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성교육, 옳은 방향이다
	2004-12-27
수월성교육, 옳은 방향이다 우리가 고교평준화제도를 시작했던 1970년대에 이미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수월성(秀越性)교육이라는 시각에서 영재교육을 시작했다. 미국은 1930년대부터, 사회주의권의 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은 1950년대, 중국은 1978년, 이스라엘은 1973년,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국가들도 1970년대부터 영재교육을 시작했다. 세계 각국에서 고부가가치의 지식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창의력과 리더십을 갖춘 고급두뇌의 양성을 절실하게 느낀 시기는 우리보다 적어도 30년은 앞선다. 수월성교육과 영재교육 면에서 우리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아직 시작하지 않은 일본에 비하면 이른 셈이다. 최근 일본 언론들은 우리나라 영재교육을 경쟁적으로 취재·보도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부산과학영재학교와 민족사관고등학교 등이 탁월한 영재들을 길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월성 교육 대상자를 상위 5%로 발표한 것은 선진 대부분의 나라에서 영재교육 대상자를 상위 5% 내외로 규정한 것과 비교적 일치하는 수준이다. 미국은 1970년대에 영재교육을 상위 3~5% 학생으로 시작했으나, 1988년 이후 3~15%까지 확대하였고, 이스라엘은 상위 3%는 물론이고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미성취 영재들도 별도로 발굴하여 교육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그동안 0.3%만이 영재교육 대상자였다. 교육부에서 이번에 상위 5%로 대상자를 정한 것은 세계적인 추세에 잘 맞는 방향이다. 수월성 교육에서 가장 큰 이슈는 소위 우열반 가르기를 해야 하는가이다. 평준화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 등 여러 나라 학자들은 집단편성이 영재들의 능력계발에 기여하는가로 논란을 벌이면서, 별도의 집단편성이 우수학생들의 성취도 향상에는 기여하지만, 자신감이나 리더십을 키우는 데는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별도의 집단편성이 학생들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논란에 언제나 휘말려든다. 그래서 영재학교를 제외하고는 방과 후, 주말, 방학을 이용한 프로그램 형태로 영재교육을 해왔다. 이제부터라도 학교교육에서 집단편성에 따른 ‘위화감 쟁점’에서 벗어나 모든 아이들의 ‘잠재력 최대 계발’로 교육적 시각을 바꿔야 할 때다. 수월성 교육의 성공여부는 교원의 전문성에 달려 있다. 중국의 영재교육 담당 교원은 우리나라 대학교수들이 한 대학에서 평생 근무하는 것과 같이 특정 영재학교에만 소속되어 근무한다. 미국은 주(州)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자격증제도나 인증제도로 영재교육 담당교사들을 양성하고 지역교육청이 임용, 배치한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영재교육 담당 교사제도가 없다. 일반 교사들이 연수를 받아 영재교육을 담당하다가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된다. 이래서는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어렵다. 빠른 시일 내 순환근무제를 보완해 영재교육 전담 전문교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 ‘일반 학생’들의 지식과 기능 수준은 미국 ‘영재 학생’들과 비슷한 반면, 우리나라 ‘영재 학생’들의 창의성과 리더십 수준은 미국 ‘일반 학생’ 수준과 비슷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런 문제가 우리의 영재교육과 수월성교육의 초점을 창의성과 리더십 계발에 두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수월성교육이 성공하려면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함께 창의성과 리더십을 반영하는 대입전형 방법 도입이 필수적이다. 수월성교육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수월성교육 종합대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의 체계적인 준비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며, 나아가 학부모·교사·학생들의 폭넓은 이해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박성익 (서울대 교수·교육학) 출처 - 조선일보 2004. 12. 24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