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이 자유대한 체제수호의 잣대가 되고 있다 - 신일철
	2004-10-05
국보법이 자유대한 체제수호의 잣대가 되고 있다 21세기에 우리 한국은 낭만적인 대중문화가 아니라 반미친북 세력이 득세하여 대한민국 정통성 수호세력과의 대결구도를 이미 만들었다. 반미세력은 주한미군 문제, 이라크파병 반대를 평화의 화두로 내걸고 많이 노출되었다. 누가 친북이냐가 드러나는 ‘백화제방’이다. 그러나 ‘친북’의 야체니카(러시아어의 세포)는 좀 복잡하고 오묘하다. 내놓고 남한사회에 김부자 우상화를 선동하는 북한직영의 43개 인터넷 사이트도 있고 북한의 ‘민족공조’ 대남선동에 놀아나는 친북정서도 있다. 지난날 진보주의 운동권은 일제시대에는 소련이 인류의 유토피아인줄로 착각하고 해방 후에는 스탈린의 소련과 마오쩌뚱의 중국이 이상적 평등사회의 모델이라고 크게 빗나간 환상을 일으켰다. 대개 이런 유토피아는 자기가 사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만든 자기투영의 환상이게 마련이다. 그리고 레이몽 아롱의 이른바 ‘지식인의 아편’이다. 지금 우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위 ‘진보주의’ 환상은 막다른 골목에 이른 김부자 선군독재에 대한 노스탈지요 80년대 운동권 시절의 “반독재의 꿈이여! 다시 한번”이다. 거기에는 역사인식도 전략적 사고도 결여되어 있어 내놓은 이슈마다 설익은 과실같은 돌파리 운동권적 기발함만 존재한다. 햇볕정책의 난국에서 “친북은 진보, 반북은 보수”라는 소위 “남남갈등”의 등식에서는 김정일 지도부에 대한 친소관계가 보혁의 잣대였다. 이제 한국정치는 가장 파격적인 국론분열의 잣대를 내놓게 되었다. 한마디로 국보법에 대한 태도로 친북?반북의 색깔을 다시 드러내게 된 것이다. 더 이상 체제로서 존재할 가치가 없는 북한에 대한 태도를 지표로 삼아 진보, 보수의 색깔이 드러났다면, 이제는 북한군사독재의 용인이 어느덧 진보주의의 징표가 된 것이다. 과거 국가보안법은 반독재 민주화 운동자들을 묶었던 구법이었다. 그런데 이법이 살아있는 가운데 운동권 출신이 정계에 진출했다. 어느덧 이법은 주로 북한의 대남공작을 막아내는 국가안보의 법으로 제자리를 잡았다는 뚜렷한 증거가 되었다. 이법의 폐지에 앞장선 정치인들을 보면 대개 집권정부 여당위원들이다. 때로는 이법의 국내 정치적 이용에 희생되거나 연루된 분들이다. 설사 집권했다해도 이법이 있다면 자신들도 다시 이법으로 야당이나 반대자를 탄압하는데 이용하고 싶은 유혹이 생길 것을 걱정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얼마나 갸륵한 일이겠는가.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이법의 폐지로 김정일 지도부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면 집권당의 가치혼돈, 무책임도 너무 심하다고 꾸짖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국가보안법은 주로 북한의 대남선전, 선동, 침투공작이 종식되기까지는 존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자유대한의 정론이다. 북한과 남한을 대비해보면 공포정치의 지령체제와 열려진 법치체제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국가보안법의 폐지는 우리 한국의 정신적 법적 무장해제를 좌초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한국정가에서 국가보안법 존폐논의가 일어난 와중에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2004. 8. 13)에는 북한의 영도계급이 노동자, 농민이 아닌 “군대계급”으로 바뀌었다고 선언했다. 노동계급보다 “혁명군인”은 혁명성, 조직성, 규율성을 생명으로 하고 무장집단으로서 치열한 반제계급투쟁의 제일선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노동신문 논설도 국보법이 존속되어야 할 이유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런 “혁명군대”의 무장조직만 남았다고 대남 엄포하는 가운데 “국가보안법”의 폐지로 북한의 선군독재를 평화로 유도할 수 있다는 여당의 발상이 얼마나 기상천외한가. 다만 불가사이 하기만 하다. 국보법은 아직 폐지해야 할 단계가 아니다. 5공때 밤 12시 통금을 폐지했는데 별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국보법 폐지는 한국정치와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북한과 친북세력의 흠집내기를 노정시켜 오늘의 한국을 8.15 해방공간의 사상적 혼란기로 다시 몰아넣을 수도 있다. 한마디로 운동권 체질의 일부 정치인들은 이념투쟁을 재연시키는 낡은 판도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 휴전선에서 해상경계선에서 자유대한을 수호하고 있는 국군장병들이 “내가 왜 여기에 서 있어야 하는가?”의 이유를 상실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국토방위, 안보란 국가의 안위를 지키는 것이 그 기본임무인데 국보법 폐지는 상징적으로 우리 국군 장병들이 목숨을 걸어 지켜야 할 가치를 모두 상실하게 할 우려가 있다. 자유대한의 우리체제에 대한 확신에 찬 우월감과 명예는 대한민국 존립의 활기요 생명이다. 이 시기에 자유대한에 대한 뜨거운 공화(共和)주의적 사랑을 느껴본 세대와 그것이 결여된 운동권적 잔재간에 생긴 괴리가 국보법 폐지론으로 나타나는 일면에서 운동권 출신들에게 국가적 소속감을 분명히 해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자유대한의 자유민주주의는 성숙한 ‘사상의 자유’를 허용하는데서 폭이 넓어진 것이 사실이고 다원적 가치관도 발달되고 있다. 그러나 자유체제는 그 자유의 기반을 파괴하는 헌정질서의 파괴행위에 대해서까지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사상의 자유’가 설자리마저 잃게 만드는 국보법폐지에 결사반대하는 것이 자유수호의 정신이다. 자유수호, 반테러의 단합된 투지를 위해서는 자유민주체제의 존립을 위해 자유도 일부 유보할 수 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안까지 저지하려고 애쓴 일부 운동권출신의 정치인들이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면서 북한체제와 “동반자살”도 마다하지 않겠다면, 이들은 자유대한의 헌법질서를 이탈한 자유사회의 이방인으로 우리와 같은 하늘아래 숨쉬고 살 수 있겠는가. 신일철 (고려대 명예교수·철학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자유기업원 2004. 10. 4 Executive Es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