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 질문' 개선해야 - 윤종빈
	2004-11-16
'대정부 질문' 개선해야 국회 대정부질문 제도의 존폐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대표가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의를 정치 공세와 인신 모독성 발언으로 비난하고 대정부질문 제도 폐지까지도 검토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했고, 한나라당은 이해찬 총리의 ‘차떼기당’ 발언을 상기시키며 ‘입법부 자해행위’라는 극한 입장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감정적 공방이 또 다른 정치 공세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대정부질문 제도의 개선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국회 대정부질문 제도는 국회 회기중 특정 기간을 정해 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이나 특별히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분야에 대해 질문, 행정부를 견제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던 민주화 이전 시절에는 야당이 정권의 비리를 공개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지금은 국회 파행의 주범으로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을 정도로 그 실효성이 비난받고 있다. 대정부질문 제도는 제헌국회부터 구체적인 사안을 의제로 삼아 시작됐는데, 7대 국회에서는 국정 전반에 대한 포괄적 질문으로, 9대 국회부터는 분야별 질문 방식으로, 11대 국회에서는 서면질의 제도가 보완, 운영됐다. 2000년 개정 국회법은 기존의 일괄질의 일괄답변 형식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20분 질의, 5분 보충질의 방식에서 모두(冒頭)질문 15분과 일문일답과 답변을 포함한 15분으로 진행 방식을 바꿨다. 그러나 16대 국회의 대정부질문은 대선을 앞둔 여야간의 비난으로 또 다시 얼룩졌다. 2003년 2월 개정 국회법은 모두질문을 없애고 완전한 일문일답 형식으로 질문시간만 20분을 할애하도록 개선됐다. 따라서 의원이나 장관 모두 국정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일문일답을 할 수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일문일답 형식이 처음으로 적용된 2003년 2월 임시국회에서는 질문 의원 수가 분야별로 9~10명에서 6명으로 줄어 과거에 비해 넉넉한 시간을 가졌고, 즉석 일문일답으로 답변자들을 긴장하게 했으며, 홍보용 정치 연설이 줄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의원들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원고 연설, 상임위나 국감 내용의 재탕삼탕, 소영웅주의, 불성실한 답변 등의 문제점은 지금도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본회의에서 실시되는 대정부질문은 권력 분립에 입각한 미국과 같이 상임위원회 중심의 정책심의가 이뤄지는 나라의 의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제도이다. 상임위나 해당 소위의 청문회에서 장관을 비롯한 행정부 관료가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하는 경우는 흔히 있지만, 본회의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여야간의 토론이 본회의에서 활성화돼 있는 영국과 같은 내각제 국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행정부와 의회가 권력을 공유하는 형태의 내각제적 권력 구조에서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실질적인’ 내각과 야당의 ‘그림자 내각’이 치열한 정책 토론을 벌이는 것은 일반적인 모습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행정부의 권한이 국회에 비해 강력하고, 내각제적인 요소가 강한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특히 현재와 같은 여대야소의 구조에서 대정부질문은 야당이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중요한 제도적 장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용론을 제기하기에 앞서 행정부의 권력 집중 현상을 견제하는 본연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 가장 설득력 있는 개선 방안은 정부에 서면으로 먼저 질의서를 보내고 대정부질문 시간에는 답변과 일문일답식 보충 질의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즉흥적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서면질의 내용에 대한 심층적인 토론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의혹 제기를 위해 실명을 거론하며 인신 공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을 제한하고 법적 책임을 묻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원들의 의식 개선인데, 욕설과 폭로에 대해서는 유권자가 회고적 투표를 행사하여 해당 의원에게 낙선이라는 처벌을 가하는 것이다. 대정부질문 제도가 국가의 총체적 비전을 논의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경쟁의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11. 16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