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선발권 주는게 正道다 - 남승희
	2004-09-24
대학에 선발권 주는게 正道다 또 대입제도 논란이다.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지금까지 사회가 합의하고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왔던 대입제도가 우리에게 있었던가? 정부인들 묘수가 있을 리 없다. 고교간 학력 격차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자료 유출 사건이 아니더라도 교사들의 고백만으로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내신성적의 풍선화(?)도 교사들의 고민에서 이미 그 한도를 넘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교육부의 한 개 국(局), 그 가운데서도 한 개 과(課)가 여러 업무 중 하나로 전국의 4년제 대학 입시를 총괄해야 하는 상황은 정부의 대입 관리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학생선발권, 즉 대학입학 전형 방법과 기준의 결정권은 대학에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대입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면 할수록 교육정책은 꼬여만 갈 것이다. 정부가 대입제도에 관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이자 원칙이기 때문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대학입학 전형은 고등학교와 대학이 알아서 할 일이다.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을 잘 가르쳐서 대학에 보내고, 대학은 고등학교의 평가자료를 믿고 원하는 학생을 뽑아가는 것이다. 정부도 할 일은 있다. 보통교육은 정부의 책무이므로 모든 학생이 정부가 정한 12년간의 교육과정을 제대로 이수했는지 확인하고 검증하는 최소한의 평가는 실시해야 한다. 수학능력은 대학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대학에서는 이론적 수학능력이 절대로 필요한가 하면 또 어떤 대학에서는 실무적 능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일률적으로 등수든 등급이든 우열을 가리는 평가를 시행하면서 대학의 서열화나 한 줄 세우기를 막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등학교도 답해야 할 것이 있다. 고등학교는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쳤는지, 학생이 어떤 능력을 습득했는지, 성실한지 정직한지, 어떤 특성과 어디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어떤 과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는지, 그래서 어떤 전공 분야에 수학능력이 있고 어느 수준인지 가장 잘 안다. 지금의 고등학교 학생평가 자료를 대학이 믿고 선발해도 사회적 설득력이 있는지 답해야 한다. 대학은 고교등급제 실시 의혹을 받는 자체부터 잘못됐다. 대학은 학생 선발에 관한 모든 기준과 방법을 사회에 명확히 밝히고 ‘그대로’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 정부의 규제가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대학의 어려움도 이해되지만 대학별로 다양한 선발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 대학별 입학전형 전문 행정인력 양성도 시급하다. 관련 부서도 확대 개편해야 한다. 정부도 답할 것이 있다. 고교간 학력차를 줄이고자 하는 정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있다면 그 성과는 무엇인지,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의 비(非)교과 영역 서술 내용이나 내신 성적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본고사’ 금지 조항은 어떤 성과를 얻었는지, 대학별로 실시하고 있는 논술이나 구술 면접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외국의 경우 논술이나 구술 면접 방식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사례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함은 물론이다. 분명한 것은 교사(teacher)는 가르치는 사람이고, 가르치고 배우는 매개는 ‘지식’이다. 인성교육이 참선이나 명상과 다른 것은 다양한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인성을 갈고 닦는다는 점이다.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은 반대의 개념이 아니라 통합의 개념이며,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높이 평가받는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사실이 대학입시에도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 학생선발권은 대학의 권한이고 고등학교의 학생평가 자료는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이뤄지는 모든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지원하는 일이 정부 본래의, 그리고 고유의 업무임을 분명히해야 한다. 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육학 교수 / 시민회의 운영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9. 24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