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持株회사 되려나? - 김원식
	2004-10-11
정부가 持株회사 되려나? 정부는 기금관리기본법의 개정을 통하여 국민연금 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를 강행하고, 한나라당도 이를 허용할 방침인 듯하다. 국민연금 기금을 통하여 주식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자본시장을 건전화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하지만 적극적·개방적 주식투자는 아무리 완벽한 보완장치가 있어도 근로자들의 피땀어린 연금 기금을 고갈시키고 자본시장을 공멸로 몰고 갈 것 같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국민연금 기금의 투입으로 자본시장은 결코 부양되지 않는다. 기업의 수익력도 투자 의사도 없는데 주가가 유지될 수 없다. 공적기금의 유입은 그동안 공적기금의 유입을 애타게 기다렸던 기회주의적 주식 보유자들의 이익만 보전하는 것이 된다. 투자 부족으로 인한 기업의 가치하락은 정상적인 투자자를 이탈시킬 수밖에 없다. 떨어지는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국민연금은 주식을 더 구입할 것이다. 이것이 주식투자를 허용한 묵시적 목적이다. 글로벌 경쟁하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은 결국 파산하고,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은 휴지가 된다. 이것이 ‘국민연금 기금 자본주의의 종말’이다. 둘째, 국민연금 기금의 주식투자는 대한민국 상장(上場)회사들의 공기업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국민연금 지주(持株)회사’의 출현이다.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기업의 경영권에 간섭할 것이다. 주주권의 행사는 손실이 예상될 경우에 한하겠다고 하지만 그 결과는 ‘기업 길들이기’로 끝날 것이다. 더 나아가 일부 시민단체들도 국민연금을 통하여 기업 지배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한다. 지배구조 개혁은 시장에서 형성된 민간연금 기금에나 허용될 수 있는 것이지, 정부가 조성하고 조정하는 국민연금으로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셋째, 주식투자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정부의 내부 정보가 결정적인 시점에서 거래에 활용될 개연성이 높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정부의 투자 결과가 일반인의 투자 결과보다 높으면 국민은 그렇게 믿는다. 그러면 일반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들도 시장을 이탈하기 시작한다. 카지노 주인이 막대한 판돈을 걸고 도박을 하는데 푼돈 가진 관광객이 도박장에 기웃거릴 리 만무하다. 넷째, 주가가 오른다고 기업이 투자를 하진 않는다. 기업은 수익 기회가 있을 때 투자한다. 설령 투자기회가 있다고 해도 기업의 자금조달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내부유보 자금도 있고, 채권발행도 있고, 은행 융자도 있다. 튼튼한 회사라면 굳이 증자를 할 필요가 없고,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장을 포기하고 채권이나 은행융자로 지분을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다섯째, 국민연금 기금이 주식에 투자한다고 해도 상장사들만 혜택을 본다. 현재 30만여개의 등록법인이 있다. 이 중 1500개의 기업, 그중에서도 많아야 100개 기업 정도만 국민연금의 투자 대상이 될 것이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자신의 기업이 자금부족에 허덕이는데 대기업의 전주(錢主) 노릇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은 영원히 존속하지 않는다. 2030년대까지 급속히 증가한 후 10여년 내에 완전 고갈된다. 따라서 주식 투자에 실패하면 회복할 시간이 없다. 주식투자가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정한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이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주주권도 포기하는 것이 옳다. 지금처럼 국민연금이 개별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은 충분히 알아서 긴다. 金元植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시민회의 회원) 출처 - 조선일보 2004. 10. 11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