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公勞파업은 집단이기주의 - 박효종
	2004-11-10
全公勞파업은 집단이기주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총파업 선언은 유감을 넘어서서 우려되는 일이다. 실정법상으로도 일체의 집단행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공무원법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위법행위이기 때문이다. 또 위법행위이기에 앞서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갖는 위상을 무력화시키는 처사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공무원은 ‘천직(天職)’과 같은 것이며, 일반적인 직업윤리와는 다른 ‘소명의식’을 요구한다. 충성심과 희생봉사, 자기헌신 등이 그 덕목이다. 물론 막스 베버의 주장처럼 공무원직을 ‘하늘로부터 받은 소명’이라고 단언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국민으로부터 받은 소명’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국민으로부터의 부름’이 공무원의 ‘정체성’과 같은 것임에도 국민을 볼모로 삼아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일이 벌어진다면, 축구에서의 자살골과 같은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물론 공무원이라고 해서 묵묵히 참고 견디는 인내나 묵종이 언제나 미덕이라고 할 수는 없다. 때때로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내려오는 비합리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지시와 명령, 특히 고위직 공무원들이 잘못을 저질러 놓고 일반 공무원들의 윤리의식이 부족하다며 덮어씌우며 닦달질하는 위선 등은 하위직 공무원들을 화나게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일반 노동자처럼 파업권을 요구하고, 일부 기초단체의 공무원들이 점심시간 근무를 중단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다. 그것은 준법투쟁도 아니며 봉사정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집단이기주의’의 발로라고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 신분에 일반 노동자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는 측면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정부의 피고용자라는 특성만이 전부는 아니다. ‘공복(public servant)’이라는 표현에서 묻어나는 것처럼, 공무원은 국민의 심부름꾼이며 머슴이다. 공무원의 주인을 일차적으로 ‘정부’라기보다 ‘국민’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현 상황에서 공무원은 천직을 요구하는 3D 직종의 하나가 아니라 많은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특권적인 직업이 되었다. 법에 따라 신분·정년·복지를 보장받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무원시험이 있을 때마다 수백대 일의 경쟁이 벌어진다. 그럼에도 겨울철 근무시간 단축을 폐지한 공무원조례가 지난 1일부터 시행되는 데 반발하는 태도를 ‘이유 있는 항의’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특히 공무원의 파업사태는 일반 기업의 파업과 달리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며, 정부보다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국가파업과 같은 비상사태를 유발한다. 정부 서비스란 기업과는 다르다. 기업의 재화와 서비스 구매는 선택적이다. 그러므로 A기업이 파업하면 소비자들은 B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면 된다. 독점이 아닌 이상 대체상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재화는 독점재이고 필수재이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파업을 강행하면 민원인들은 속수무책이다. 이런 현상은 마치 간호사들이 파업하면 병원이 타격을 받기에 앞서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이치와 다르지 않다. 또 전교조가 파업에 들어갈 때 학생들이 학습권을 침해받는 일이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상황과 같다. 어느덧 우리 사회는 권리만능의 시대가 되었다. 문제는 권리의 담론에 빠진 나머지 누구에게나 의무가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전공노가 강행하고자 하는 파업도 ‘생계형 파업’이라기보다 단체행동권 보장을 위한 ‘권리형 파업’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공무원이 봉사해야 한다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이며, 특히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것은 중차대한 의무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전공노가 파업을 강행한다면 권리 만능주의에 함몰된 또 다른 현저한 사례라는 비난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박효종 (서울대 정치학 교수 / 시민회의 공동대표) 출처 - 세계일보 2004. 11. 10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