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이 있어야할 이유
	2004-08-25
국가보안법이 있어야할 이유 대통령 탄핵파동에 이어 북한 핵 문제, 이라크 파병 파동, 민생 경제 불황과 청년 실업, 수도권 이전 찬반 논의, 과거사 진상 규명 문제,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문제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채 아직도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런데 지금 국가보안법의 폐지·수정·유지 공방이 또한 우리의 갈 길을 가로막고 있다. 이 시점에서 국가보안법이 왜 문제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국가보안법은 우리나라 최고의 헌법수호·인권보장 기관인 헌법재판소가 이미 1990년에 (한정)합헌으로 결정을 내놓고 있는 법률이고, 곧 이어 국회가 이 취지를 반영하는 개정을 한 뒤로는 헌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법률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거듭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법률이기 때문에 설사 “찬양·고무 또는 동조…” 등의 표현이 외견상 모호하게 보일지라도 위의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은 법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그러나 찬양·고무 또는 동조 등의 행위도 그것이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우리가 지키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전복하려는 위험성이 명백한 경우라면 나라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그러한 행위는 처벌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이 지구상의 어떠한 나라도 자국의 안전이나 기본질서를 해(害)하는 행위를 보면서 팔짱만 끼고 있는 나라는 없다. 국가보안법은 바로 이를 위한 법률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반드시 북한만을 염두에 둔 법률이 아니다. 가령, 외국인이라도 그러한 명백한 위험성 있는 행위를 행한다면 국가보안법의 처벌 대상이 된다. 그런데 북한은 노동당 규약에 명시한 남한적화 목표를 아직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집단이 아닌가? 하지만 위의 국가나 체제 전복의 명백한 위험성이 없는 남북한 교류·협력 행위라면 국가보안법 등의 적용을 배제하는 ‘남북 교류 협력에 관한 법률’ 제3조와 상관없이도 국가보안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국가보안법은 무해한 남북교류·협력 행위를 이유 없이 규제하는 입법이 아니다. 기본권은 최대한으로 보장돼야 한다. 다만, 어떠한 법률이든 잘못 만들어져서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그러므로 헌법은 기본권의 최대한 보장과 기본권 침해 가능성 있는 입법을 조화하는 기준을 두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입법이 이 기준을 따르고 있는지를 사법적으로 감시하는 기관이다. 위의 헌법재판소 결정은 이 기준을 국가보안법과 관련하여 부연한 것이다. 국가보안법과 관련해서도 헌법재판소가 인권 침해의 가능성을 감시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법치주의는 국회의 입법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그 입법이 헌법재판소, 법원 등에 의한 사법적 통제 아래에 있을 때 완성되는 것이다. 과거 법치주의가 후퇴했던 독재 시절에는 국가보안법이 인권 침해의 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민주화로 헌법과 법치주의가 살아나고 인권 침해의 가능성은 그만큼 사라졌다. 중요한 것은 법치주의이지 국가보안법 자체가 아니다. 법치주의에 대한 적(敵)은 군사독재만이 아니고 문화혁명과 같은 민중주의에도 있다. 근래에 시민단체 등 민중의 힘을 바탕으로 하는 사법권 독립에 대한 침해 가능성은 그러한 망령을 불러일으킨다. 법치주의의 후퇴는 군사독재에 의하든 다수독재에 의하든 인권 침해의 가능성을 오히려 증대시킨다. 법치주의가 살아 있는 지금 왜 국가보안법이 문제가 되는지 의문이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헌법학) 출처 - 문화일보 2004. 8. 25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