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자본 공정경쟁을 위하여
	2005-01-21
국내외 자본 공정경쟁을 위하여 작년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직접투자는 127억달러에 달했다. 지난 몇 년에 비해서 크게 는 것이다. 국내 투자가 부진해서 경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경제에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우리 기업들은 최근에 국내 투자를 꺼리는 반면에 중국, 미국 등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 그로 인해 국내에서는 실업이 느는데 우리 기업은 외국의 일자리와 외국인의 소득을 늘리고 있다. 과거에는 국민총생산(GNP)을 주요 경제지표로 여겼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우리 국민, 우리 기업의 생산 활동을 모두 합친 것을 말한다. 그러나 요즘은 국내총생산(GDP)을 중요시한다. 우리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국내에서 투자하고 생산하면 그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글로벌시대에 우리 기업, 외국 기업을 따지고 토종 자본, 외국 자본을 차별하는 것은 점점 무의미해지는 것 같다. 누구나 우리나라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우리의 소득을 늘려주면 고마운 일이다. 외국 자본이 국내에 들어오면 그에 따라 전문 인력과 첨단 기술, 경영 노하우 등이 묻어 들어온다. 외국 기업의 진입으로 국내 시장에서 경쟁이 촉진되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그 때문에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 미국, 유럽연합(EU)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한다. 우리가 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고 동북아시아 경제 중심이 되는 것도 외국인 투자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유치하느냐에 달렸다. 그러나 최근에 외국 자본이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을 매수하고 외국인의 지분이 크게 늘어나자 이를 경계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예컨대 제일은행을 인수했던 뉴브리지캐피탈은 5000억원을 투자해서 5년 만에 2.3배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고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매각했다.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매입이나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때마다 외국 자본에 우리 기업을 헐값 매각함으로 막대한 국부 유출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있다. 또, 외국 은행에 국내 금융시장을 내주고 토종 은행이 어려운 경쟁에 직면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이 외국 자본에 대한 차별적 시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외국 자본의 긍정적 효과가 극대화되고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반면에, 최근 정부는 외국인이 은행 임원이 되려면 국내 거주자여야 하고 금융기관 이사의 과반수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의무화하는 등 은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비금융주력자 및 외국인의 은행주식 보유한도 초과에 대한 요건도 엄격히 적용할 방침이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외국계 투자펀드를 증권시장에서 불공정거래 혐의로 조사한다.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외국계 투자펀드와 치열한 경영권 경쟁을 벌였다. 이러한 경쟁은 자유롭고 양측이 똑같은 여건 아래에서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금감원은 국내 기업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의 불공정 거래도 엄정하게 감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일부 외국인 투자자는 이러한 움직임과 관련, 한국이 외국 자본에 대해 배타적·보호주의로 선회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의 감독 강화는 오히려 외환위기의 절박한 상황에서 외자 도입을 촉진하고 자본시장 개방을 추진하기 위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금융 감독을 제대로 하자는 것에 불과하다. 외국 자본은 환영한다. 그러나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시장에서도 거래 질서는 지켜야 한다. 그뿐 아니라 외국 은행도 본국에서와 같이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중소기업 대출, 서민 금융 등에 재투자함으로써 지역사회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외국인 투자자라고 해서 국내 시장에서 무임승차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결론적으로, 금융 감독은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에 대해서 무차별적이고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 또한, 글로벌 시대에 경쟁 여건도 국제 기준에 맞춰야 한다. 시장을 개방할 때, 외국 기업에 대해서 내국민 대우를 할 뿐만 아니라 자국 기업에 대해서도 상호주의가 적용돼야 한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5. 1. 2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