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선정을 위한 국민경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6월 지방선거 바람까지 거세게 불어닥칠 것으로 보여 금년은 아무래도 ‘정치와 선거의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 철만 되면 국가적 에너지가 이렇게 거대하게 투입되는데도 우리나라 정치부문의 경쟁력은 초라하기 짝이 없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01년 세계경쟁력연감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정치경쟁력 순위는 총 49개국중 35위로 하위권을 달리고 있습니다. 또 세계경제포럼(WEF)의 2002년 세계경쟁력보고서에 의하면 우리의 정치경쟁력 순위는 총 75개국중 52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정치분야가 이처럼 낙후되다 보니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활용이 저해됨으로써 성장잠재력이 배양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분야는 국력을 결집하는 엔진역할을 하는데 시스템경쟁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다 보니 정부 부문의 경쟁력도 그만큼 뒤쳐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4년간 많은 고통을 감수하면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했지만 21세기 우리 경제가 명실공히 선진권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정치부문의 체제정비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정치개혁의 주안점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요. 그 답은 명백합니다. 국가경쟁력강화에 두어야 합니다. 정치가 국리민복을 지향해야 하는 것임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정치는 정치가를 위한 도구라기 보다는 국민이 자유롭고 잘 살기 위한 기둥을 세우고 틀을 짜는 일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비용 저효율 정치체제를 방치하는 것은 국민에게 무거운 멍에를 매게 하는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가 국정 모든 분야에서 저비용 고효율 체제가 확립되도록 뒷받침해 주어야만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정치개혁을 위한 핵심과제는 어떠한 것이 있을 수 있을까요.
기업을 정치자금 부담으로부터 해방시켜야
첫째, 정치자금으로부터 기업을 해방시켜 주어야 합니다. 우리 기업은 건국이후 수십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 왔습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강요된 음성적인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정경유착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지탄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이제 기업은 이러한 악습에서 해방되어야 합니다. 음성적이든 양성적이든 기업은 정치자금을 강요받지 않아야 합니다. 과거 그토록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이 많던 미국기업도 글로벌경쟁환경에서는 기업본연의 임무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우선 살아남아야 하고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기 때문에 기업본업 이외의 부담을 지우게 하지 말자는 것이 오늘날 미국사회의 변화된 기업관인 것입니다.
우리기업도 기업본연의 일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정치자금의 질곡에서 해방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법인세액의 1%를 정치자금으로 의무기탁케 하는 방안은 기업을 정치의 하수인으로 보는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치자금을 법인세와 결부시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당위성을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기업을 정치자금의 조달수단으로 생각하는 그 자체가 왜곡된 기업관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않아도 가뜩이나 과중한 기업의 준조세부담을 정치권이 줄여주어야 할 판에 오히려 이를 늘리려는 시도는 정치권의 자기몫챙기기로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법인세를 기준으로 정치자금 기탁을 의무화한다면 기업에 대한 법인세 부담이 커질수록 정치자금 기탁액이 많아져 정치권은 법인세를 줄이려고 하기 보다는 정부와의 공조를 통해 오히려 기업의 법인세부담을 늘리려 할 것입니다. 법인세의 일정비율을 정치자금으로 기탁케 하려는 생각은 기업을 정치의 도구나 부속물로 보려는 사고에서 탈피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또 현행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중 정치자금 기부제한대상기업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식 또는 지분의 과반수를 소유하는 기업은 정치자금 기부를 제한받고 있으나 지분률 50%미만이지만 정부가 지배주주인 기업도 많이 있고 정부지분 50%이상인 기업이 경영권을 갖고 있는 재출자기업도 많이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현실적으로 정부가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도 정치자금 기부제한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집권당에 유리한 규정으로 공정한 정치자금법제라고 볼 수 없습니다.
또 민간기업의 기부제한대상 기업의 요건이 3년이상 결손을 내고 그 결손이 보전되지 않은 기업체로 되어 있어 부채비율이 높은 적자기업들이 정치자금을 낼 수 있도록 허용되어 있습니다. 정치인의 입장에서 보면 기부제한 대상이 좁을수록 좋겠지만 주주이익 보호와 건전한 기업풍토 조성을 위해서는 기부제한 대상을 보다 확대하여 재무구조가 건전하거나 경영실적이 흑자인 기업만이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정경유착에 의한 정치자금의 수수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등으로부터 공공사업을 일정비율이상 수주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치자금을 낼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간기업이든 공기업이든 정부로부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정치자금의 기부제한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공정한 정치경쟁질서의 확립과 건전한 기업경영풍토의 조성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4대선거 통합으로 과도한 정치논리 개입 막아야
둘째,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자체장선거, 지방의회선거등 4대선거가 통합되어야 합니다. 금년도 지방선거와 대선이 끝난 후에는 2004년 총선, 2006년 지자체선거, 2007년 대선으로 이어지며 그 사이에 실시되는 보궐선거를 감안하면 거의 매년 선거바람에 휩쓸리게 되어 있습니다. 이와같이 시기가 분산된 채 빈번하게 선거가 실시될 경우 경제는 정치논리와 선거책략에 의해 과도하게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국가발전을 위해 미래를 설계하는 일보다는 과거를 단죄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될 것입니다. 치열한 경쟁속에 살아가는 기업이라면 빈번한 선거에 따른 비효율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기동성있는 변화관리를 위해 화상회의와 전자결재를 하며 회의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때로는 ‘서서 하는 회의’를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효율추구의 기업경영 관행이 정치의 영역에까지 넓혀져야만 생산적인 정치의 싹이 트고 국민복지의 꽃이 필 것입니다. 정치가 효율을 중시하는 경제의 영역과는 다르다 하더라도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하고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정치서비스산업으로서의 시장논리’에 의한 개혁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
4대 선거를 통합, 동일한 시기에 시행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임기가 5년에서 4년으로 조정되어야 하며 동시선거를 위한 경과규정 마련을 위해 헌법과 관련선거법의 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돈 안드는 선거 및 정치 제도 확립 시급
셋째. 돈 안드는 선거 및 정치 제도를 확립해야 합니다. 정치자금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다한 정치자금이 필요치 않는 정치체제를 만드는 것이 선결과제입니다. 지금과 같은 비효율적인 정치체제를 지속하는 한 아무리 정치자금 공급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부족하기는 매 한가지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자금의 과다한 소요를 유발하는 대중동원방식의 선거유세를 제한해야 합니다. 인터넷에 의한 주식거래비중이 80%를 넘고 있고 인터넷뱅킹이 통용되고 있으며 인터넷에 의한 방송토론이 가능케 된 디지털시대에는 선거운동의 방식도 구조조정되어야 합니다.
또 정치인에 대한 선거자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선거공영제는 약간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방송, 신문, 인터넷 등 제반 매체를 통한 후보 개인 또는 합동연설에 대한 비용은 국고에서 부담하도록 선거공영제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완전한 선거공영제는 국고부담의 무분별한 팽창을 초래하여 국민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날 우려가 있고 자유로운 선거경쟁의 지나친 제한을 초래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고보조금이 정당민주화 촉매역할 수행해야
넷째, 정당의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치권력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이 내부민주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의 사당화 현상과 가부장적 파벌 정치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당의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못하다 보니 정치분야에서 시장의 논리가 개재될 여지는 그만큼 작아지고 금권정치가 난무할 여지는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지급해 주는 것은 정당의 비민주화를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국민의 귀중한 세금이 민주주의의 정착과 발전을 저해하는데 쓰인다고 한다면 역설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민주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늘리게 되면 정당은 그 국고보조금으로 중앙집권적 운영 행태를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정당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정당스스로 고통을 감수하는 자구노력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국고보조금은 정당의 자기개혁 의지와 자생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빚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고보조금은 정당민주화를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와 지랫대로 활용되도록 배분방식을 개편해야 합니다. 국고보조금의 1/2은 현재와 같이 정당의 득표수와 의석수를 기준으로 배분하고 나머지 1/2은 정당민주화를 유도하기 위한 요건충족도에 따라 일정의석수를 확보한 정당에 배분토록 해야 합니다. 국고보조금 배분을 위한 정당민주화 요건을 정하여 이를 법제화하고 이 요건에의 충족정도에 따라 국고보조금이 정당에 차등지급토록 한다면 국고보조금은 정당민주화를 위한 촉매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국고보조금이 정치부패를 차단하고 풀뿌리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데 순기능을 한다면 비록 세부담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국고보조금의 확대를 많은 국민은 수용할 것입니다.
대통령단임제 1차중임제로 바꿔야
다섯째, 대통령단임제를 1차중임제로 바꾸는 일입니다. 대통령단임제는 권력의 장기집권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되었지만 이 제도는 교육평준화정책과 같이 시장경제원리와 어울리지 않는 제도입니다. 자본주의체제는 좋은 성과를 얻으면 보상을 받고 그렇지못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고유한 원리입니다. 그러나 단임제는 국정운영의 총책임자로서의 인센티브를 허용하지 않는 정치평준화제도입니다. 이는 국정운영의 CEO를 하향평준화시키는 역기능을 초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의 CEO를 단임제에 의해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퇴진시킨다면 어느 CEO가 고난을 짊어지고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려 할 것입니까.
연임에 대한 인센티브가 막혀있는 대통령 단임제는 느슨한 국정운영과 역사에 평가를 맡기는 아집형 국정운영이 되기가 쉽습니다. 단임제의 무엇보다도 큰 폐해는 국정운영의 진공상태가 길어진다는 점입니다. 오늘날과 같이 변화의 속도가 빠른 환경에서는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정책의 요체라 할 수 있는데 단임제하에서는 정책의 일관성이 흐트러지고 레임덕현상이 잦아져 위기관리의 허점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민간투자가 활성화되기 어렵고 경제는 동태적 활력을 찾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민주화를 위한 제도인프라는 꾸준히 확충되어 왔고 정보화 진전에 따라 각부문의 투명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권력남용이 자리잡을 여지는 많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통령단임제를 폐지하고 1차중임제로 바꾸도록 해야 합니다. 또 대통령임기도 4년으로 하여 국회의원 및 지자체장 임기와 같게 하여 동시선거가 가능토록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개편은 차기정부에서 헌법을 개정하여 차차기대통령부터 적용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차기정부에서 이 과제를 순탄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금년에 실시되는 대통령후보가 선거공약으로 입장을 명확히 제시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개혁으로 경제성장 잠재력 부추켜야
정치는 옷을 입을 때 꿰는 첫 단추와 같습니다. 첫 단추가 잘못 꿰었을 때 아무리 다음 단추를 잘 꿴다 하더러도 볼품 사나운 옷매무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어색하고 흉물스러운 한국정치의 모습을 보고 다른 나라에서 흉을 보고 있는데도 정작 당사자는 모르는 채 눈을 감고 있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더 이상 붙잡지 않도록 정치경쟁력을 높히기 위한개혁을 서둘러야 합니다. 정치개혁이 잘 되면 성장잠재력이 더욱 많이 배양되어 소득이 늘고 일자리도 더많이 창출될 것입니다. IMF초기 우리는 엄격한 타임스케줄에 따라 강력한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러한 과감한 조치가 있었기에 오늘과 같은 경제위기 극복이 가능했습니다. 이제 그러한 국민적 관심사를 정치개혁에 돌려야 할 시기입니다. 숨가쁘게 변화하는 글로벌시장경쟁에서 정치개혁없는 국가경쟁력강화는 점차 한계에 부딛히고 있습니다. 이제 정치가 경제를 뒷받침해 주어야만 경제가 제대로 힘을 쓸 수 있습니다.
여야 대통령후보는 대통령단임제, 4대선거통합, 정치자금으로부터의 기업해방, 돈 안드는 선거 및 정치 제도의 확립, 정당민주화 등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치개혁 5대과제에 대한 청사진을 국민앞에 제시해야 합니다.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치개혁 5대과제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선정을 위한 국민경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6월 지방선거 바람까지 거세게 불어닥칠 것으로 보여 금년은 아무래도 ‘정치와 선거의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선거 철만 되면 국가적 에너지가 이렇게 거대하게 투입되는데도 우리나라 정치부문의 경쟁력은 초라하기 짝이 없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01년 세계경쟁력연감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정치경쟁력 순위는 총 49개국중 35위로 하위권을 달리고 있습니다. 또 세계경제포럼(WEF)의 2002년 세계경쟁력보고서에 의하면 우리의 정치경쟁력 순위는 총 75개국중 52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정치분야가 이처럼 낙후되다 보니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활용이 저해됨으로써 성장잠재력이 배양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분야는 국력을 결집하는 엔진역할을 하는데 시스템경쟁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다 보니 정부 부문의 경쟁력도 그만큼 뒤쳐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4년간 많은 고통을 감수하면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했지만 21세기 우리 경제가 명실공히 선진권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정치부문의 체제정비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정치개혁의 주안점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요. 그 답은 명백합니다. 국가경쟁력강화에 두어야 합니다. 정치가 국리민복을 지향해야 하는 것임은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정치는 정치가를 위한 도구라기 보다는 국민이 자유롭고 잘 살기 위한 기둥을 세우고 틀을 짜는 일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비용 저효율 정치체제를 방치하는 것은 국민에게 무거운 멍에를 매게 하는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가 국정 모든 분야에서 저비용 고효율 체제가 확립되도록 뒷받침해 주어야만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정치개혁을 위한 핵심과제는 어떠한 것이 있을 수 있을까요.
기업을 정치자금 부담으로부터 해방시켜야
첫째, 정치자금으로부터 기업을 해방시켜 주어야 합니다. 우리 기업은 건국이후 수십년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 왔습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강요된 음성적인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정경유착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지탄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이제 기업은 이러한 악습에서 해방되어야 합니다. 음성적이든 양성적이든 기업은 정치자금을 강요받지 않아야 합니다. 과거 그토록 사회공헌활동에 관심이 많던 미국기업도 글로벌경쟁환경에서는 기업본연의 임무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우선 살아남아야 하고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기 때문에 기업본업 이외의 부담을 지우게 하지 말자는 것이 오늘날 미국사회의 변화된 기업관인 것입니다.
우리기업도 기업본연의 일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정치자금의 질곡에서 해방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법인세액의 1%를 정치자금으로 의무기탁케 하는 방안은 기업을 정치의 하수인으로 보는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치자금을 법인세와 결부시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당위성을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기업을 정치자금의 조달수단으로 생각하는 그 자체가 왜곡된 기업관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않아도 가뜩이나 과중한 기업의 준조세부담을 정치권이 줄여주어야 할 판에 오히려 이를 늘리려는 시도는 정치권의 자기몫챙기기로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약 법인세를 기준으로 정치자금 기탁을 의무화한다면 기업에 대한 법인세 부담이 커질수록 정치자금 기탁액이 많아져 정치권은 법인세를 줄이려고 하기 보다는 정부와의 공조를 통해 오히려 기업의 법인세부담을 늘리려 할 것입니다. 법인세의 일정비율을 정치자금으로 기탁케 하려는 생각은 기업을 정치의 도구나 부속물로 보려는 사고에서 탈피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또 현행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중 정치자금 기부제한대상기업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식 또는 지분의 과반수를 소유하는 기업은 정치자금 기부를 제한받고 있으나 지분률 50%미만이지만 정부가 지배주주인 기업도 많이 있고 정부지분 50%이상인 기업이 경영권을 갖고 있는 재출자기업도 많이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현실적으로 정부가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도 정치자금 기부제한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은 집권당에 유리한 규정으로 공정한 정치자금법제라고 볼 수 없습니다.
또 민간기업의 기부제한대상 기업의 요건이 3년이상 결손을 내고 그 결손이 보전되지 않은 기업체로 되어 있어 부채비율이 높은 적자기업들이 정치자금을 낼 수 있도록 허용되어 있습니다. 정치인의 입장에서 보면 기부제한 대상이 좁을수록 좋겠지만 주주이익 보호와 건전한 기업풍토 조성을 위해서는 기부제한 대상을 보다 확대하여 재무구조가 건전하거나 경영실적이 흑자인 기업만이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정경유착에 의한 정치자금의 수수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등으로부터 공공사업을 일정비율이상 수주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치자금을 낼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간기업이든 공기업이든 정부로부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정치자금의 기부제한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공정한 정치경쟁질서의 확립과 건전한 기업경영풍토의 조성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4대선거 통합으로 과도한 정치논리 개입 막아야
둘째,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자체장선거, 지방의회선거등 4대선거가 통합되어야 합니다. 금년도 지방선거와 대선이 끝난 후에는 2004년 총선, 2006년 지자체선거, 2007년 대선으로 이어지며 그 사이에 실시되는 보궐선거를 감안하면 거의 매년 선거바람에 휩쓸리게 되어 있습니다. 이와같이 시기가 분산된 채 빈번하게 선거가 실시될 경우 경제는 정치논리와 선거책략에 의해 과도하게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국가발전을 위해 미래를 설계하는 일보다는 과거를 단죄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될 것입니다. 치열한 경쟁속에 살아가는 기업이라면 빈번한 선거에 따른 비효율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기동성있는 변화관리를 위해 화상회의와 전자결재를 하며 회의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때로는 ‘서서 하는 회의’를 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효율추구의 기업경영 관행이 정치의 영역에까지 넓혀져야만 생산적인 정치의 싹이 트고 국민복지의 꽃이 필 것입니다. 정치가 효율을 중시하는 경제의 영역과는 다르다 하더라도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하고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정치서비스산업으로서의 시장논리’에 의한 개혁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
4대 선거를 통합, 동일한 시기에 시행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임기가 5년에서 4년으로 조정되어야 하며 동시선거를 위한 경과규정 마련을 위해 헌법과 관련선거법의 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돈 안드는 선거 및 정치 제도 확립 시급
셋째. 돈 안드는 선거 및 정치 제도를 확립해야 합니다. 정치자금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다한 정치자금이 필요치 않는 정치체제를 만드는 것이 선결과제입니다. 지금과 같은 비효율적인 정치체제를 지속하는 한 아무리 정치자금 공급을 확대한다 하더라도 부족하기는 매 한가지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자금의 과다한 소요를 유발하는 대중동원방식의 선거유세를 제한해야 합니다. 인터넷에 의한 주식거래비중이 80%를 넘고 있고 인터넷뱅킹이 통용되고 있으며 인터넷에 의한 방송토론이 가능케 된 디지털시대에는 선거운동의 방식도 구조조정되어야 합니다.
또 정치인에 대한 선거자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선거공영제는 약간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방송, 신문, 인터넷 등 제반 매체를 통한 후보 개인 또는 합동연설에 대한 비용은 국고에서 부담하도록 선거공영제의 확대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완전한 선거공영제는 국고부담의 무분별한 팽창을 초래하여 국민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날 우려가 있고 자유로운 선거경쟁의 지나친 제한을 초래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고보조금이 정당민주화 촉매역할 수행해야
넷째, 정당의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치권력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이 내부민주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당의 사당화 현상과 가부장적 파벌 정치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당의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못하다 보니 정치분야에서 시장의 논리가 개재될 여지는 그만큼 작아지고 금권정치가 난무할 여지는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지급해 주는 것은 정당의 비민주화를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국민의 귀중한 세금이 민주주의의 정착과 발전을 저해하는데 쓰인다고 한다면 역설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민주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늘리게 되면 정당은 그 국고보조금으로 중앙집권적 운영 행태를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정당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정당스스로 고통을 감수하는 자구노력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국고보조금은 정당의 자기개혁 의지와 자생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빚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고보조금은 정당민주화를 촉진하기 위한 인센티브와 지랫대로 활용되도록 배분방식을 개편해야 합니다. 국고보조금의 1/2은 현재와 같이 정당의 득표수와 의석수를 기준으로 배분하고 나머지 1/2은 정당민주화를 유도하기 위한 요건충족도에 따라 일정의석수를 확보한 정당에 배분토록 해야 합니다. 국고보조금 배분을 위한 정당민주화 요건을 정하여 이를 법제화하고 이 요건에의 충족정도에 따라 국고보조금이 정당에 차등지급토록 한다면 국고보조금은 정당민주화를 위한 촉매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국고보조금이 정치부패를 차단하고 풀뿌리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데 순기능을 한다면 비록 세부담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국고보조금의 확대를 많은 국민은 수용할 것입니다.
대통령단임제 1차중임제로 바꿔야
다섯째, 대통령단임제를 1차중임제로 바꾸는 일입니다. 대통령단임제는 권력의 장기집권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되었지만 이 제도는 교육평준화정책과 같이 시장경제원리와 어울리지 않는 제도입니다. 자본주의체제는 좋은 성과를 얻으면 보상을 받고 그렇지못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고유한 원리입니다. 그러나 단임제는 국정운영의 총책임자로서의 인센티브를 허용하지 않는 정치평준화제도입니다. 이는 국정운영의 CEO를 하향평준화시키는 역기능을 초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의 CEO를 단임제에 의해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퇴진시킨다면 어느 CEO가 고난을 짊어지고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려 할 것입니까.
연임에 대한 인센티브가 막혀있는 대통령 단임제는 느슨한 국정운영과 역사에 평가를 맡기는 아집형 국정운영이 되기가 쉽습니다. 단임제의 무엇보다도 큰 폐해는 국정운영의 진공상태가 길어진다는 점입니다. 오늘날과 같이 변화의 속도가 빠른 환경에서는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정책의 요체라 할 수 있는데 단임제하에서는 정책의 일관성이 흐트러지고 레임덕현상이 잦아져 위기관리의 허점이 발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민간투자가 활성화되기 어렵고 경제는 동태적 활력을 찾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민주화를 위한 제도인프라는 꾸준히 확충되어 왔고 정보화 진전에 따라 각부문의 투명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권력남용이 자리잡을 여지는 많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통령단임제를 폐지하고 1차중임제로 바꾸도록 해야 합니다. 또 대통령임기도 4년으로 하여 국회의원 및 지자체장 임기와 같게 하여 동시선거가 가능토록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개편은 차기정부에서 헌법을 개정하여 차차기대통령부터 적용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차기정부에서 이 과제를 순탄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금년에 실시되는 대통령후보가 선거공약으로 입장을 명확히 제시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개혁으로 경제성장 잠재력 부추켜야
정치는 옷을 입을 때 꿰는 첫 단추와 같습니다. 첫 단추가 잘못 꿰었을 때 아무리 다음 단추를 잘 꿴다 하더러도 볼품 사나운 옷매무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어색하고 흉물스러운 한국정치의 모습을 보고 다른 나라에서 흉을 보고 있는데도 정작 당사자는 모르는 채 눈을 감고 있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더 이상 붙잡지 않도록 정치경쟁력을 높히기 위한개혁을 서둘러야 합니다. 정치개혁이 잘 되면 성장잠재력이 더욱 많이 배양되어 소득이 늘고 일자리도 더많이 창출될 것입니다. IMF초기 우리는 엄격한 타임스케줄에 따라 강력한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러한 과감한 조치가 있었기에 오늘과 같은 경제위기 극복이 가능했습니다. 이제 그러한 국민적 관심사를 정치개혁에 돌려야 할 시기입니다. 숨가쁘게 변화하는 글로벌시장경쟁에서 정치개혁없는 국가경쟁력강화는 점차 한계에 부딛히고 있습니다. 이제 정치가 경제를 뒷받침해 주어야만 경제가 제대로 힘을 쓸 수 있습니다.
여야 대통령후보는 대통령단임제, 4대선거통합, 정치자금으로부터의 기업해방, 돈 안드는 선거 및 정치 제도의 확립, 정당민주화 등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치개혁 5대과제에 대한 청사진을 국민앞에 제시해야 합니다.
李 炯 晩 자유기업원 부원장 (lhm@cfe.org)
출처 - 자유기업원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