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이후의 한반도 정세
	2004-10-27
美 대선 이후의 한반도 정세 2차 북핵위기가 발생한지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한반도 문제가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11월 2일의 미국 대선이 끝나야 한반도 문제 해결의 새 구도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과 중국을 거쳐 한국을 다녀간 것은 대선 이후 북핵해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파월 장관은 “우리는 북한을 공격하려는 어떠한 적대의사도 적대정책도 없으며, 가능한 한 빨리 차기 회담이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 핵개발과 관련해서 파월은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서 “미국의 정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어느 정도까지 핵프로그램을 추진했는지 알지 못하고 있으며, 수년전 북한이 1~2개 정도의 핵무기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했던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파월의 주장은 북한 핵무기가 6~8개로 늘어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을 일축하는 것이다. 파월 장관은 부시행정부 내 온건파의 한 사람이다. 파월의 말대로라면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이 더 이상 심해지지 않고 미 대선 이후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란 낙관적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내의 다른 한 편인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튼 국무부 차관 등 강경파의 말은 아주 다르다. 이들은 ‘선제공격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면서 리비아 방식으로 선 핵폐기를 하라고 북한에 강요하고 있다. 그리고 보상은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북한의 무장 해제와 굴복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강·온파의 서로 다른 의견을 ‘의도적’으로 조율하지 않고 북한의 태도에 따라 편리하게 다양한 선택지를 활용할 태세다. 북한은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에 맞서 ‘핵억제력’과 관련한 위기조성 전술을 구사했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시간만 보냈다. 내부 자원 고갈에 따른 체제 위기의 심화로 시간끌기는 북한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그렇다고 체제 보장과 보상없는 선 핵폐기를 굴복으로 인식하는 ‘군사국가’인 북한 지도부의 선택지도 많지 않다. 핵폐기의 명분인 안전보장을 미국 또는 관련 국가가 담보해주고, 핵폐기의 대가로 전력 손실 보상 등 실리를 보상해주면 북핵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비교적 쉬운 해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구체화하지 못하는 데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 불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에서 부시와 케리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북핵 해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9·11 이후 반테러와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이란 미국의 국가목표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목표를 실현하는 전략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부시가 재선할 경우에는 ‘힘을 통한 패권 안정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강하고, 케리가 당선될 경우 클린턴 행정부가 추진했던 ‘개입과 확대 전략’을 통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모색할 것이다. 만약 부시가 재선하여 북한위협론을 내세워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과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등을 통한 대북 압력을 지속할 경우 북한은 전통적 맹방인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군사·경제적 유대를 강화할 가능성이 짙다. 케리가 승리할 경우 6자회담과 북·미 양자 협상을 통해서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여 북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모색할 것이다. 또한, 케리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등 북·미관계 정상화에 힘쓸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일주일 뒤면 4년간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행위자 가운데 하나인 미국의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지금 우리는 한반도 질서의 현상 유지냐, 현상 변경이냐 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 교수) 출처 - 문화일보 2004. 10. 27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