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관계법, 歷史의 후퇴
	2005-01-04
언론관계법, 歷史의 후퇴 2004년은 한국 자유민주주의 역사에 오욕의 해가 아닐 수 없다. 12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언론 관계법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이며 절대적 가치인 언론자유가 정략(政略)의 산물로 전락한 마당에 새삼 민주주의를 거론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언론은 정치권력에 끊임없는 유혹의 대상이다. 모든 정부와 권력자는 비판을 싫어한다. 그들의 말을 잘 듣는 언론만이 남기를 원한다. 그들은 언론을 손아귀에서 마음대로 주무를 수만 있다면 아주 편하게 권력을 행사할 것이란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정치권력은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언론자유를 신장시키기위해서보다 언론의 감시·비판 기능을 조종·탄압하기 위해 각종 법률과 제도를 만든다. 그래서 세계 언론의 역사는 정부와 정치권력의 압제로부터 자유와 독립을 쟁취하려는 투쟁의 역사이다. 선진국들의 역사는 언론자유가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임을 입증한다. 새 신문법과 언론피해구제법 제정의 목적과 의도는 국가권력에 의한 언론의 간섭과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신문법의 핵심인 시장 점유율 규제는, 정치권력이 국민의 여론 형성을 직접 다스리겠다는 욕망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1개 신문이 전체 시장의 30%, 3개 신문이 60%를 차지하면 안 된다는 논리가 어느 나라에서 통하고 있는가? 이는 언론기관에 대한 통제를 넘어서 언론에 관한 국민의 자유스러운 선택마저 통제하겠다는 반민주적 발상의 결과이다. 언론중재위원회를 강화하는 언론피해구제법 역시 세계의 흐름과는 너무 동떨어졌다. 전두환 정권이 만든 언론중재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기관이다. 언론자유를 위협할 소지가 많아 존폐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그런데도 중재위가 독자적 판단에 따라 국익 등을 침해한 보도에 대해 시정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능을 강화한 것은 정부의 언론 견제 의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국익’이란, 국민의 눈과 귀를 피하기 위해 정부가 조자룡 헌 칼 쓰듯 마구 사용하는 변명거리가 아닌가. 세세한 내용의 정당성과 당위성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언론법 제정 자체가 언론자유에 반하는 것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나라에 따라 언론법의 존재와 역할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탄압과 통제로 얼룩진 한국의 언론자유의 역사는 언론 관계법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어떤 당위성도 쉽게 수용할 수 없게 만든다. 정치권력은 언제나 언론을 손봐야 할 대상으로만 여겨왔다. 언론은 정권이 내민 각종 당근으로 타락했다. 언론은 도덕성·겸손함·준법정신을 상실한 채 권력에 타협하거나 굴종했으며 당파적·정파적·계급적 이익의 편향된 전달자로 전락했다. 정권은 타락한 언론을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각종 법률과 제도로 통제와 조종을 강화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새 언론법이 한국에서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또 다른 족쇄가 될 것임을 생생하게 가르쳐 준다. 우리 사회에는 언론자유를 민주주의의 사치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정보와 사상의 자유스러운 소통과, 정부와 정치권력에 대한 두려움 없는 비판 속에서만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세계적 상식’이 이땅에선 보편화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언론이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표시할 정도이다.언론자유를 진정으로 보장하는 법률이 제정되어도 오해가 생길 판에, 통제 의도가 명확한 새 법이 제정되는 상황은 우리 사회 언론자유 수준의 부끄러운 단면이 아닐 수 없다. 분명한 정치목적에 따라 법을 제정한 집권 세력은 그렇다고 치자. 언론자유를 흥정과 타협의 대상으로 삼은 한나라당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그들에게 언론 관계법은 다른 개혁법안의 저지를 위한 희생양일 뿐이었다. 언론자유의 미래 역사는 집권세력은 물론 야당에도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다. 정치적 목적과 의도로 언제든지 언론자유를 희생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존재하는 한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암담할 뿐이다. 손태규 (단국대 교수·언론학) 출처 - 조선일보 2005. 1. 4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