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현대사: 서로 다른 체제의 통합서술은 무리이다 - 신일철
2004-10-11
남북한 현대사: 서로 다른 체제의 통합서술은 무리이다 1. 해방후의 우리의 현대사 서술에는 “역사관의 빈곤”이 깔려 있다. 지난 55년간의 남북한의 두 체제는 전혀 다른 체제였다. 두 체제의 정치, 경제, 사회가 비교 불가능하다. 남북한의 두사회의 기본개념들은 외면상 같으나 불가공약적이다. 따라서 두체제를 평면적으로 섞어 서술하는 한국현대사관은 허구가 된다. ① 남한은 미군정에서 비롯된 서방적 자본주의 시장경제, 자유민주주의 등 ② 북한은 소련군정이 만들어 준 스탈린형 중앙계획, 중앙지령의 구사회주의형 남북한의 서로 다른 두가지 체제 즉 후진국 개발방식에서 소련형의 “반근대화” 노선과 미국의 영향을 받은 외자도입, 산업화, 수출입국, 민영화 등의 “근대화” 패턴의 다른 두가지 체제경쟁을 대전제로 삼지않은 한국 현대사 서술은 “나무만 보고 숲은 못보는” 역사해석의 과오를 범하게 된다. 미시적 사건들을 그 배경적 맥낙을 떠난 나열식 서술로 남북한의 역사를 서술하다보면 왜 북한은 체제실패로 국제식량 지원의 최빈국이 되고 남한은 신흥공업국의 아시아의 4마리 용이 되었는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역사이해를 마련해줄 수 없다. 북한의 체제실패에 대한 민족공조적인 “온정사관”은 공적인 성격의 교과서에서는 금물이다. 2. 분단후의 남북한 현대사를 서술하려면 비교 체제론의 전제가 불가피하다. 역사교과서에서 남한과 북한의 “사회”를 논할 때 남한에는 시민 사회적 의미의 사회가 있으나 북한에는 “시민사회”가 원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의 1당독재 체제에서는 모든 단체, 결사는 당의 완전관리의 산하기관이다. 북한에는 민간사회가 없다. 북한체제의 “내재적 접근”을 위해서는 자유언론, 비판언론이 있어 그 체제의 어두운 면에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 1당독재가 연출하는 밝은면 밖에 없다. 이로 인해 북한체제의 역사적 연구에서 북한이 보여주는 공식문헌만 받아보면 “극장국가”의 미몽에 빠진다. 북한이라는 극장에서는 무대위의 꼭두각시만 보인다. 지난 50여년간 로동신문, 민주조선에는 단 한건도 중앙권력 비판기사가 없었다. 체제비교론의 관점에서 문제의 역사 교과서는 북한의 의회민주주의 허구, 복수정당제 부정, “법의 지배”의 실종, 비판언론의 부재, 시장경제가 없어 실세의 가격이 없는 터에 “경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해석했는가의 거시적 체제비판을 내놓을수 없다. 북한체제가 실패하여 “선군” 군사독재가 된 “고난의 행군”에 대해 역사교과서는 우리 학생들에게 온당한 역사적 이해를 마련해 주었는가. 이런 비교체제의 문제를 모두 제대로 다루면 북한독재비판이 되고 그것을 “객관적”이란 이름으로 비판을 외면하려 할수록 그만큼 친북적이 되는 딜렘마에서 헤어나기 힘들 것이다. 3. 새마을운동과 천리마운동의 비대칭성 두 운동이 모두 통치자의 통치명분을 마련하려는 의도였다는 대칭성에서 보면 역사적 설명은 빈곤해진다. 새마을운동은 농민들이 농지 소유권과 시장경향적 자기경영이었으나 북한의 천리마운동 등은 국영 협동농장으로 묶어 자기농지를 못가진 농민들에 대한 사상적 동원운동이었다. 두 운동은 기본 패라다임이 다르다. 덩샤오핑의 개혁후 중국은 마오쩌뚱의 인민공사의 대실패를 인정하고 한국의 새마을방식 농촌개발정책을 연구했다. 북한의 만성적 식량난의 원죄중에는 구호동원 ,결의 대회식 집단주의적인 천리마운동이 있다. 성과급과 자영의식이 북한의 집단주의동원방식에서는 생기지 않는다. 4. 미군정과 소련군정의 비교 남한 국사학계에는 8.15후 소련군정의 혹심한 횡포에 대한 정보와 지식, 실감도 결여되어 있다. 소련군정은 평양의 기간전차 노선을 “스탈린 거리”로 개명했다. 많은 평양피난민 출신은 “스탈린 거리 1호 정거장입니다.”의 차장의 안내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 대동강을 “레닌강”으로 개명·볼세비크 당사의 공산경전교양등의 소련화. 소련군의 로마넹코 민정사령관은 북한체제를 마음대로 소련 스탈린형으로 만들었다. 토지개혁안의 원문이 로마넹코 사령부가 만든 러시아문이었다. 김일성의 정강, 연설도 모두 로마넹코가 만든 러시아문의 번역인 점에서 북한의 해방 후 5년은 “번역정치”, “통역정치” 시대였다. 6.25전쟁의 작전 계획서도 평양에 군사사절단장으로 와있던 바실리에프(Vasiliev) 원수일행이었다. 그 번역을 위해 작전국장은 소련국적 고려인 유성철 소장이었다. 5. 북한체제의 역사 50여년에 대해서는 신빙성 있는 정보도 객관적 사료도 입수하기 힘들다. 북한 현대사의 역사서술문제는 북한의 대외홍보용의 문서에 많이 의존하게 되는 탓으로 뜻하지 않게 북한 홍보·대변을 하는 꼴이 될 수 있다. 그 일예로 “우리식 사회주의”는 그 개념내용이 공허하다. 다만 중국, 베트남식 개혁․개방을 거부하겠다는 레토릭이다. 6. 북한체제에 대해서는 이미 소련, 동유럽의 자유시민혁명이 일어나 ① 반독재 민주주의, ② 시장경제, ③ 다원주의채용등의 역사적 평가의 잣대가 나왔다. 이런 잣대를 그대로 원용하면 반공주의적 역사관이 거이 같은 사관이 된다고 해서 다른 역사해석을 시도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북한 김부자 독재체제를 위한 변명으로 친북사관에 기울어질 수 있다. 현대사 교과서는 북한체제의 “체제실패”가 분명해 졋다다는 비판을 서슴치 말아야하고 “체제이행”의 불가피함을 가르쳐야 할 것이 아닌가. 국민교육을 위한 역사교과서가 친북반미 이데올로기의 이념논쟁을 일으켜서는 안된다. 이미 실패한 북한의 주체 이데올로기와의 이념논쟁은 쓸모없는 시간낭비이다. 북한의 김부자 지배의 전체주의 독재와 박정희 권위주의 국가형의 개발독재의 차이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요컨대:“민중사관”이란 용어자체가 학술적이 아난 운동권적 발상이다. 프랑스시민혁명이전에는 역사운동의 능동적 주체인 “민중‘이 있은 전례가 없다. 더욱이 북한1당도재체제에는 자율적인 민중도 시민도 없으므로 북한50년역사에 대해서는 소위”민중사관“의 역사해석으로는 아무런 여사적 설명도 얻어질것이 없다. 북한에는 동유럽시민혁명을 이르킬 민중이 존재할수 없고 교회같은 시민사회의뿌리도 말살해버렸기 때문이다. 신일철 (고려대 명예교수.철학 / 시민회의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