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정책, 장기플랜이 없다
	2005-04-25
FTA 정책, 장기플랜이 없다 싱가포르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가서명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칠레와의 FTA에 이어 두번째 FTA를 보유하게 됐다. FTA 체결은 우리의 입장 못지않게 상대국의 입장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FTA 추진이 속도를 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FTA 추진을 공식 결정한 1998년말 이후 7년 만에 두번째 협정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우리의 FTA 정책은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취약 분야의 반발을 의식하여 피해 최소형 FTA 정책을 추진했고, 농업 구조조정 압력이 낮은 국가를 대상으로 추진해 왔다. 지난 5년동안 전세계적으로 70여개의 신규 협정이 발효됐고, 우리의 경쟁국인 중국·동남아·일본 등이 적극적으로 FTA를 추진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소극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통상이익 극대화형 FTA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FTA 정책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개방정책 및 산업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입장이 확고하게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선진 통상국가 로드맵을 통해 개방과 개혁정책을 발표했지만, 이 선언으로 달라질 것은 별로 없다. 한마디로 총론 성격의 발표는 많은데, 실행 가능한 각론적인 방향이 빠져 있다. 또한, 우리의 통상정책이 중장기 산업 발전 전략과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피해 산업 위주의 보상 및 지원안이 강구됐을 뿐, 중장기 산업 발전 전략과 연계된 FTA 추진 방향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FTA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산업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하고,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산업 지원도 특정 산업에 대한 ‘퍼주기’ 식보다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실업자의 재취업 지원 등과 같은 간접적인 지원 방식을 주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대내적인 FTA 업무를 담당할 기구로 대외경제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의 국민경제자문회의 산하에 설치했으나, 아직도 기존 FTA 로드맵을 거론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산업 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FTA는 사실상 탄력을 받기 어렵다. 따라서 대외경제위원회는 관련 분야 연구기관과 더불어 총론보다는 각론 성격의 정책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산업 발전 방향에 FTA 추진 방향을 맞추기 위해서는 산업별 검토와 국가별 분석이 수반돼야 하지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향은 우리가 많이 수출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와 우리 산업이 경쟁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즉, 상대국 수입시장 규모가 클수록 관련 우리 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한 경쟁력 강화 유인이 클 것이고, 상대국에 비해 취약한 산업의 구조조정은 가속화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미국 중국과의 FTA를 우선적으로 떠올릴 수 있다. 미국과의 FTA에서는 스크린쿼터와 농업, 중국과는 농업과 중소 제조업종이 민감 이슈로 제기될 수 있으나, 산업 발전 전략을 먼저 세우고 이 전략에 따라 입장을 정해야 할 것이다. 중요성에 비해 중국과의 FTA는 너무 느리게 진행되는 느낌이다. 올해부터 양국 연구기관 간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나, 중국의 FTA 행보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정부 차원의 논의로 빨리 격상시켜야 한다. 중국은 아세안(ASEAN)과의 협정을 타결했고, 최근 인도와의 FTA 추진을 공식화했으며, 이어 호주·중동·중남미 국가와의 FTA도 진행중이다. 그동안 FTA 정책 필요성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도 많이 개선됐다. 취약 분야의 반발이 있겠지만, 다수 국민은 우리의 최대 교역 대상국인 미국, 중국과의 FTA를 지지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경제학) 출처 - 문화일보 2005. 4. 23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