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2기 대북정책
	2005-01-21
부시 2기 대북정책 20일 출범한 제2기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세계의 관심과 기대 및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초강대국인 미국의 외교정책은 급격한 변화보다는 대외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재조정해 나가는 측면이 강하며, 초당적 성격을 띤다. 부시 2기 행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측근 라이스의 국무장관 내정,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유임 등으로 보수 성향이 돋보인다. 이 같은 면모를 볼 때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급변하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부시 2기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보수 성향을 계속 유지하면서 지난 4년간의 국내외 환경 변화와 독자적인 능력의 한계, 시행착오, 국내외 비판여론 등을 감안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미국의 제도와 가치를 중시하면서, 실리적 외교 노력을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지난 18일 라이스 국무장관 내정자는 상원 인준청문회 증언에서 1기 행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존중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외교라고 강조하면서, 주변국을 인정하고 공존을 추구하면서도 미국식 민주주의 확산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했다. 이에 따라 북핵의 평화적 해결과 열악한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한 대북 압박외교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스 내정자는 북한을 이 세계에 잔존하는 ‘폭정의 전초기지’, ‘공포와 굶주림의 사회’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민주주의 확산과 인권 존중 차원에서 북한을 관리해 나가겠다는 체제 전환 의사를 밝혔다. 부시 대통령도 집권 2기 대외정책의 화두로 라이스 내정자의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발언과 같은 맥락인 ‘자유의 행진’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듯 부정적인 대북 시각과 평가는 북한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며, 앞으로 북미 관계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그렇지만 미국은 이라크 문제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고, 북한은 미국의 적대정책과 경제난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미·북 양자 간의 협상을 통한 대결국면 타개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 자체를 거부하지 않으며, 라이스 내정자도 6자회담을 혁신적 창안으로 높이 평가하고, 다자 틀 안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하겠노라고 선언했다. 그는 북한을 선제공격할 의도가 전혀 없고, 다자 안전보장에 미국 참여를 밝히는 등 외교적 노력 강화를 강조했다. 리비아식 모델의 수용을 단호히 거부하는 북한에 대해, 미국은 북핵의 평화적 해결과 군사적 위협이라는 강온 정책 병행과 더불어 추가로 저강도 압박 수단인 ‘인권외교’를 동원하여 북한의 현실적·전략적 결심을 촉구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북한은 신년사에서 이와 관련해 전쟁 위험 증대를 경고한 데 이어, 지난 19일 평양방송은 미국의 인권외교를 가리켜 북한을 압살하기 위한 야망 실현이라고 신랄히 비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주의와 자유를 확산하기 위한 부시 행정부의 기조와 북한인권 문제 제기는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 원칙 및 한국의 화해협력 정책과 심각한 충돌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시 행정부의 이 같은 외교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과 언론매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부시 행정부에 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외교정책을 주문하고 있다. 이제 미국과 북한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보다 진취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부시 2기 행정부가 ‘자유의 행진’이라는 모토를 내세우고 있어 앞으로 북핵 문제는 더욱 험난한 여정이 예상되지만 평화적 해결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전인영 (서울대교수.국제정치학) 출처 - 세계일보 2005. 1. 2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