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사혁명 이루려면
	2004-01-10
정부 인사혁명 이루려면 참여정부 출범 이래 추진된 개혁 주제들 중에서 인사개혁만큼 진보적이고 혁명적인 분야는 없을 것이다. 인사행정을 가르쳐 온 행정학자로서 현재와 같은 인사개혁의 격동기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금년에 나와 있는 인사행정 교과서는 모두 새로 써야 할 정도이다. 공무원노조 합법화, 부처인사 자율성 강화, 지방인재 할당제 추진 등 그 변화의 축은 그동안 우리나라 인사행정의 발전동력이었던 직업공무원제의 개혁과 맞물려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공무원은 특별한 법적 하자가 없는 한 정년까지 고용과 신분이 보장되는 가장 안정된 직업으로 인식되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와 같이 정부 주도형 국가발전 전략을 추구해 온 나라들의 경우 정책 결정에 필요한 권력과 자원배분권이 공무원에게 집중되었기 때문에 선망의 대상이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최근 공무원에 대한 사회 인식이 점차 바뀌면서 직업공무원제 개혁에 대한 관심 또한 고조되고 있다. 지난 6일 정부가 확정한 중앙행정기관 본부 국장급 부처간 인사교류 방안도 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 인사행정이 세계적으로 개방성과 이동성, 그리고 성과주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어 능력 있는 고위 공무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 체계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것은 일면 적절한 조치라 생각된다. 아울러 현대 행정의 문제들은 복수의 기관이 연계하여 해결해야 하는 것들이어서 부처 할거주의가 강하면 문제해결능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이번 정부의 조치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현재처럼 고위 공무원의 부처간 인사교류를 활성화할 경우 종국적으로는 영·미 고위 공무원단과 같이 특정 부처에 속하지 않는 고위 공무원 집단이 만들어질 것이고, 결국 직업공무원 시스템의 급격한 쇠락현상이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 국민의 정부 하에서도 고위공무원단 제도의 도입을 추진한 적이 있었으나 부처 장관의 인사 자율성과 해당 공무원의 부처 장악력·전문성 저하 등이 우려되어 보류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첫째, 현재 정부는 향후 국장급 인사교류의 확대에 대비해 사전 조치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일례로 미국 공무원의 높은 이직률은 공직의 지나친 엽관화로 전문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이란 미국 회계감사원 보고서 내용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장급 이상 교류 대상 직위에 대한 성과 관리는 강화하되, 성과와 능력 부족을 이유로 한 면직 절차를 엄격하게 하고 구제 절차도 강화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둘째,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고위 공무원의 능력 육성 시스템을 마련해 정책결정 계층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능력 있는 공무원의 부처 이동을 보장해야 한다. 호주처럼 과장급 이상 모든 공무원의 부처 이동을 일상화한 국가의 경우 중앙인사기구 내에 경력발전센터를 설치하고 부처 교류자의 적응을 돕기 위하여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셋째, 고위 공무원의 인사교류와 고위공무원단 제도 도입 과정에서 중앙인사기구가 과도하게 부처인사에 간여해서는 안 된다. 이 부분도 부처와 중앙인사기구가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여 인사교류의 방향을 정하는 기능은 중앙인사기구가 하되, 선발과 관련된 구체적인 미션은 부처 장관이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후기산업사회의 국가 인사행정의 핵심 화두는 파트너십이다. 바라건대 이번 정부의 조치로 고위 공무원들이 자기 소속 부처의 이해관계를 넘어 광범위한 국정가치를 공유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렇게 될 때 정부 전체의 문제해결능력은 높아질 것이고, 국가경쟁력도 함께 제고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파트너십은 부처간 이기주의의 벽과 폐쇄적인 계급제적 토양 하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경호 (국민대 행정학 교수) 출처 - 세계일보 2004. 1. 9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