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원칙 벗어난 ‘종부세’ - 김정호
	2004-11-02
재산세 원칙 벗어난 ‘종부세’ 내년부터 종합부동산세제가 시작될 것 같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종합부동산세란 주거용 토지와 건물 과표의 합산액이 일정 액수 이상이면 합산 누진과세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이미 시행중인 종합토지세와 크게 두 가지가 다르다. 첫째, 종토세의 경우 주택이 지어져 있는 토지와 나대지 등 토지만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종합부동산세는 토지뿐만 아니라 주거용으로 쓰이는 건물까지 대상으로 삼는다. 둘째, 종합토지세로부터 나오는 세수는 토지의 소유자가 속하는 기초자치단체에 귀속되는 반면 종합부동산세의 세수는 소유자의 거주지와는 무관하게 배분된다. 지방세인 재산세를 누진과세로 운영하는 나라는 찾기 어려운데, 우리나라는 종합토지세에다가 종합부동산세까지 얹어서 2중의 누진체계를 가지게 되었다. 이처럼 지극히 예외적인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국민적 지지를 받는 것은 세 부담이 주로 부유층에게만 돌아간다는 인식 때문인 것 같다. 아주 짧은 기간에는 그것이 맞을 것이다. 다주택보유자 중에는 종합부동산세 부담 때문에 팔려고 내 놓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고, 그 때문에 당장은 집 값이 낮아질 수 있다. 그것은 당장 집을 구입하고자 하는 중산화 가능 계층들에게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조금만 길게 본다면 그 반대의 그림자가 더 짙게 드리운다. 분양 수요가 줄면 주택 건설물량도 준다. 미분양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장 많은 분양 수요를 가진 사람들은 종합부동산의 과세 대상들일 것이고, 이 제도의 도입은 그 사람들의 주택분양 수요를 줄인다. 따라서 주택 건설은 위축되고 점차 집을 새로 구하는 일도 어려워진다. 토지뿐만 아니라 건물까지 합산 과세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내용은 이 제도의 주택 공급 위축 효과를 더욱 크게 만든다. 그뿐 아니다. 이 세금은 기존의 도시 내 토지나 주택들이 비주거용으로 전환되는 현상도 가속화시킬 것이다. 도시 토지의 80%에 달하는 일반주거지역 안에서 토지는 비주거용으로도 얼마든지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토지를 골치 아픈 주택 용도로 사용하기보다는 음식점이나 점포 등으로 사용하려는 인센티브는 더욱 커진다.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서 전체의 토지 중에서 주택으로 사용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위축돼 갈 것이다. 임대주택의 공급도 문제다. 모든 사람이 자기 집을 소유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런데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대상인 주택들은 대부분 임대용으로 사용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종합부동산세는 그 임대주택들을 중산화 가능 계층들에게 매각하도록 강요할 것이며 그 결과 임대주택은 줄어들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제도는 새로 집을 장만할 능력이 있는 중산화 가능 계층의 이익을 위해 임대주택 공급자와 임대주택이 아니면 주거를 해결할 길이 없는 사람들의 부담을 늘리는 셈이다. 대부분의 재정학 교과서는 건물세를 거두지 말라고 권한다. 건물의 공급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또, 토지세는 기초자치단체의 세원이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세금을 낼 것인지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결정하게 하라고 권한다. 그래야 하는 것은 토지세수의 혜택이 결국 토지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토지세는 결국 지방재정 지출에 따른 혜택을 다시 지역공동체로 되돌리는 장치여야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주거용 건물에 중과세하고, 한 자치단체에서 거둔 세수를 다른 지역에 나누어주는 종합부동산세는 재산세의 이상에서 크게 벗어난다. 또, 서로 다른 자치단체의 구성원들끼리 세부담의 불공평을 논하는 것도 난센스다. 세부담이 공평한지 여부는 강남구민들끼리, 또는 성북구민들끼리 논할 문제지, 서로 다른 자치단체간의 세부담을 비교해서 불공평하다고 부르는 것은 착시현상일 뿐이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11. 2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