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교과서 역사왜곡의 본질
	2005-04-06
日교과서 역사왜곡의 본질 지난주 일본 문부성에서 검정 과정을 거친 역사교과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세 간의 관심을 끌었던 후소샤 역사교과서 검정결과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일부 개 선점이 인정되지만 개악된 측면도 있어 대체적으로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서는 그 잘못된 점을 당당하게 천명해 나 가는 동시에 후소샤 역사교과서 채택률을 낮추기 위해 학계와 민간단체를 지원 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일본에서는 한국 정부가 반일 감정을 이용해 여론에 영합하는 인기 작전을 쓰고 있다고 애써 무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큰 원칙과 구체적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내용 없는 감정적 대응 단계는 벗어났다 고 보인다. 이번 후소샤 역사교과서는 한두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한국에 대한 비하가 그것이다. 곳곳에 보이는 '조선은 중국의 조공국이 다'는 서술이 사실에 근거했다고 하더라도 한국 자주독립성을 논하는 문맥 속 에서는 적절치 못한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군대가 일본에 주둔하면서 5 0년 동안이나 일본 안보를 책임졌지만 누구도 일본을 미국의 속국으로 표현하 지는 않는다. 중국과 조선간 전통적 외교관계가 책봉과 조공이라는 틀 속에서 유지되었다고 해서 중국이 군대를 조선에 상주시키거나 조선 내정에 관여하지 는 않았다. 이처럼 전통적 한ㆍ중 관계는 조선의 자주독립성을 전혀 훼손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역사교과서는 2000년 동안 외침을 이겨낸 민족적 자 주성을 지적해야 할 대목에서 중국의 예속국 또는 조공국이라는 표현을 집요하 게 고집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역사왜곡인 것이다. 이러한 역사왜곡은 한민족이 고대부터 독립을 제대로 유지한 적이 없었다는 식 민지사관에 근거하고 있다. 만약 이처럼 왜곡된 역사인식이 일본 청소년들에게 뿌리를 내린다면 미래 한ㆍ일 관계는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과거를 더 이상 거론하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일본이 스 스로 왜곡된 과거를 껴안고 가는 것은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문제점은 문제의 역사교과서가 전쟁의 역사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는 점이다. 동시에 전쟁에 관여한 인물을 영웅적으로 묘사하고 전쟁의 승리를 국가 발전과 연계함으로써 전쟁을 적극적으로 미화하고 있다. 어쩌면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 국가적 운명을 좌우했던 전쟁을 역사교과서가 강 조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전쟁의 원인과 목적에 대한 언급 없이 승리의 '영광'만을 강조하는 역사서술은 전쟁의 침략성을 은폐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이 진정으로 아시아 평화를 희망한다면 역사 속에서 평화를 구축하려는 노 력들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그것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를 가르쳐야 할 것이다. 당연히 전쟁의 서술에는 침략에 대한 반성적 내용이 들어가야 마땅하다. 주변국을 폄하함으로써 자국의 상대적 우월성을 입증하고 그 우월성을 계속된 침략전쟁의 '위대한' 승리를 통해 달성하였다는 식의 역사서술은 과거에 대한 단순한 왜곡을 넘어서서 일본이 지향하는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문제의 역사 교과서에는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군국주의 부활에 대한 염원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역사왜곡의 본질이 몇몇 용어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역사인식에 근거하 고 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가 간단치 않다. 굳어진 생각을 바꾸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평화를 원한다면 한ㆍ일 양국은 서로 역사인식을 바로잡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먼저 학계는 서로 인식 차이를 좁히기 위해 보다 활발한 연구교류와 인적교류 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 과정에서 좁혀진 견해가 상대방 학문에 반영돼야 비로소 양국은 공통의 역 사인식을 공유할 수 있다. 어쨌든 역사교과서는 학문적 성과의 반영물이기 때 문이다. 정부는 획일적이고 단선적 대책보다는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들과 다중적 채널 을 확보하면서 완급을 조절할 수 있는 다각적인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동시 에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역사교육이 죽으면 더 이상 일본과 역사왜 곡을 논할 근거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역사교과서 문제는 과거를 버리고 미래를 만들 수 없다는 교훈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조명철 (고려대 사학과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5. 4. 6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