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리당략' 의원수 늘리기
	2004-03-02
'당리당략' 의원수 늘리기 국회는 지난 27일 본회의에서 17대 총선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기준안을 표결, 인구 상·하한선 10만5000∼31만5000명 안(案)을 찬성 135명, 반대 40명으로 가결했다. 선거구획정위는 기준안이 통과됨에 따라 선거구 획정작업을 마무리하고, 국회는 3월2일 본회의를 다시 열어 선거구 획정안이 포함된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정당법 등을 일괄 처리할 예정이다. 선거구 획정 기준안의 통과로 지역구 의석수가 현행 227석에서 242석으로 15석이 늘었다. 비례대표 의석수도 여야간 협상에 따라 최대 11석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국회의원 총수는 299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인구의 자연증가분을 반영하기 위해 지역구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강변하고 있으며, 여당은 ‘다수의 힘을 빌린 야당의 폭거’라고 비난하지만 내심 손해볼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결국 여야는 지역구 의원수 증가에 따른 발빠른 손익계산을 한 셈이다.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16대 국회에서 여야는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당리당략에 따라 의원수 늘리기에 혈안이 되고, 정치권은 헌정사상 또 다른 ‘정치 개악’을 남겼다. 불법 정치자금, 불법 대선자금 등으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에도 개의치 않는 정치인의 후안무치한 행태가 극에 달하고 있다. 더욱 답답한 것은 기준안 통과 이후 지역구 활동 등을 이유로 대부분의 국회의원이 본회의장을 떠나는 바람에 의결정족수 미달로 농어업인 지원특별법 등 20여개의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못한 점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지금 국민은 경제난과 실업문제 등으로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지난번 FTA안과 파병안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인 여야와 국회의원들의 극단적인 이기주의적 행위는 그야말로 한편의 ‘코미디’이고 ‘쇼’였다. 이른바 국가의 정치지도층이라는 작자들이 이 모양이니 민란이라도 일어날 지경이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른 국회의원 퇴출 등이 회자되고 “정치가 없어야 경제가 산다”는 논리가 사회에 팽배해 있으니 더욱 그렇다.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챙기기를 떠나 지금이라도 국가와 정치 발전을 위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간 비율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지역구 의원수를 정하게 한 현행법도 문제가 있다. 제3의 세력에 의해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확립돼야 한다. 지금 국가와 정치발전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국민은 불법 정치자금, 불법 대선자금, 대통령 측근비리 등 지난 수십년 동안 관행화한 정경유착의 ‘악의 고리’와 싸우고 있다. 국민은 환골탈태를 통해 정치가 바로서고 국회가 합리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하고 있다. 이제 부정·부패·무능한 정치인들을 거세하고, 투명하고 도덕적인 정치인을 선출해야 한다. 국민은 이 하나의 가장 중요한 기준을 통해 미래의 정치 엘리트들을 양생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17대 총선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지역구 의원수 증가에 따른 국민적 비난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여야는 지금이라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결과를 도출하길 바란다. “각 정당간 지역구 나누어먹기식 정치 개악”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 할 것이다. “민심이 곧 천심이다”라는 말을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여야는 자신들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 국민은 현명한 선택을 내릴 것이다. 김성주 (성균관대 정치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4. 3. 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