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전략적 대화채널 필요
	2005-06-22
韓日 전략적 대화채널 필요 이번 한ㆍ일 정상회담은 여느 정상회담보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열렸고, 정상들 의 발언과 행동에 이처럼 지대한 관심이 집중된 예는 드물었다. 이번 정상회담 에 무엇보다 관심이 모아졌던 것은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과 그로 인한 독도 영유권 논란에서 촉발된 한ㆍ일 관계의 격앙된 분위기를 바꿀 수 있 느냐 하는 것이었다. 정상회담 두 시간 중 1시간50분 동안을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역사교과서 문제 등에 할애해 진지한 대화가 오고 갔지만 어떠한 합의에도 이르지 못함으로써 양국의 인식 차를 재확인한 회담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설명한 것처럼 '아주 낮은 수준의 두 가지 합의'에 그침으로써 한ㆍ일 양국이 앙금을 씻고 동북아 평화와 미래를 위해 협력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회담이었다. 한ㆍ일간의 역사인식을 포함한 과거사 문제 해결에는 항상 미흡함과 일본의 성 의 없음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의 마음 속에는 갈등의 발단이 일본에서 나온 만큼 해결도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태도에서부터 시작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일본 정부가 한ㆍ일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는다면 일본 정부 는 한국의 반일 여론을 이해해야 하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정부가 한국 국민들의 성난 감정을 달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ㆍ일간의 갈등만 깊어질 것이다. 이에 비해 현재 일본 국민은 '일본은 도대체 몇 번이나 사과해야 하나'라는 적 극적인 방어 자세로 과거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80년대부터 90년대 동안 일 본 사회에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의 가해자이며, 식민지 지배자로서 일본을 반성해야 한다는 인식이 정착됐다. 일본 국민들이 나름대로 한국이나 중국에 반성과 사죄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역대 총리가 한국, 중국에 사죄를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부족하다고 비난함에 따라 일본 국민들 사이에는 한국과 중국에 '적당히 해라' 하는 식의 반감이 확대됐다. 특히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비판적인 논의를 내정간섭이라고 불쾌하게 생각하는 정치가와 국민 비율이 높아지는 게 문제다. 한ㆍ일 정상회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앞으로 한ㆍ일간 과거사 문제는 우리의 도덕적 우위와 일방적인 요구로는 더욱 더 해결하기 어려워지게 되었다. 우리 에게는 자명한 진리고, 명분이더라도 일본은 국내 정치적 환경을 고려할 수밖 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ㆍ일간의 과거사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기 적인 처방보다는 한ㆍ일간 갈등을 증폭시키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장기적이고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제부터 우리가 노력해야 할 부분은 한ㆍ일 정상회담의 '아주 낮은 수준의 합 의'에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합의'로 이끌어내기 위한 다차원적인 설득과 제 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제2기 한ㆍ일 역사공동연구위원회 산하에 교과서위원회를 신설해 그 연구 결과를 양국 교과서에 반영하도록 해 한ㆍ일 공동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첫걸음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ㆍ일 공동 교과서 작업은 일본의 역사인식 수정 작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많은 비판에 직면할 것이며, 특히 정부 개입에 대한 일본 학계와 국민 반대를 설득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우리도 일본이 제기하는 한국 교과서의 반일 문제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제3의 추도시설' 건립 문제는 단지 야스쿠니 신사를 대체하는 시설 건립이 아 니라 동북아의 미래 건설작업이라는 것을 일본 정부에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침략과 수탈의 역사로 이어져온 동북아에서 누구도 자신의 희생 없이 결과만을 성취할 수 없으며, 이 점에서 현재 일본의 태도는 진정한 미래를 여는 자세가 아니라는 점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할 것이다. 민간 차원의 갈등 조정 노력도 요청된다. 한ㆍ일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ㆍ민 합동으로 문제 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양국 간에는 많은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부 정책에 바로 연결돼 문제를 해결 하는 전략 대화의 채널은 전무하다. 이제부터 한ㆍ일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한ㆍ 일 갈등을 해결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출처 - 매일경제 2005. 6. 22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