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행정수도 정말 시급한가?
	2004-07-07
新행정수도 정말 시급한가?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가 지나치게 많이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나 일반 국민들 사이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났는가? 간단히 말해서 그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의 중추 기능과 그러한 기능들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수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거 이전의 자유가 기본권으로 보장되어 있는 민주 사회에서 먹을 것과 각종 기회를 찾아 사람들이 집중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였다. 수도 서울에 기능과 자원이 집중하게 된 것은 역사적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적 권력 형태가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과도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동안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문제로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적 노력이 있어 왔다. 소위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 대책이라는 것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 대책은 크게 서울로의 인구 집중을 억제해 보려는 것과 서울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켜 보자는 것, 두 가지 방향에서 추진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가 계속 성장해 왔다는 사실은 다 아는 일이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하는데, 그동안의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 대책은 근본적 원인은 방치해 둔 채 말단 지엽적인 대책들로 일관해왔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서울과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는 권력과 기능과 자원을 과감하게 지방으로 분산시켜, 각 지방이 자율적으로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룩하도록 한다면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집중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의 가장 큰 명분은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이라고 내세운다. 그것은 본말이 전도된 착상이다. 어떻게 행정수도 하나를 건설한다고 해서 균형 있는 발전이 이루어지는가? 행정수도가 건설되는 지역의 발전에는 도움이 되고 선거 때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행정수도 하나를 건설한다고 해서 나머지 다른 지역의 균형 있는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고 지나친 낙관이다.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은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이상이고 과제이다. 순서상 그것이 더 우선적인 과제이다. 행정수도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과 자원을 차라리 각 지방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하여 활용하는 것이 더 시급하고 효과적일 것이다. 각 지방이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룩하여 그곳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그곳에서 취업의 기회가 보장되고 살기 좋은 곳이 된다면 왜 사람들이 굳이 복잡한 서울과 수도권으로 이동을 하겠는가. 신행정수도의 건설이 시급하지 않은 다른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통일의 문제이다. 현재 국제정세의 추이를 미루어본다면 국토의 통일이 그렇게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케 된다. 통일된 조국의 수도는 아마도 서울이나 평양은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그때 가서는 그야말로 신행정수도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 치열한 국제경쟁의 시대에 다른 나라들은 날로 발전하는데 우리는 행정수도 건설하느라고 세월 다 보낼 것인가? 마지막으로, 일을 추진하는 절차상의 문제에 대하여 한마디 하고 싶다. 신행정수도의 건설은 대통령 선거전의 와중에서 공약의 하나로 제시되었을 뿐, 그 타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한 학계나 연구기관의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표를 얻기 위한 선거공약의 하나로 제시된 것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그 타당성 여부를 따져보지 않은 채 그 추진방안을 논하는 것은 역시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신행정수도의 건설은 나라의 장래와 대다수 국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굳이 그것을 추진하려면 그 타당성을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해보고, 국민의 의사를 물어본 후 결정해야 할 일이다. 안계춘 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출처 - 조선일보 2004. 7. 7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