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제 살리려면
	2004-12-20
새해 경제 살리려면 정부는 내년 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고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 혔다. 그러나 경제부총리의 이 같은 다짐에 왠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올해 초에도 5%대 성장은 문제없다고 말해온 정부였지만 성장률은 결국 4%대에 머물렀다. 올해 거시경제 운용의 중점 목표가 `투자 활성화를 위한 일자리 창 출`이었다. 그러나 민간 투자는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고 청년실업률은 지난달 현재 7.3%에 달한다. 권위 있는 민간ㆍ외국 연구기관들이 내년에는 우리 경제가 더 어렵고 4% 성장 률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경기회복 대책이 시급하다. 내년 경제회생의 변수는 기업 투자 활성화와 더불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중인 민간 소비가 회복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내수가 빨리 회복되지 않으면 내년에는 2003년 의 3.1% 성장률 수준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부족한 민간 수요를 보충하기 위해 내년에 효율성 있는 투자사업 부문을 선정 한 뒤 정부 지출을 확대하는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 특히 단기적인 경기 대책 과 더불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 정책이 함께 추진되지 않으면 안된 다. 아울러 건설 경기와 부동산 시장도 내년 경기회복의 변수로 꼽을 수 있다. 특 히 부동산 가격 급락은 가계의 자산가치를 낮춰 소비 위축을 가져오고 금융기 관의 부실 채권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적인 연쇄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가지 명심할 점은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가 무작정 개입하면 경제 체질이 약해진다는 사실이다. 경기 순환구조상 불황 기조가 생산성이 낮은 인력과 기 업을 퇴출시키고 신규 노동력과 신기술을 지닌 기업이 새롭게 시장으로 진입하 도록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고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원활하도 록 지원할 수 있는 꾸준한 구조 개혁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수한 인력 개 발과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통한 지속적인 기술 혁신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잠 재력을 높여가야 하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2005년 새해는 대외 경제여건의 불안 요인에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무엇 보다도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환율 전망은 조금씩 엇갈 리고 있지만 올해의 달러 약세 추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 다. 미국의 2004년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4%로 유사 이래 최고 수 준이다. 적자의 지속적인 누적을 염려한 투자자들의 달러표시 금융자산 수요가 감소하면 달러 가치는 앞으로 더 하락할 것이다. 환율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한 속도 조정은 필요하지만 과도 한 외환시장 개입은 피해야 한다. 전세계적인 달러 약세 추세 아래서 우리 정 부만의 개입으로 특정한 환율 수준을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신뢰성 없는 높은 수준에서 환율을 지지하려는 개입 정책은 시장 참가자들의 환율 하락에 대한 기대를 높여 오히려 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 원화절상 국면에서 과도한 개입은 달러의 지속적인 매입으로 외환보유액을 적 정 수준 이상으로 늘리고 이로 인한 통화량 증가를 환수하기 위한 통화안정증 권의 추가 발행으로 통화정책 운용에 부담을 주게 된다. 물론 원화절상은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화 가치가 우리 무역상대국 통화에 대비해 평균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가 약 1%포인트 낮아 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물가 하락은 실질소득 증가와 수입 자본재의 가격하락으로 소비와 투자를 늘리 는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다. 또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낮추는 확대 통화정책 을 쓸 수 있는 여지를 높여준다. 원화절상을 피할 수 없다면 오히려 우리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는 노 력이 필요하다. 인위적인 환율 지지로 수출기업을 지원하기보다는 환위험 변동 성에 대한 헤징 능력을 높이고, 수출 상품의 품질 개선으로 경쟁력을 높여 나 가야 한다. 우리 경제의 큰 과제는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이 너무 낮다 는 것이다. 따라서 내수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만 경제 전체의 성과가 환율 변 화에 너무 좌우되지 않는다. 2005년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예측하지 않은 또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는 항상 최선의 경제 정책을 예비 하고 있다는 신뢰감을 제공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만 들어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출처 - 매일경제 2004. 12. 20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