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장·단기 전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경제 대국의 경기 악화와 각 부문의 구조조정 지연으로 금년 하반기 경기 전망도 밝지 못하다는 예상이 우세합니다. 경제란 밝을 때도 있고 어두울 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미래의 희망이 보인다면 단기적 경기순환은 그런 대로 참고 넘어갈 만 것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현 정부의 경제 운영의 기본 틀이 향후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부합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미래에 나아갈 방향이란 지금까지 쌓아올린 부를 깨뜨리지 않음은 물론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모두가 더 풍요한 삶을 누릴 수 방향을 말합니다. 이 점에서 한국 경제가 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으며 경제 자체를 파괴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제기됩니다.
외환위기 극복을 당면 과제로 안은 현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 발전이라는 바람직한 슬로건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시행하고 있는 각종 정책들을 보면 '시장경제'에 대한 개념과 '민주주의'의 적용 범위가 잘 정립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반 경제 운영이 휘청거리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 글에서는 먼저 시장경제에 대해 알아보고 다음으로 민주주의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正體性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신(neo)자유주의와 새(new)자유주의
시장경제는 정부가 민간 경제에 간섭하지 않는 상태의 경제를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즈음 한국에서 호된 비판을 받고 있는 이른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적 사상에 입각한 시장경제를 말합니다. 만약 현 정부가 내 건 시장경제가 신자유주의 철학에 입각한 것이라면 한국 경제가 지금 당장은 어둡다고 하더라도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시행하고 있는 경제 정책을 보면 이러한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또 다른 신자유주의new liberalism에 바탕을 둔 것으로 식별됩니다. 경제학에서는 통상 'neo'를 '신'으로 번역하고 'new'를 '새'로 번역합니다.
그러나 이 두 자유주의가 모두 新자유주의로 번역되어 상당한 개념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혼란을 피하기 위하여 neoliberalism을 신자유주의로 번역하고 new liberalism을 새자유주의로 번역하고자 합니다. 신자유주의는 사적 재산권과 개인의 자유를 인정함과 동시에 정부의 경제 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작은 정부론에 입각하고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사항을 제외하고는 정부의 간섭이 없는 시장경제의 창달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새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는 사적 재산권과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지만 실업과 빈곤 등의 문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물론 새자유주의가 주장하는 내용의 兩立性 또는 내적 一致性에 대해서는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합니다.
어쨌든 이러한 관점에 비추어 볼 때, 전 국민에 대한 정부의 연금제도 실시, 건강보험, 정부주도 교육 체제의 강화 및 확대,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 정책 등은 모두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굳이 자유주의라는 간판을 걸어야 한다면 새자유주의에 입각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재미있는 현상은 정부가 실천하고 있는 자유주의는 새자유주의에 더 가까운데, 호된 비판을 받고 있는 자유주의는 엉뚱하게도 신자유주의라는 사실입니다. 한국이 신자유주의 노선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별다른 실행 한 번 보지도 못하고 마치 한국 경제를 파탄으로 인도하려 한다는 누명을 쓰고 있는 셈입니다.
인류역사와 소득재분배
역사가들은 인류가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혜안이 있다면 인류가 저지를 수 있는 오류를 상당한 정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인류가 역사를 돌아볼 줄 안다고 하여도 예전에 저질렀던 오류를 똑같이 범할 것이라는 힐난 섞인 경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역사극이 재미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 때의 장면을 오려서 현재의 장면에 붙여보면, 입고 있는 옷과 살고 있는 집과 먹고 있는 음식이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를 뿐, 신통하게도 정확하게 겹쳐집니다. 닮은꼴 정도가 아니라 거의 合同에 가깝습니다.
요즈음 한국 경제를 보면 바로 이러한 경구와 역사극이 참으로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정부주도 교육의 강화,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 정책 등은 현 정부가 확실한 철학(?) 하에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소득재분배 정책들입니다. 적게 내거나 또는 안 내고 많이만 받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실시한 결과, 의도한 좋은 결과는커녕 의도하지 않은 악성 결과만 초래하였다는 사실은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굴러갈 수 없다는 것이지요. 건강보험은 이미 재정 파탄을 고하였으며, 국민연금 역시 예정된 길을 가고 있고, 정부주도 학교 교육의 황폐화는 백일 하에 드러났습니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 정책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끊임없이 증가하는 재정 수요를 요구할 것이며 근로자들이 일하고자 하는 誘因을 박탈하리라고 예상됩니다.
달리 기술하면,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정보전달 기능, 유인제공 기능, 그리고 소득분배 기능을 담당함으로써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합니다. 흔히 일으키는 착각은 앞의 두 기능을 가격이 담당토록 하고 소득분배 기능은 정부가 맡아도 생산이 예전 그대로 유지되거나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빵이 계속 존재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러나 분배 방식이 생산을 결정하기 때문에 정부가 소득분배 기능을 맡아 소득재분배에 열심이면 가격의 정보전달 기능과 유인제공 기능도 함께 죽어버리므로 생산은 급격히 줄어듭니다. 그래서 현행대로 설계된 앞의 정책들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들을 그토록 강도 높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인기영합적인 것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습니다. 역사가들의 경구와 지나간 역사는 한 번 듣거나 읽어보고 내팽개치라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의 적용범위
다음으로 '민주주의'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민주주의는 무엇입니까? 우리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민주적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라고, 어찌 보면 맹신적으로, 믿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요.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론과 의견이 있을 것입니다만 확실한 한 가지는 1인1표식의 정치적 의사결정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이해, 선호, 그리고 관습 등을 가진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정치적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최선의 해결을 보장하는 방법은 아니고, 최악의 해결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다만 나라 전체의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존중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은 그 적용 범위를 신중하게 정해야 합니다. 목적이 추상적인 나라 전체에 관한 의사결정 방법을 뚜렷한 목적을 가진 조직에 똑같은 논리로 적용하려는 것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를 파탄으로 인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이제는 확실하게 자리잡았거나 자리잡아 가고 있는 노사정위원회, 사외이사제, 집중투표제 등은 민주적 의사결정이라는 명분으로 정부와 시민단체들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노동자의 경영 참가 요구 역시 같은 맥락에 서 있습니다. 과연 민주주의가 이러한 모습이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 원리적인 측면에서나 성과 면에서 부정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안은 바로 이해 당사자 간의 협의에 의하거나 기업을 운영하는 실질적인 주인이 결정해야 할 것들입니다. 이상한 민주주의적 발상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결코 이득이 될 수 없습니다. 다른 나라의 역사적 경험 역시 이러한 제도나 규제 조치가 그 의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기업의 비용만 높인 채, 종국적으로는 유명무실해졌습니다. 틀린 논리와 실패한 경험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반복 실험하겠다는 의지는 어디에서 발원하는 것입니까?
새자유주의를 넘어서
이제 현재 한국 경제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차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질문을 다시 제기하는 이유는 현재 한국 경제가 아무런 제동없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 발전이라는 국정 목표와는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이 훌륭한 슬로건은 완전히 퇴색되었고, 민간 경제에 대한 정부 개입의 정도는 오히려 그 강도에 있어서는 더 깊어지고 범위에 있어서도 더욱 넓어졌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그러하리라고 예상됩니다. 한국 경제가 새자유주의를 넘어서 어느 방향으로 갈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잘못 들어선 길을 다시 바로잡는 데는 긴 세월과 비용이 수반된다는 사실과, 한 번 일어나 버린 반응은 영원히 非可逆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처음 내걸었던 국정 목표에 맞는, 올바른 길로 선회할 수 있는 지적 용기를 가져야 할 때입니다.
한국 경제의 正體
한국 경제의 장·단기 전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경제 대국의 경기 악화와 각 부문의 구조조정 지연으로 금년 하반기 경기 전망도 밝지 못하다는 예상이 우세합니다. 경제란 밝을 때도 있고 어두울 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미래의 희망이 보인다면 단기적 경기순환은 그런 대로 참고 넘어갈 만 것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현 정부의 경제 운영의 기본 틀이 향후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부합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미래에 나아갈 방향이란 지금까지 쌓아올린 부를 깨뜨리지 않음은 물론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모두가 더 풍요한 삶을 누릴 수 방향을 말합니다. 이 점에서 한국 경제가 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으며 경제 자체를 파괴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제기됩니다.
외환위기 극복을 당면 과제로 안은 현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 발전이라는 바람직한 슬로건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시행하고 있는 각종 정책들을 보면 '시장경제'에 대한 개념과 '민주주의'의 적용 범위가 잘 정립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반 경제 운영이 휘청거리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 글에서는 먼저 시장경제에 대해 알아보고 다음으로 민주주의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正體性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신(neo)자유주의와 새(new)자유주의
시장경제는 정부가 민간 경제에 간섭하지 않는 상태의 경제를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즈음 한국에서 호된 비판을 받고 있는 이른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적 사상에 입각한 시장경제를 말합니다. 만약 현 정부가 내 건 시장경제가 신자유주의 철학에 입각한 것이라면 한국 경제가 지금 당장은 어둡다고 하더라도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시행하고 있는 경제 정책을 보면 이러한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또 다른 신자유주의new liberalism에 바탕을 둔 것으로 식별됩니다. 경제학에서는 통상 'neo'를 '신'으로 번역하고 'new'를 '새'로 번역합니다.
그러나 이 두 자유주의가 모두 新자유주의로 번역되어 상당한 개념적 혼란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혼란을 피하기 위하여 neoliberalism을 신자유주의로 번역하고 new liberalism을 새자유주의로 번역하고자 합니다. 신자유주의는 사적 재산권과 개인의 자유를 인정함과 동시에 정부의 경제 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작은 정부론에 입각하고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사항을 제외하고는 정부의 간섭이 없는 시장경제의 창달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새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는 사적 재산권과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지만 실업과 빈곤 등의 문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물론 새자유주의가 주장하는 내용의 兩立性 또는 내적 一致性에 대해서는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합니다.
어쨌든 이러한 관점에 비추어 볼 때, 전 국민에 대한 정부의 연금제도 실시, 건강보험, 정부주도 교육 체제의 강화 및 확대,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 정책 등은 모두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굳이 자유주의라는 간판을 걸어야 한다면 새자유주의에 입각한 것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재미있는 현상은 정부가 실천하고 있는 자유주의는 새자유주의에 더 가까운데, 호된 비판을 받고 있는 자유주의는 엉뚱하게도 신자유주의라는 사실입니다. 한국이 신자유주의 노선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별다른 실행 한 번 보지도 못하고 마치 한국 경제를 파탄으로 인도하려 한다는 누명을 쓰고 있는 셈입니다.
인류역사와 소득재분배
역사가들은 인류가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혜안이 있다면 인류가 저지를 수 있는 오류를 상당한 정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인류가 역사를 돌아볼 줄 안다고 하여도 예전에 저질렀던 오류를 똑같이 범할 것이라는 힐난 섞인 경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역사극이 재미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 때의 장면을 오려서 현재의 장면에 붙여보면, 입고 있는 옷과 살고 있는 집과 먹고 있는 음식이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를 뿐, 신통하게도 정확하게 겹쳐집니다. 닮은꼴 정도가 아니라 거의 合同에 가깝습니다.
요즈음 한국 경제를 보면 바로 이러한 경구와 역사극이 참으로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정부주도 교육의 강화, 그리고 국민기초생활보장 정책 등은 현 정부가 확실한 철학(?) 하에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소득재분배 정책들입니다. 적게 내거나 또는 안 내고 많이만 받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실시한 결과, 의도한 좋은 결과는커녕 의도하지 않은 악성 결과만 초래하였다는 사실은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굴러갈 수 없다는 것이지요. 건강보험은 이미 재정 파탄을 고하였으며, 국민연금 역시 예정된 길을 가고 있고, 정부주도 학교 교육의 황폐화는 백일 하에 드러났습니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 정책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끊임없이 증가하는 재정 수요를 요구할 것이며 근로자들이 일하고자 하는 誘因을 박탈하리라고 예상됩니다.
달리 기술하면,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정보전달 기능, 유인제공 기능, 그리고 소득분배 기능을 담당함으로써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합니다. 흔히 일으키는 착각은 앞의 두 기능을 가격이 담당토록 하고 소득분배 기능은 정부가 맡아도 생산이 예전 그대로 유지되거나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나누어 가질 수 있는 빵이 계속 존재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그러나 분배 방식이 생산을 결정하기 때문에 정부가 소득분배 기능을 맡아 소득재분배에 열심이면 가격의 정보전달 기능과 유인제공 기능도 함께 죽어버리므로 생산은 급격히 줄어듭니다. 그래서 현행대로 설계된 앞의 정책들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들을 그토록 강도 높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인기영합적인 것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습니다. 역사가들의 경구와 지나간 역사는 한 번 듣거나 읽어보고 내팽개치라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의 적용범위
다음으로 '민주주의'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민주주의는 무엇입니까? 우리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민주적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라고, 어찌 보면 맹신적으로, 믿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요.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론과 의견이 있을 것입니다만 확실한 한 가지는 1인1표식의 정치적 의사결정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이해, 선호, 그리고 관습 등을 가진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정치적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최선의 해결을 보장하는 방법은 아니고, 최악의 해결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다만 나라 전체의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존중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은 그 적용 범위를 신중하게 정해야 합니다. 목적이 추상적인 나라 전체에 관한 의사결정 방법을 뚜렷한 목적을 가진 조직에 똑같은 논리로 적용하려는 것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를 파탄으로 인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이제는 확실하게 자리잡았거나 자리잡아 가고 있는 노사정위원회, 사외이사제, 집중투표제 등은 민주적 의사결정이라는 명분으로 정부와 시민단체들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노동자의 경영 참가 요구 역시 같은 맥락에 서 있습니다. 과연 민주주의가 이러한 모습이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 원리적인 측면에서나 성과 면에서 부정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사안은 바로 이해 당사자 간의 협의에 의하거나 기업을 운영하는 실질적인 주인이 결정해야 할 것들입니다. 이상한 민주주의적 발상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결코 이득이 될 수 없습니다. 다른 나라의 역사적 경험 역시 이러한 제도나 규제 조치가 그 의도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기업의 비용만 높인 채, 종국적으로는 유명무실해졌습니다. 틀린 논리와 실패한 경험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반복 실험하겠다는 의지는 어디에서 발원하는 것입니까?
새자유주의를 넘어서
이제 현재 한국 경제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차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질문을 다시 제기하는 이유는 현재 한국 경제가 아무런 제동없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병행 발전이라는 국정 목표와는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이 훌륭한 슬로건은 완전히 퇴색되었고, 민간 경제에 대한 정부 개입의 정도는 오히려 그 강도에 있어서는 더 깊어지고 범위에 있어서도 더욱 넓어졌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그러하리라고 예상됩니다. 한국 경제가 새자유주의를 넘어서 어느 방향으로 갈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잘못 들어선 길을 다시 바로잡는 데는 긴 세월과 비용이 수반된다는 사실과, 한 번 일어나 버린 반응은 영원히 非可逆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처음 내걸었던 국정 목표에 맞는, 올바른 길로 선회할 수 있는 지적 용기를 가져야 할 때입니다.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에머지 2001.10월 호
* 위 글의 내용은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의 공식적인 견해와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