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핵심쟁점, 김정일 직접 설득해야
	2005-08-08
북핵 핵심쟁점, 김정일 직접 설득해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4차 6자회담이 13일 간의 심도있는 협의에도 불구하고 결론없이 휴회되고 말았다. 당초 북한의 진지한 자세와 미국의 유연한 태도, 그리고 중국과 한국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으로 기대가 높았지만 결국 북핵 폐기의 범위와 이에 상응하는 조치들에 관한 이견으로 더 이상 베이징에서의 협상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장벽 앞에 일단 3주 간의 휴회를 갖고 8월 말 회담을 속개하기로 합의하였다. 제4차 6자회담이 북한 핵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최선의 돌파구이자 거의 마지막 남은 선택이란 점에서 일단 결렬의 위기를 모면한 것은 다행스럽다. 또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부부장의 의장성명에서도 나타났듯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 목표에 합의하고 관련 내용에 대해 참가국들이 상호 이해를 증진시켜가며 논의한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북한의 평화적 핵프로그램의 존폐 문제를 놓고 중국이 제시한 4차 초안에 대해 북한이 명백히 반대함으로써 이달 말 재개될 회담에 대한 전망도 현재로선 낙관할 수만은 없다. 회담을 중단시킨 북한의 소위 ‘평화적’ 핵활동 보유라는 완강한 태도는 평양 지도부가 핵프로그램과 대규모 보상 중 어느 것을 포기해야 할지 아직 전략적 선택을 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회담에서 드러난 북한의 협상 태도와 전략을 볼 때 북한이 핵무기를 더 이상 개발하거나 보유하는 것이 이롭지 못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나 최종적으로 결단하기에는 내부 설득력이 부족한 듯하다. 회담 시기 라오스에서의 북한 백남순 외상의 발언이나 회담에 임하는 김계관 대표의 발언 등을 보면 북한은 금호지구에 건설 중이던 경수로 발전소에 큰 미련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수로 발전소는 1994년 제네바합의에 따른 보상책이었던만큼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만을 포기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명분과 완공시 200만 ㎾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베이징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고수했던 것 같다. 휴회기간 중 평양의 지도부는 회담을 통해 확인된 현실을 직시하여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폐기하고 관련된 보상을 통해 체제를 유지하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진력하는 일대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데 이번 4차 6자회담이나 베이징에 파견된 대표단만으로는 역부족이었음이 확인된 만큼 휴회기간 중 4차 초안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직접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회담의 중재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던 중국의 고위층이 직접 평양을 방문하여 북한 지도부에 대해 경수로 문제 등 핵심 쟁점을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측 대표단의 역할과 노력에 대해서도 인정할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핵심 쟁점인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방식과 대북 전력송전 등 보상책에 대해 정부 내 극소수 인사들만이 모든 정보를 독점한 채 일방적으로 협상에 임함으로써 과연 우리측 안이 향후 한반도 상황 전개에 대응할 최선의 전략인지를 판단할 여지가 없었다. 더구나 북한이 경수로 등 평화적 핵활동을 고집하는 상황에서 자칫 한·미 간 균열과 엄청난 국민적 부담을 떠안는 잘못된 정책을 답습할 우려마저 낳게 하고 있다. 휴회기간 중 관련국과의 외교적 협의에 힘을 쏟는 만큼 국회 관련 상임위를 통해 회담 내용을 보고하고 필요에 따라 청문회 등을 통해 제대로 된 정책과 전략을 마련하여 보다 진전된 입장에서 차후 회담에 임해야 할 것이다. 류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5. 8. 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