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스톡옵션 설계 합리적 수준이어야
	2005-03-21
은행 스톡옵션 설계 합리적 수준이어야 좋은 제도의 성패는 제도의 채택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잘 운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최근 제기되었던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스톡옵션 부여 관련 사태는 좋은 제도의 합리 적 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스톡옵션 제도는 기업의 주인인 주주가 대리인인 경영자에게 미래 시점에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부여하는 일종의 인센티브 제도다. 임기제로 임명되는 경영자의 경 우 당장의 가시적인 경영성과에 대한 압박을 강하게 받게 되므로 이에 치우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히 존재한다. 따라서 스톡옵션 제도는 경영자가 단기적인 이익보 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영성과 개선에 전력하도록 유도하는 훌륭한 당근 구실을 할 수 있다. 최근 은행들의 주총시즌에 즈음해 경영진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가 과대하지 않느냐 는 주주들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은행은 상업성뿐만 아니라 공공성 도 중시되어야 한다. 민간기업에 비해 은행은 엄격한 자격요건을 필요로 하고 설립 을 허가제로 하며, 부실해지면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 경제는 소수 은행이 금융권을 주도하고 있기에 은행에 대한 우리 국민 관심과 기대 또한 매우 크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이번에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스톡옵션 부여와 관련해 논란이 일어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금융은 18조6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 돼 아직 11조5000억원의 미회수금이 남아 있는 은행이다. 그만큼 국민과 사회에 대 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다른 시중은행보다 더 크게 느껴야 하며 대다수 국민 정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선 스톡옵션 부여 결정과정을 살펴보자. 스톡옵션 부여는 전적으로 주주권한이고 주주총회의 승인 사항이다. 예보는 우리금융 지분 79%를 갖는 대주주인데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경영발전위원회에서 예보측 사외이사가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4대 3의 표결로 스톡옵션안을 통과시킨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좀 더 시간을 갖고 합의를 도출하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했다. 주식회사는 머릿수가 아닌 주식수에 따 라 의사결정이 행해지며, 대주주 의사를 무시한 것은 주주자본주의의 지배구조를 경시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스톡옵션 행사가격을 생각해보자. 스톡옵션의 도입 취지가 경영자의 경영 성과를 유도하기 위해서인 만큼 성과연동형 스톡옵션이 고정형에 비해 더욱 효과적 이며 금감원 또한 이를 지도안으로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번 우리금융은 고정형 스톡옵션을 채택해 행사가격을 주당 9282원으로 고 정시켰다. 이는 1만원을 웃도는 현재 주가보다도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최근 우리 금융 경영실적을 고려하더라도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톡옵션은 미래 주가를 올리는 것에 대한 인센티브이지 과거의 주가 상승에 대한 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스톡옵션 수량에 관한 문제다. 우리금융 최고경영자(CEO)는 연간 적지 않은 금액의 기본급과 활동수당을 받고, 또한 성과에 따른 성과급을 기본급의 200% 범위에서 받게 되는데 이와 별도로 3년 재직 후 스톡옵션 행사로 막대한 차익을 얻 게 된다면 이는 우리 사회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물론 유능한 CEO 덕 분에 1년에 수조 원의 경영성과를 얻은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이 정도 인센티브가 오히려 적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국민 세금으로 충당될 공적자금이 미납된 상황을 고려한다면 우리은 행 이사회에서 일반국민 정서상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조금 더 고려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금융 사태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일자 우리금융 CEO와 사외이사 전원이 스톡옵 션 반납 의사를 밝혔고,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관치금융의 재현이라고 비판하는데 이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스톡옵션 제도가 합리적 으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자율과 더불어 적절한 수준의 감시ㆍ감독이 필수다. 현행 증권거래법 제189조의 4 제7항에서도 금융감독 당국이 포괄적 건전성 감독 차 원에서 은행에 대해 지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합리적 스톡옵션의 권고내용이 아직 시행령에 규정되지 않은 점 그리고 증 권거래법에 따라 은행들은 정관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1% 범위에서 이사회 결의로 스톡옵션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는데 시가총액이 큰 은행의 경우 1%도 금액상으로 는 대단히 크다는 점은 향후 금융감독 당국의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번 우리금융 사태를 계기로 은행의 스톡옵션 설계가 좀 더 합리적 수준으로 정착 돼 더 높은 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찬표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5. 3. 2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