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의 바른 방향 - 박성조
	2002-07-12
공기업 민영화`의 바른 방향 자본주의 국가에서 군수산업과 같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나 철강·전력·가스 등 거대자본 투자가 요구되는 업종은 정부가 직접 경영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러한 공기업도 일정한 발전단계에 도달하거나 세계화 과정에서는 민영화가 필수적이다. 민영화를 지연시킬 경우 정부의 낙하산 인사, 경영진과 노조간의 타협, 조직의 관료화 등 공기업 자체가 갖고 있는 비효율성으로 인해 국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외환 위기가 극복되고 선진국으로 진입해 가는 한국 경제에 공기업 민영화가 경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외환 위기 당시 공기업 민영화를 검토한 것은 공기업의 지분을 매각해 들어오는 자금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정부의 부채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의도였겠지만, 경영 비효율성의 대명사인 공기업을 민영화하여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의지도 내포되어 있었을 것이다. 우리 나라 민영화의 선두주자는 포철(포스코)이었다. 민영화 후에도 경영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 성공 모델로 자주 거론된다. 포스코 다음으로 KT(한국통신)가 민영화의 길을 밟았으나 논란이 분분했다. 이러한 논란이 발생하게 된 근본원인은 민영화 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무리하게 민영화 일정을 잡아 이를 추진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민영화로 인해 국가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현재 진행되는 공기업 민영화 방식에 문제점은 없는지 등 민영화 전반에 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 반드시 다음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제대로 주인을 찾아주는 민영화가 필요하다. 정부 관료, 노조, 채권단, 인수 기업들의 역학관계 등을 고려해 어정쩡한 민영화를 하게 되면 부작용만 발생하게 된다.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요구로 인해 경영권이 불안하게 되어서는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 필자는 주인을 찾아주지도 않은 민영화를 하면서, 그것도 특정 투자자가 기업이 ‘몇% 이상의 지분취득은 불가하다’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식은 민영화의 의지를 의심케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특정 대주주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겠다는 등의 발상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둘째, 경영 능력이 있는 기업에 경영권을 넘기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 인력, 자본, 경영 노하우, 글로벌화 속에서의 경영능력 등 여러가지 경영요소가 필요하다. 이들 경영요소가 갖춰지지 않은 기업에 공기업을 넘긴다는 것은 국가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동유럽권이 자본주의화하면서 수많은 국영기업이 서유럽 기업에 넘어갔다. 이들 기업 중에는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실패한 기업도 많다. 삼성이 옛 동독 국영기업을 인수한 예가 전자에 속한다면 대우의 폴란드 FSO 인수는 후자에 속한다.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을 정상화시키지 못할 경우 그 파급효과는 해당 기업의 국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셋째, 독과점 문제에도 대비해야 한다. 공기업의 경우 대부분 해당 분야에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공기업 대부분이 내수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단지 공기업이기 때문에 독과점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민영화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업체간 경쟁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만족도의 감소는 물론, 기술개발 지체 등으로 결국은 세계적 플레이어와의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선진국으로 전환하려는 한국 경제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다. 주인 없는 민영화를 해야 해당 부처 관료들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고, 노동단체 및 시민단체로부터의 공격도 피할 수 있다는 등의 단기적이고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경제력 집중이 우려되어 특정 기업에 넘길 수 없다’는 등의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에서 벗어나 과연 어느 기업이 인수하는 것이 피인수 기업을 세계적인 플레이어로 육성시킬 수 있으며, 소비자에게 만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지 등 국민경제 전체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박성조 (자유베를린대 경제학 교수 / 시민회의 고문) 출처 - 문화일보 2002. 7. 11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