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과 북한 형법
	2004-12-10
국보법과 북한 형법 사람에게 생명권이 중요하듯이 국가와 국민에게는 존립과 안전이 최우선의 명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생명’은 과연 안전한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일부 낙관론이 없지 않으나, 북한의 핵문제를 비롯하여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은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적인 중론이다. 게다가 북한이 우리 내부에 자신들의 추종세력을 양성하고 자유민주체제를 위협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는 증거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바로 얼마 전 탈북자를 붙잡아 간첩으로 내려보낸 일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이렇듯 대한민국의 ‘생명’이 위협받는 현실에서 국가보안법이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우리의 자유민주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제1의 ‘사상적 무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북한이라고 다르지 않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체제 유지를 위한 수단을 갖고 있다. 노동당 규약이 북한 헌법과 형법에 앞서는 효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북한을 법치국가라고 할 수는 없으나, 법체계를 통해 주민들을 통제하는 것은 여타 국가들과 다르지 않다. 그런 북한이 지난 4월 형법을 대폭 개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이 개정한 형법에서 사상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내부의 사상적 토대를 굳건히 하기 위해 자신들의 안보형사법, 즉 ‘사상적 무기’를 한층 강화한 것이다. 반면 대한민국의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며칠 전 야당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면서까지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의 ‘날치기 상정’을 시도했다. 결국 불순한 시도가 법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무위에 그쳤다고는 하나, 이를 지켜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국민 대다수가 폐지를 반대하고 있고, 국가보안법의 실무부처인 법무부와 국정원조차 그 폐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통상 거치는 ‘당정 협의’ 절차마저 생략했다.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가 국가보안법 폐지에 사활을 거는 태도는 말 그대로 ‘목숨을 건’ 것 같다. 적군이 전열을 정비하고 무기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여당과 정부는 무장해제에 정권의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무엇에 쫓기기라도 하는 것일까. 더구나 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소위 ‘형법 보완 방안’을 내세우며 국민을 꼬드기고 있다. 여당의 형법보완 방안은 북한과 연계한 간첩행위, 친북공산활동 등에 대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죄형법정주의와 관련한 문제점도 많다는 것이 다수 법률 실무가들의 견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법보완 방안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홍보하는 열린우리당의 행태는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다. 일단 반대 여론을 무마하여 국가보안법을 폐지한 후 그에 따르는 법적 공백이나 혼란은 책임지지 않겠다는 발상에 불과한 것이다. 필자를 포함하여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단 하나다. 어디까지나 우리 국가안보의 사상적 근간을 튼튼히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도의 법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자는 것도,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자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는 그저 우리의 자유민주체제를 전복하려는 세력과 그들의 불순한 책동을 효율적으로 막아내고 우리를 지켜줄 최소한의 ‘무기’가 필요하다는 것뿐이다. 박준선 (변호사) 출처 - 조선일보 2004. 12. 1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