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유린 외면할 건가
	2004-07-26
북한 인권유린 외면할 건가 미국 하원이 북한인권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법안 통과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 찬반 양론이 벌어지고 있다. 과연 이 법안이 어떠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이 법안은 미국이 구상하는 북한 인권 개선의 마스터 플랜에 해당한다. 법안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주민 20만명이 고문과 노동 착취, 심지어 화학 치사 실험 도구로 이용되고 있으며 1990년대 이후로 200만명 이상이 기아로 사망했고 수많은 탈북자가 비참한 도피생활을 하거나 강제 북송되는 참혹한 인권 실태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대전제로 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4년간 해마다 2400만달러를 집행할 계획을 명시하고 있다. 첫째, 북한의 인권 개선을 시행할 주체는 미국.한국.동북아 국가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같은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 방송국이다. 미국.한국.동북아 국가는 향후 대북 협상의 핵심적인 요소로 북한 인권을 거론하고 미국 정부는 탈북자에게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기구나 사람들을 지원한다. UNHCR의 탈북자에 대한 지원과 중재, 중국 정부의 난민협약 준수도 요구하고 있다. 둘째, 북한 거주자와 탈북자에 대한 지원을 구분한다. 북한 거주자에게 매년 2000만달러 상당의 인도적 지원을 하고 외국의 정보에 대한 접근 기회를 제공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미국의 소리 방송을 통해 외부 세계의 소식을 듣도록 한다. 탈북자들은 난민으로 간주해 난민 캠프와 임시 거처를 마련해 주고 미국 망명의 기회도 부여한다. 셋째, 모든 인도주의적 원조는 투명성과 상호주의 원칙을 지킨다. 미국은 95년 이후 북한에 200만t 이상의 식량을 지원했으나 분배의 투명성이 지켜지지 않았다. 따라서 지원품이 가장 취약한 주민들에게 전달되도록 초점을 맞췄다. 인도적 원조를 북한 내 기본적 인권 존중, 북한 주민과 미국 동포 가족의 재결합, 납북자와 탈북자 문제 해결과 연계한다. 90년대 초반 이후로 북한 인권은 유엔 총회와 유엔 인권위원회, 국제사면위원회에서 주요하게 다뤄졌다. 최근에는 유엔인권위원회 내에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직이 신설됐다. 이 법안은 국제사회 큰 흐름의 일부분이다. 미 의회는 북한 외에 베트남.아이티.부룬디.캄보디아의 인권 개선에 관한 법안을 마련 중이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자행되는 인권 탄압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해결되거나 완화된 사례는 적지 않다. 서독 정부는 동독을 지원하면서도 동.서독 화해 분위기를 지키기 위해 동독민의 인권을 외면한 적이 없다. 천안문 사태를 계기로 중국의 인권유린 실태가 알려지자 메이저 영국 총리는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인권외교를 펼쳤다. 미 의회 인권대표단은 중국 반체제 인사 구명에 나섰다. 당시 중국 정부는 '인권은 주권의 하위개념'이라는 주권지상론이나 내정간섭론을 펼치며 반발했다. 그러나 서방국가.국제기구.민간단체.국제 언론이 지속적으로 인권문제를 거론하자 중국 정부는 유연한 자세로 돌아섰다. 이 법안을 우리가 실용적으로 활용할 경우 납북자와 탈북자, 북한 내 인권개선에 대한 국제적 공조가 용이해지고 외교적 마찰이나 경제적 부담도 절감할 수 있다. 우리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북한에 대한 내정간섭으로 간주할 경우 향후 북한 지역은 인권유린에 대해 누구도 대변해줄 수 없는 인권 사각지대로 전락할 수 있다. 나아가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인권 탄압을 지지하고 묵인하는 국가의 대열에 서게 된다. 인권은 사상과 이념.체제.종교를 뛰어넘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이자 최소한의 권리다.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을 반대하는 그 누구도 북한 주민의 인권유린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는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동족으로서 최소한의 예의요, 양심이다. 김정원 (세종대 석좌교수.국제정치학) 출처 - 중앙일보 2004. 7. 26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