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같은 교육부총리를 바란다
	2005-01-25
스승같은 교육부총리를 바란다 며칠 전 중국 교육부를 방문한 적이 있다. 공식적인 모임이 끝나고 사석에서 만난 그곳 교육부의 한 관리가 내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 줬다. “요즘 우리는 대한민국의 교육부를 보며 놀라움을 금할 길 없습니다. 우선은 교육부총리 자리를 그토록 오래 비워 놓고 있다는 점이 놀랍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교육부 수장이 공석중인데도 대한민국의 교육은 어쩌면 그리 평온하게 잘 굴러가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웃 나라에서 곁으로 바라보는 중국 교육부 관리의 표정에는 분명 교육 수장 없이도 평온하게 돌아가는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을 부러워하고 있는 표정이 역력해 보였다. 그 동안 잦은 교육정책의 변화에 학생도 학부모도 학교도 나름대로의 면역이 생겨난 것일까? 아니면 교육자치제를 통한 스스로의 자활 능력이 길러진 때문일까? 사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누가 교육부총리가 될 것인지를 궁금해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교육부총리에 대한 무관심뿐만 아니라 교사·학생·학부모 가운데서도 교육부총리에 대한 기대나 희망을 갖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학급의 담임 선생님보다 더 자주 바뀌는 것이 교육부총리 자리”라고 했던가? 고작 1년 안팎의 수명을 누리는 교육계의 수장에게 관심을 가져 본들 무슨 희망이 있을 것인가 하는 체념적 현실이 마치 프랑스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상케 한다. 불행히도 현 정부의 내각 인선과 관련해 교육부총리의 인선이 그리 성공적이질 못했다. 정권 출범 당시부터 함께 출발점에 서지 못했던 자리도 교육부총리였고,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함께할 것이라며 뒤늦게 찾아낸 부총리도 1년을 채우지 못했다. 이후 전직 교육부 장관을 재등장시키는가 하면, 그가 정작 의욕을 가지고 일을 추진할 즈음에 57시간30분짜리 후임 교육부총리를 창출하는 허점을 남기기도 했다. 그래도 최근 며칠 동안 논란을 불러일으킨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장관을 모면한 것만은 천만다행으로 여겨진다. 전임 안병영 장관은 “취임후 하루하루를 1000날처럼 힘겹게 보냈다”는 고백을 했다. 이 땅에서 교육부 장관의 직무를 수행한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학부모의 교육열과 전 국민의 교육 현장에 대한 해박한 지식, 그러면서도 자녀 교육과 관련해 가슴에 한을 지니고 살아가는 이 나라에서 교육의 수장 자리는 참으로 어려운 자리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우리 교육계는 그 동안 너무 깊은 감정의 골이 패어 버렸고 그 골마다 각종 교육단체들이 드센 입김을 내뿜고 있으니 말이다. 이와 같은 현실을 고려한다면 다른 부처의 장관과는 달리 교육부총리만큼은 제발 ‘큰 스승’으로 추앙받을 만한 인물이 추대됐으면 좋겠다. 한 나라의 부총리란 직위도 그렇거니와 타 분야에 비해 늦은 정년과 보수 성향이 강한 교육계의 특성상 연령 면에서도 어르신이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교육정책은 오랜 경험을 지닌 교육부의 행정 관료들과 다양한 교육계의 자문위원들로부터 나올 테니까 말이다. 바라건대, 차기 교육부총리 인선이 교육적 잣대가 아닌 정치적 잣대로 이뤄지질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차제에 대학 개혁의 적임자를 부총리로 고르겠다는 생각도 접었으면 한다. 대학 개혁이 차기 교육부총리의 역점 과제가 될 수는 있겠으나 그 자리는 유치원 교육에서 대학원 교육에 이르기까지 한 나라의 총체적 교육정책을 보듬어야 할 자리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교육감 선출 방식을 놓고 주민 직선제 방식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차라리 이 참에 교육부총리도 임기가 보장된 국민 선출제로 방향을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해 본다. 오성삼 (건국대 교육학 교수, 건대사대부고 교장) 출처 - 문화일보 2005. 1. 25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