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협상 채찍도 필요하다
	2004-12-13
北核협상 채찍도 필요하다 미국 대선이 끝나고 부시 행정부 2기의 외교안보 진용이 갖춰지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전열이 가다듬어진 느낌이다. 이 과정에서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 결할 것인가를 놓고 관련국간의 샅바 싸움도 치열했다. 해외 순방 기회를 이용 한 노무현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 공식매체를 통한 공개된 북한의 주장 그리고 다양한 경로를 통한 미국의 의견 표명 등이 그것이다. 3자회담과 6자회담 등 대화와 협상이라는 해법에 주어졌던 지난 2년여 기간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6자회담이 분명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협상의 앞날도 불확실함을 감 안할 때 북핵 문제는 2005년에 분수령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내년 초에 개최될 제4차 6자회담은 북핵 문제의 향배를 결정지을 중요한 회담이 될 것이다. 이 회담에서 타협 가능성이 보인다면 회담이 계속되 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북핵 문제는 유엔 안보리로 회부되는 절차를 밟게 될 가 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단 북핵 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상정된다면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그리 많지 않다. 안보리에서는 북핵 문제를 핵비확산 체제를 훼손한 국제적인 안보 위협이자 대테러 전쟁의 주요 목표로 간주하고 국제사회의 엄격한 잣대로 다룰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제4차 6자회담이 개최되는 시점까지가 우리 나라가 북핵 문제 해결의 향배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호기라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해결`을 북핵 문제 해결의 첫 번째 원칙으 로 간주해 왔다. 우리 정부는 또한 북한이 핵을 포기했을 경우에 얻게 될 이익 에 대해 구체적인 제안을 해왔다. 대북 인센티브 제공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란 점에서 합리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론이 제기되는 것은 지금까지의 이러한 전략이 문 제 해결에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면 국제 적인 요구와 상식에 부응하면서 우리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준마를 잘 달리게 하기 위해서는 당근만 주어서는 안 된다. 가만 있어도 당근 을 먹을 수 있다면 굳이 애써 달리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에 도 이러한 논리가 적용된다. 북한 정권을 다루는 데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상식이 되어 있다. 이는 제네바 협상에 참여했 던 미국 민주당 인사들이 대북협상에서 얻은 최고의 교훈이기도 하다. 북한의 핵폐기 단계에 맞춰서 제공할 수 있는 당근으로는 우선 전력ㆍ에너지 제공, 개성공단 활성화와 유사 공단의 추가 설립을 생각해볼 수 있다. 현 시점 에서 북한에 가장 절실한 것은 에너지와 공장이기 때문이다. 또 농수산업의 구조적인 개혁과 도로ㆍ철도ㆍ통신 등 기간 산업망 복구에서도 우리는 북한에 자원과 노하우를 지원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핵무기 폐기, 핵시설 해체 등에 필요한 비용과 기술 제공도 우리가 담당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았을 경우에 입게 될 손실에 대해 서도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한국이 북한에 대해 어떠한 손실을 어 떤 방법으로 가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단계적인 계획, 즉 채찍을 마련해야 한 다. 정부가 이런 계획을 마련하고 북한에 통보하는 것 자체가 채찍을 행사하는 것에 해당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에 사용할 채찍의 사례로는 기존의 대북지원 및 남북 교류협력 프로그램에 따라 북한으로 유입되는 자본과 물자의 양을 줄 이고 남북한간 접촉 수위와 규모 및 빈도를 조절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진행될 대북 압박조치에 동참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조치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채찍의 강도를 높여나가는 방안을 강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에 대해 채찍을 행사하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의 충분조건이란 점에서 합 리적이다. 당근과 채찍을 병행할 때에만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지는 것이며 온전 한 대북협상 전략이 수립될 수 있다. 채찍은 북핵 협상의 효과적인 진행과 한 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가능하게 만드는 우리의 중요한 자산이다. 채찍은 대화과정에서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채찍의 구사가 대화 중단을 초래 한다는 것은 기우다. 정부는 제4자 6자회담이 열리기 전에 대북특사를 파견, 그 동안 우리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많은 인내심을 발휘해 왔음을 상기시키고, 유엔 안보리 상정시 야기될 수 있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에 제공될 당근과 함께 핵 포기를 거부할 경우에 한국이 구사할 수밖에 없는 채찍의 구체 적인 내용을 통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출처 - 매일경제 2004. 12. 11 테마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