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성공하려면
	2005-02-25
신행정수도 성공하려면 위헌판결 이후 4개월간 표류하던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이 드디어 여야 합의로 확정되었다. 위헌판결의 취지를 반영하면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지키기 위한 타협안으로, 수도가 둘로 나누어지는 어정쩡한 형태로 타결되었다. 즉 서울이 갖는 수도로서의 상징성을 유지하기 위해 외교·안보 기능을 위주로 한 최소한의 부처를 남기고 경제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한 실질적인 정부기능(12부·4처·2청 및 31개 산하기관)을 이전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한마디로 서울은 수도로서의 상징적인 역할을, 연기·공주지역은 실질적인 행정수도로서의 역할을 나눠 갖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투표라는 정공법을 선택하지 않은 이상 이 정도의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자칫 무산될 수도 있었던 상황에 비하면 상당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이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도 연기·공주지역에 들어서는 행정도시의 자족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 고속철도의 개통으로 이전부처의 공무원들이 현지에 정착하지 않고 통근하게 될 경우 공무원의 경쟁력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며, 이는 국가경쟁력의 저하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 이전 부처의 공무원들이 현지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질 높은 교육·의료·문화 기능의 확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입학생이 줄어들어 문제가 되고 있는 지방 대학들이 이번 행정수도 이전을 계기로 관련 기능들과의 연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공공기관 이전이 이번 결정으로 위축되거나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정부부처의 이전만으로 수도권 집중이 완화되고 지역균형발전이 달성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결국 관련 부처와 업무 연관성이 있는 유관기관의 이전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노조의 반대 등으로 가능하면 이전하지 않으려는 공공기관을 설득하여 행정부처 이전의 시너지 효과를 어떻게 달성하느냐가 문제이다. 결국 이 문제는 해당 기관이 이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극대화해주어야 가능할 것이다. 즉 분야별로 행정·연구·산업이 한 지역에서 상호 연계될 수 있도록 특화하는 방안이 추진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정부는 행정부처와 공공기관의 이전으로 비게 되는 서울과 경기도의 재편에 관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사실 행정수도 이전이 암초에 부딪히게 된 큰 원인 중의 하나가 수도권 주민들의 반대였다. 당시 정부는 막연하게 서울 및 수도권을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도시로 재편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제 이전 부처가 확정된 이상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청사진을 그릴 때가 되었다. 특히 과천청사를 포함하여 이전하는 부처 및 공공기관의 부지를 중심으로 도시를 재정비하되 이를 각 도시가 개별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기존의 수도권정비정책 차원에서 일관성과 연계성을 가지고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수도권 재정비를 빌미로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수도권 규제 완화가 전폭적으로 시행되어서는 안된다.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이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아직까지도 정치권에서는 이번 합의를 편법·탈법을 이용한 변형된 행정수도 이전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다. 각 정당은 나름대로 이번 합의에 따른 정치적 득실을 계산하기에 분주하다. 어느 야당 대표는 “수도를 지킨 것이 분명하다”며 행정수도 이전의 본래 목적보다는 정치적인 성과를 우선시했다. 왜 국론분열과 천문학적 이전비용을 감수하면서 행정수도를 추진하려 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류중석 (중앙대 교수·도시설계학) 출처 - 세계일보 2005. 2. 25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