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법 개폐 검토하라
	2005-06-21
신문법 개폐 검토하라 지난 1월27일에 공포된 신문관련법이 6개월만인 오는 7월28일부터 효력을 발생한다. 신문관련법은 국회심의 때부터 많은 비판이 있었는데 시행도 되기 전에 헌법소원이 제기됐고, 야당은 법률 개정을 검토중이라 한다. ‘지유지성300인회’는 언론관련법은 유례없는 악법이라고 하여 헌법소원 제기를 지지했다. 세계신문협회(WAN)와 국제편집인협회(IPI)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으며 폐지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세계 각국의 독재정부는 언론의 자유를 침범하고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왔다. 우리나라 독재정권도 국민의 입과 귀를 막기 위한 언론정책을 써서 세계의 지탄을 받았었다. 제3공화국에서는 신문폐간·언론검열·신문윤리위원회 파동으로 얼룩졌고, 제4공화국에서는 긴급조치에 의한 언론 통제와 검열이 자행됐으나 제6공화국 이래 신문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돼 자유언론국가로 칭송받게 되었다. 한국의 민주정치가 발전한 것은 언론의 자유 통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에 따른 언론 자유의 신장 덕이다. 오늘날의 민주정치는 표현의 자유를 전제로 하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국가는 민주정치국가라고 할 수 없다. 언론의 자유가 없는 데에는 세계관적인 다양성이 있을 수 없고, 민주정치도 성립할 수 없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는 개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유지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라고 설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언론의 자유는 절대적인 것으로, 다른 자유에 우월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수정헌법 제1조는 “의회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관계법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언론의 공적과업을 중시한 나머지 “통신·방송의 시설 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문법이 제정되었는데, 이는 신문에 대해 채찍과 당근을 규정하여 정부의 신문에 대한 광범한 개입을 가능하게 하고 있어 문제이다. 정부는 신문에 대해 발행 정지도 할 수 있고 독점금지를 이유로 점유율을 과잉 규제할 수 있다. 이는 신문에 대한 사전억제금지의 헌법 원칙에 위배된다. 공익성이 강한 방송에 대해서는 독과점을 규제하지 않으면서 유독 신문만 독점금지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보다도 엄격한 과점규제를 하고 있는 것은 메이저 신문을 억제하고 친정부 신문을 권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신문산업의 진흥이란 명목으로 신문발전기금을 두고 신문발전위원회가 차등지원을 할 수 있게 한 것은 특정 신문에 대한 보호 조치로 불공정하다. 미국의 학설·판례는 정부가 지원하는 신문·방송이 있는 경우 언론의 자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타당한 이론이다. 신문의 내부적 자유의 규율이라든지 경영보고 의무의 부과, 법관에 의하지 않은 언론피해 구제조치 등 규정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 침해이다. 현재의 언론 관계 법률은 세계에서 유례를 보기 힘든 언론규제법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냉소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우물 안 개구리 식인 한국 언론 관련 법의 폐지를 건의하고 있다. 국회는 언론탄압 국가의 누명을 벗기 위해서도 신문관련법을 조속히 개폐해야 한다. 신문의 독과점 규제는 독자의 판단에 맡겨야 하며 국민의 세금을 신문 발전이란 명목으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신문의 비판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도 신문에 대한 정부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신문관련법이 반대 신문을 탄압하고 정부 지지 신문을 보호하려 한다는 국민의 의혹을 불식하고, 국민의 귀와 입을 틀어막는 독재적 언론법이라는 국제사회의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도 법 시행을 중지하고 야당과 진지하게 개폐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헌법학) 출처 - 문화일보 2005. 6. 2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