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중심 사법개혁을
	2004-01-14
고객중심 사법개혁을 사시, 순수 자격시험 전환해야… 국제적 수준 법률서비스 필요 대법원 소속 사법개혁위원회가 본격적인 의제심의에 들어갔다. 사법개혁은 그동안 실현되지 못하였을 뿐, 역대 정부에서 계속 논의되어 왔던 문제이다. 새삼스럽게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우리가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도출되지 못하였던 가장 큰 원인은 국민의 이익이 간과되거나 무시 당하였다는 점이다. 국민이 바라는 사법개혁은 법률 소비자인 국민이나 기업이 손쉽게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법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국민의 편에서 공정하게 판단하는 법관, 법률소비자인 시민과 기업에 필요한 변호사, 그리고 민주적 절차가 확보된 형사사법을 운용하는 검찰이 바로 사법개혁의 목표이다. 사법개혁위원회의 의제로 설정된 사법개혁의 주제를 성격상 대별하면 국내적인 부분과 대외적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의 사법현실을 개선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사항은 법조인 양성과 선발의 문제, 그리고 대법원의 기능과 구성의 문제일 것이다. 대법원은 업무량에 비해 너무 적은 대법관의 숫자, 그리고 사회적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변하지 않은 그 구성과 기능이 문제다. 법조의 울타리 안에서 법조인의 경험만을 가지고 법률가적 시각으로만 사회적 분쟁을 조정하기에는 이미 한국사회는 너무나 다양하게 변하였다. 사법시험제도 역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와 같은 시험제도로는 경쟁력을 갖춘 변호사를 배출하기 어렵다. 사법시험을 순수한 자격시험으로 전환하여, 합격 여부에만 일생을 거는 것이 아니라 합격 이후 계속적인 훈련과 경험을 축적하여 능력에 따라 평가 받는 변호사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이 한번 합격으로 평생을 보장 받으려는 심리가 억제되지 않는 한 전공을 불문하고 사법시험으로 몰리는 현상을 막기는 어렵다. 이를 위하여 대학에서의 법학교육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사법시험 합격자가 너무 많다고 하지만 소송업무에만 매달리는 소위 송무 중심의 변호사 시장이 문제이지 아직도 기업의 법률자문 영역 등에서의 변호사 수는 너무나 부족하다. 국내 기업들이 외국기업과 달리 소송이 제기되지 않는 한 변호사를 찾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러한 기업의 행태가 우리나라 변호사들이 송무에 만 치중한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법률서비스의 국내적 향상 못지않게 국제적 수준의 법률서비스 영역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행 사법시험 제도로는 국내 변호사가 국제적인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수출입 총액이 4,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무역 국가로서 동북아 경제중심지가 되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법개혁은 국제화한 법률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변호사를 양성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에 법률서비스시장 개방이 예정되어 있다. 이제 시장개방을 외면하거나 그 부당성을 지적하기 보다는 상인적 계산으로 이에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법률서비스는 국경이 없는 철저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변호사협회 회장이 방한하여 법률서비스시장 개방과 관련한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서울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기업가 등이 한국변호사에게 충분한 법률자문을 얻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한 지적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선진국 변호사들의 시각은 철저하게 고객중심의 사고이다. 즉 고객이 시장을 움직인다는 시각으로 법률서비스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우리의 사법개혁도 시민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미래의 법조인 양성과 기능적 사법시스템 구축에 그 목표를 두어야 한다. 박상기 (연세대 법대 학장) 출처 - 한국일보 2004. 1. 14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