司正기관 '공공의 적' 되지 말라
2005-04-12
司正기관 '공공의 적' 되지 말라 녪최근 철도공사가 620만달러를 러시아 유전개발사업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사건을 놓고 권력형 비리라는 여야간의 정치적 공방이 치열하다. 올해에도 여전히 국회는 민생보다는 정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아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이 사건이 권력형 비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한 바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이 권력형 비리 사실을 은폐 내지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유전게이트’라는 제목 아래 대대적으로 이 사건을 보도하고 있으며, 여야는 치열한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사실, 공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할 것 없이 모두 투자 실패라는 위험을 안고 경영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투자 실패가 경영진의 악의나 중과실에 기인했다면 이는 반드시 규명돼야 하며, 법도 이들의 민·형사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번 이른바 ‘유전게이트’의 경우 경영상 실패 원인에 대한 논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단지 철도공사가 투자하는 과정에서 권력의 실세인 이광재 의원이 개입했는지 여부만 논란이 되고 있을 뿐이다. 만약 투자 실패의 원인이 경영진의 악의나 중과실이었다면 이에 대한 책임 추궁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이 의원이 개입, 철도공사가 투자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이 의원이 개입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대가성 있는 개입 사실이 밝혀지면, 이에 대해서는 당연히 뇌물죄 등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해야 함은 물론, 국가가 본 손해도 추징해야 한다. 그러나 조사 당사자인 감사원은 의혹에 싸여 있고, 검찰도 사태만 지켜볼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결국 국회가 나서서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처리하려 하고 있다. 그 경우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국정 혼란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이 매우 클 수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감사원의 조사 발표와 검찰의 수사 착수는 당연한 수순이다. 그리고 무혐의 처리됐을 때 비로소 야당의 주장처럼 국회가 특검을 추진하고 국정조사를 실시는 것이 순리이다. 이미 이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본인은 사기를 당했을 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즉, 이 의원 스스로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철도공사가 러시아 유전에 투자하는 데 연루됐음을 시인한 셈이다. 그런 즉, 감사원과 검찰은 조속히 이 의원이 대가성 있는 개입을 했는지 여부만 조사하면 된다. 유감스럽게도 감사원과 검찰이 책무를 회피하는 동안 이 의원 개인의 명예에 대한 훼손은 물론, 국정 혼란이 심해지고 있다. 그 어떤 누구의 범죄 혐의도 그 사실이 밝혀지기까지는 혐의자의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 당사자 본인도 사기극에 말렸을 뿐이기 때문에 감사원과 검찰의 조사에 떳떳이 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법무부장관은 국회에서 감사원의 조사 결과를 보고 고발이나 수사 의뢰가 있으면 한 점 의혹 없이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에 조사를 시작한 감사원의 태도와, 뇌물죄 등은 친고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소나 고발이 있어야 수사를 하겠다는 검찰의 입장을 국민들이 과연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번 사건을 대하는 감사원이나 검찰의 태도를 보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퇴임사에서 “정도에 벗어나는 눈치보기는 검찰을 ‘공공의 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디,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게 ‘공공의 선’을 이루는 검찰과 감사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 교수, 기업소송연구회 회장) 출처 - 문화일보 2005. 4. 1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