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관계 냉정하게 성찰할 때
	2005-01-17
韓·中관계 냉정하게 성찰할 때 우리 국회의원들이 베이징에서 탈북자 문제에 관한 기자회견을 가지려다 중국 공안당국에 의해 저지당한 사건이 문제의 본질을 떠나 외교 분쟁으로, 그리고 국민감정의 대립이라는 한중 양국 모두가 원치 않는 상황으로 비약될 우려를 낳고 있다. 양측이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고, 사전에 최소한의 협의와 신중함이 있었더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충돌이었다는 아쉬움이 크다. 이번 사건으로 한중 양국 정부는 물론이고 탈북자들조차 예기치 못한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중국정부는 세련되지 못한 대응으로 이른바 ‘책임감 있는 대국’이라는 새로운 국가 정체성 모색 시도에 스스로 먹칠을 한 상황에서 선뜻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한국정부 역시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악화된 국민들의 대중 감정과 국익 사이에서 엉거주춤하고 있다. 그 와중에 탈북자들은 본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오히려 최대의 피해자가 될 수 도 있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해법은 오히려 이번 사건의 출발이자 본질인 탈북자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양국이 머리를 맞대는 공동노력에 있음을 한중 양국 정부와 국민이 상기하는 데서 찾아질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탈북자 문제는 최근의 중국 동북지역 등 국내 소요의 확산, 대국으로서의 새로운 국제적 이미지 창출 시도, 그리고 북한 체제안정 문제와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목의 가시처럼 민감해 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북한인권 법안 제정으로 그 민감성은 절정에 있다. 따라서 한중 양국이 이번 사건을 사안 자체의 시시비비와 명분에 집착하기보다는 문제의 단초인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 보다 근원적으로 접근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발전적 방향으로 승화시켜 간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중관계가 직면한 현실을 냉정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한국과 중국은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오해를 하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오해는 수교 이후 지난 10여년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룩해 낸 눈부신 관계 발전이 초래한 착각에 기인하고 있다. 이해와 신뢰가 미처 축적되지 않은 양적 성장으로 인해 일상적 갈등조차 해소할 수 있는 경험과 통로가 부재한 취약한 관계가 양국이 직면한 현실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중국의 반응은 분명 거칠고 지나친 것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반응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중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단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중국은 개혁 개방 20여년의 과정을 통해 세계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으면서도 국제규범과 원칙을 수용하는 데는 다분히 선택적이며, 여전히 강한 국가주의적 속성을 거칠게 표출해 오고 있다. 둘째, 한중 양국은 이해관계의 충돌이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예컨대 이질적 체제, 분단 상황, 지정학적 특성, 경제적 경쟁관계 등의 이유로 인해 환경·어업·무역·북핵·안보 전략·영토·민족, 그리고 탈북자 문제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이고 첨예한 갈등요인을 내재하고 있다. 요컨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실은 그러한 갈등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구조와 체계를 마련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는 중국과 어떠한 모습으로 공존해 갈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조차 상정되어 있지 않다. 무조건적으로 갈등을 회피하려는 조용한 외교도 현실성이 없지만, 분명한 전략과 대책이 전제되지 않은 충돌과 감정적 대응은 더욱 우리의 입지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중국과 어떠한 관계 설정을 지향해가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방향성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더불어 이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내적 공감대를 형성해 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동률 (동덕여대·중국정치) 출처 - 세계일보 2005. 1. 1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