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올인'의 신뢰기반 구축하라
	2005-01-18
경제 '올인'의 신뢰기반 구축하라 최근 우리 경제는 유례없는 침체 속에 성장 엔진이 꺼지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3%대의 해거리 저(低)성장이 반복되면서 성장탄력이 둔화되고 있다. 집권 3년차인 올해 대통령 연두회견의 화두도 ‘경제’였다.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를 경제 살리기와 선진경제 기반 구축에 두고 있다. 경제 살리기의 하나로 올해 예산의 50%에 해당하는 100조원을 상반기에 집중 투입하고, 7조원 정도의 종합투자계획(뉴딜)도 조기에 집행할 예정이다. 선진경제의 비전으로 2008년에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서비스산업의 업그레이드도 제시했다. 시장개방을 통해 지식 및 교육·의료 서비스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경제 ‘올인’ 의지를 밝히고 또 국민들도 귀를 기울이는 까닭은 그만큼 경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올해는 반드시 지난 2년간의 정책 난맥상과 엇박자를 청산해야 한다. 경제활성화 의지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경제 ‘올인’을 뒷받침할 신뢰기반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내놓은 경제정책을 실천시킬 구심체로서 경제협의체 운영이 필요하다. 경제협의체가 사회적으로 신뢰를 모을 수 있는 정책이행 프로그램의 타임테이블을 짜서 제시해야 한다. 또한 정책수립 및 집행과정에서 불거질 갈등과 마찰을 조정하고, 정책을 둘러싼 이념적 논쟁이나 여야 간 정쟁의 소지를 줄일 완충기구의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한국형 뉴딜정책은 시장원리에 맞게 실행돼야 한다. 경제회복에 대한 조급증에서 정부 잣대에 따른 자금 쏟아 붓기 식으로 접근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념적 잣대가 아닌 투명한 시장 잣대 위에서 수익성과 사업성을 따져 효과가 가시화될 수 있는 대상을 엄선해야 한다. 90년대 장기침체에 빠졌던 일본과 이탈리아가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정부 주도적인 경기부양정책을 실시한 결과, 막대한 국가부채만 누적시킨 실패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책 시행에 앞서 규제의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지만 지금까지 실질적인 규제개혁 수준에 접근해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경제활력 회복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증대가 가장 핵심적인 요소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최근 조사결과에 의하면 국내 200대 기업들이 올해 설비투자를 20% 이상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실제 투자실행 여부는 투자 걸림돌을 얼마나 제거해 주느냐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출자총액규제 자산규모(5조원)를 상향조정하거나 출자한도를 높이는 방안이나 집단소송제 남발을 조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등 당장의 투자 불확실성을 적극적으로 걷어내는 노력과 성과를 보여야 할 것이다. 넷째, 경제 ‘올인’의 과녁을 경제회복력의 복원에 맞춰야 한다. 90년대에는 평균 3년 동안 지속되었던 경기상승 국면이 최근에는 1년 정도로 단축되고 있다. 경제회복이라는 결과적인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경제회복력이 보강되지 않는다면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1년 후 경제는 또다시 침체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경제회복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보다 큰 틀에서 해결해야 한다. 예컨대 가계부채 문제, 중소기업 기술개발, 노사대립구조, 경제 양극화, 교육 문제 등 경제회복과 성장탄력을 둔화시켜 왔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근본적인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올해는 정치권과 정부, 노사 모두가 균형감을 되찾고, 지난 2년간 사로잡혀 왔던 편견과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 경제활력을 회생시킬 통합적인 리더십이 발휘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준영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출처 - 조선일보 2005. 1. 18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