역점 둬야 정부는 27일 새해 예산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지지부진한 경기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올해보다 6.5% 늘린 221조4000억원 규모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10월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본격 심의되겠지만, 일단 정부가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짜보려고 노력한 흔적은 엿보인다. 그럼에도 학자적 시각에서 몇 가지 우려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적자예산 편성에 관한 것이다. 정부는 내년도 실질 경제성장률을 5%로 잡고 세수추계를 비교적 보수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9조원에 달하는 적자가 예상되고 이를 전액 국채 발행으로 충당 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내년의 경제성장이 예상처럼 진행될 것이냐이다. 만약 내수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다면 세수 부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세금이 계획대로 징수되지 못해 추경을 통해 4조원 이상의 국채를 추가 발행키로 한 사실을 보더라도, 내년 역시 세수 부족 해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주류세 인상이 무산되고 종합부동산세가 이런저런 이유로 예상대로 징수되지 못할 경우 적자폭은 더 커지고 국가채무는 더욱 누적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세출 측면은 어떠한가? 정부는 내년 예산이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내년 경기를 진작시키는 데 미흡하다고 판단된다. 그 이유는 내년 예산은 성장보다 복지에 정책적 우선을 분명히 두고 있음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한 대책에 정성을 쏟고 있으며, 하위계층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수를 대폭 확대했다. 저소득계층을 보호한다는 취지는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서 정책기조를 좀 변경시키는 융통성도 때로는 필요한 것이다.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를 정확히 확인하여 전달하는 시스템 구축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과연 그 효과를 정부가 얼마만큼 확신하고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인지, 또는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따라서 내년도 예산안은 성장에 좀더 많은 비중을 두었어야 했다. 성장에 도움이 되는 사회간접자본(SOC)·교육·중소기업 지원 등의 예산은 이번에 도리어 감소했다. 지금의 참여정부가 분배중심 정책에 역점을 두고 있음은 자타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며, 여기에 대해 시비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내년의 경기 회복이 불투명하고 그 동안 정부의 일자리 창출 대책이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내년의 예산 편성 방향에 경제활성화의 의지가 좀더 있었어야 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참여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공무원 인건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자료에 따르면, 참여정부 2년반 동안 공무원은 2만3000여명 늘었고 인건비 초과 지출은 1조원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정부의 기능이 확대되고 다양화되는 과정에서 공무원의 수가 늘어날 수 있고, 또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참여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정부 혁신과 공무원 수의 증가 간에 과연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과거 정부의 정부혁신 방향은 시종일관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었고, 인건비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었다. 지금의 참여정부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수많은 국정자문위원회를 신설하고 고위직 자리를 계속 늘려 가는 상황에서 재정 지출은 늘어나고 방만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우리가 일반상식으로 생각하는 정부혁신 방향과 역행하는 것이다. 김동건 (서울대 교수·재정학) 출처 - 문화일보 2005. 9. 28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