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과 '로드맵 3.0'
	2005-07-26
6자회담과 '로드맵 3.0' 오늘부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4차 6자회담이 베이징에서 개최된다. 본회담 개최에 앞서 남ㆍ북 간과 북ㆍ미 간 접촉이 이루어지는 등 '조짐'이 좋아 보인 다. 이번 회담의 주요 관심사는 과연 북한이 핵문제에 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 가에 모아진다. 북한은 과연 한국 정부의 중대 제안을 받아들여 핵포기라는 전 략적 결단을 내릴 것인가. 7월 16일 북한 외무성의 6자회담 복귀 발표문을 보면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단어가 다섯 차례 나온다. 북한뿐 아니라 한국 그리고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키 고 있는 미국도 상호주의에 입각해 함께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핵동결'을 들고 나 올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상호주의적 비핵화 요구에 대해 우리는 92년 '한반 도 비핵화 공동선언' 정신에 입각해 상호사찰 방식으로 투명한 의혹 해소가 가 능함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동결' 역시 핵포기 선언 후 핵개발 폐기를 위한 준비조치로서의 동결이어야 하며 비핵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서의 동결은 곤란하다. 이번 회담이 3~4일 정도 열리는 단발성 회담보다는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의 속 내를 충분히 파악하는 회담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 반응 못지않게 세인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미국 태도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동결'을 들고 나올 경우 미국은 이것이 과연 북한의 핵포 기 의지를 충분히 반영한 것인지를 확인하려 할 것이다. 북한의 본심이 핵포기에 대한 반대급부를 챙기고 핵개발 포기 여부는 최종적인 선택으로 미루기 위한 전술적 기만에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면 미국은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6자회담은 어려운 국면에 처해진다 . 물론 미국은 지금까지 상당히 신중한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미국 때문에 6자회 담이 어려워지게 되었다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미국은 이번 6 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러한 미국 입장을 역이용해 핵포기 선언을 미루고 '핵군축' 문제 제기 등을 함으로써 관계국들을 실망시킬 경우 미국은 북한이 핵포기 의 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6자회담을 실패로 규정할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 의 마지막 온건파'로 불리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입지도 급 격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해선 역시 우리 정부의 입장과 노력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 다. '북핵 불용'이라는 입장을 철저히 견지하면서 우리 정부의 중대 제안과 미 국이 제3차 6자회담에서 제의했던 로드맵을 적절히 혼합해 북핵 해결의 이정표 를 제시하는 상상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실 북ㆍ미 제네바 합의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최초의 로드맵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로드맵 1.0' 버전은 북한의 비밀 핵개발 계획이 드러나면서 그 수명을 다했다. 2차 북핵위기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제3차 회의에서 미국은 '로드맵 2.0'에 해 당하는 해법을 제시했다. 북한이 핵포기 선언을 하면 3개월의 동결기간을 주며 , 그 동안 미국을 제외한 관계국들이 대북 에너지 지원을 하고, 이후 북한이 본격적인 핵폐기 절차를 밟게 되면 대북 임시 안전보장을 해주고 북ㆍ미 수교 협상을 시작한다. 검증을 통해 핵폐기가 완료되면 미국은 관계국들과 함께 대 북 '과감한 접근'(bold appro ach)을 실천에 옮긴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과감한 접근의 내용이 무엇인지가 불분명했고, 경수로 건설 중 단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대북 전력 지원이라는 중대 제안을 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제거해 주었다. 이번 제4차 6자회담을 계기로 우리 정부는 중대 제안과 미국의 제안을 발전적 으로 혼합한 상위 버전인'로드맵 3.0'을 제시해야 한다. 핵문제 해결 단계를 핵포기 선언과 핵동결 조치, 핵폐기 이행ㆍ검증, 핵폐기 완료 등 3단계로 나누 고 이에 상응하는 대북 안전보장, 경제적 보상, 대북 전력 지원의 단계적 제공 방안 등을 담은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한ㆍ미ㆍ일 공조체제를 중심축으로 한 협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고, 이후 중ㆍ러의 협력을 이끌어낸 후 북측에 최종적인 안을 제시하는 단 계를 밟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 가 열리길 기대해 본다. 김성한 (미주연구부장,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5. 7. 26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