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로소득 환수하라
	2005-06-10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하라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 용인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이 또 다시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2ㆍ17 대책과 5ㆍ4 대책 등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투기 바람은 오히려 강해지고 있어서 정책 당국자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기회를 틈타 세제 개편으로는 투기를 잡을 수 없다느니, 정부의 잦은 부동산 대책 발표가 투기를 조장했다느니, 공급 확대만이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다느니 하는 근거 없는 주장들이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유포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막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약속을 여러 번 들어 왔기 때문에 다시 불어대는 투기 바람 앞에서 이 같은 주장들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늘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 표명과 고강도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투기 심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아파트 값 폭등세가 이어지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투기 세력의 개입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판교 개발의 영향 때문인 것 같기도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좀더 근본적인 원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정부 정책 비웃듯투기 바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엄청난 규모의 부동 자금의 존재가 투기 심리를 근저에서부터 자극하고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는 현행 부동산 세제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돈은 넘치고 불로소득 획득의 기회가 주어져 있는데 어찌 투기 심리가 발동하지 않겠는가? 정부가 적절한 정책을 시행하면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선 금리 인상을 통해 부동 자금을 해소하는 정책은 거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성이 있으므로 사용하기가 곤란하다. 세계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가 부동산 값 폭락과 그로 인한 금융 위기에 시달린 사례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하는데 이 또한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 정책은 시간을 요할 뿐 아니라 기득권 세력의 조세 저항에 직면하기 쉬운 정책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보유세 강화를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려는 정책을 계속해서 시도해 왔다. 특히 최근 발표된 ‘5ㆍ4 부동산 대책’에서는 보유세 강화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을 뿐 아니라 양도소득세와 개발이익 환수제도를 정비ㆍ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러나 부동산 부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는 언론들과 논객들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서 5ㆍ4 부동산 대책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참여정부가 토지국유화를 꾀하고 있다는 식의 색깔론을 펴기도 하고, 세금으로 투기를 잡으려는 철부지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야당은 보유세 완화와 양도소득세 세율 인하를 내용으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의함으로써 이들의 장단에 덩달아 춤을 춘다.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공급 확대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자칭 부동산 ‘시장주의자’(?)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인사들이 나온다. '5ㆍ4대책' 밀고 갈 의지 있는가 이쯤 되면 시장 참가자들은 5ㆍ4 부동산 대책이 무산될 것이라고 예상하게 된다. 이들은 2004년도의 보유세제 개편 과정에서 보유세 강화 방침이 결국 유야무야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정부가 고강도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시장참가자들의 투기심리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여기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시중에는 ‘2년 남짓 참으면 불로소득 환수 정책은 끝’이라는 이야기가 무성하다고 한다. 최근 계속되는 의혹 사건들과 여권의 분열은 이러한 전망에 힘을 더해 주고 있다. 참여정부는 과연 5ㆍ4 부동산 대책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출처 - 한국일보 2005. 6. 1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