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 불가피하다
	2004-12-30
대학 구조조정 불가피하다 한국의 대학은 양적인 성장 면에서 세계적 기록을 보유할 만하다. 대학의 숫자뿐만 아니라 학생 수와 교수의 증가 면에서 그렇다. 광복 직후 19개에 지나지 않던 대학이 지금은 전문대학을 포함해 358개교나 된다. 특히, ‘대학설립준칙주의’가 시작된 1995년 이후 해마다 4개의 새로운 4년제 대학이 출현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졸업자의 81.3%가 대학에 진학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일본의 진학률 49.1%와 미국의 63.3%에 비교하면 놀랄 만하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추구하는 교육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가 2012년까지 대학진학률을 50%로 끌어올리는 것이라 하니 고등교육에 관한 우리의 양적 성장이 세계 최상위란 표현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그런데 국내 대학들의 외형적인 성장 속도와는 달리 교육의 질 관리 측면에서는 초라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국내 대학의 국제경쟁력이 조사대상 60개국 가운데서 59위라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보고서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사실 국내 대학들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정으로 얽혀 있는 우리 사회의 특성상 의견만 무성했을 뿐 추진력이 미미했던 게 사실이다. 이번에야말로 교육부가 의지를 가지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나설 모양이다. 제발 이번만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대학을 세우도록 인가해 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통폐합이라니, 무슨 정부 정책이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느냐”며 일부 대학들로부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부가 나서지 않아도 이미 국내대학의 구조개혁은 피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직면했다는 진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급감하는 대학 진학 인구의 감소와 대학 교육의 질적 저하 문제가 구조개혁의 불가피성을 말해준다. 현재의 낮은 출산율을 감안하면 2021년에는 현재 66만명에 이르는 대학 신입생이 42만명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하질 않는가? 일부의 주장대로 “신입생 숫자가 줄어도 대학들이 알아서 교육만 잘 시키면 될 일 아닌가? 굳이 정부가 나서서 대학의 구조개혁을 주도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국내 대학들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신입생 부족 현상이 대학의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부실 교육을 초래할 것이 뻔한데, 교육부가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어 보인다. 이웃 나라 일본은 이미 국립대학 재건을 명분으로 2002년 101개에 이르던 국립대학을 2년 만에 89개로 통폐합했고, 중국은 국내 100개 대학을 선정해 세계 일류대학으로 중점 육성한다는 취지 아래 1992년 733개에 이르던 대학을 2002년까지 288개로 합병한 상태다. 이와 같은 주변 국가들의 대학 구조개혁 선례들이 국내 대학의 구조개혁에 탄력을 실어주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핵심적 기능은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지원과 지휘감독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오늘날 모든 나라에서 대학 교육의 질은 그 나라의 국운이 걸린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대학의 구조개혁이 그리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특히, 구조개혁이 거론되는 대학들의 경우 학생과 교수는 물론, 지역사회와의 이해관계 등이 엄청난 저항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내 대학의 구조개혁이 앞으로 국제경쟁력을 지니게 하려면 일본의 경우처럼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는 ‘대학평가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한 걸음 더 나아가 국제적 평가기준을 국내용으로 개발해 이를 수용하는 대학들에 대한 별도의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오성삼 (건국대 전 한국평가학회장) 출처 - 문화일보 2004. 12. 30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