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항공人材’를 보내며 - 김경민
	2004-08-30
두 ‘항공人材’를 보내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중인 소형 항공기 ‘보라호’의 시험비행중 추락사고로 인해 개발에 참여했던 한국항공대 황명신·은희봉 두 교수가 목숨을 잃었의 영결식이 30일 오전에 거행됐다. 모든 항공기 개발이 그렇듯 시험비행을 해야 하는데, 생명의 위험을 무릅쓴 두 교수의 귀중한 희생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에 추락한 보라호는 4 인승 소형 항공기로 앞으로 세계 소형 항공기 시장을 겨냥한 야심찬 항공기 개발 사업의 성과물이었다. 서구 시장의 공략을 위해 항공기의 이름도 올림픽이 열렸던 그리스 어로 아드리아 북쪽 해안에 부는 한랭건조한 북풍(北風)이란 뜻의 보라(Bora)로 명명할 만큼 선구적인 실험을 마다하지 않은 항공기 사업이다. 이 항공기는 동급 항공기로서는 세계 최초로 전진익(前進翼)을 적용한 실용화 수준의 비행 시제기다. 전진익이라 함은 비행기 날개를 동체 앞쪽에 위치하게 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비행사의 조종 능력이 향상되어 훈련기로는 안성맞춤이다. 이 기술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항공 선진국에서도 동급 항공기에는 개념상으로만 검토중인 것으로, 개발이 완료되고 실용화되면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수출 전망도 대단히 밝다. 이 항공기가 실용화될 경우 연간 약 20대의 판매를 예상하지만 미국과의 상호항공안전협정(BASA)을 체결하게 될 경우 연간 약 150대의 추가 판매도 가능해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다. 기술적으로 괄목할 만한 일은 100% 국산 복합재료를 사용해 중대형 항공기에 부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복합재료를 항공기의 모든 구조물에 적용할 수 있음을 국내의 자생적 설계기술로 입증했다는 점이다. 복합재료분야는 항공기의 내구성을 높이고 무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항공기 제조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첨단 소재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주도한 연합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일본의 제로 전투기가 기동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꼬리 날개 부분에 섬유 소재를 처음 적용하면서 복합재료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복합재료로 주 날개를 제작하게 되면 한꺼번에 주날개를 찍어낼 수 있는 복합 일체 성형이 가능하다. 복합재료에 의한 주 날개 복합 일체 성형 기술은 미국의 차기 전투기 F22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의 소형 항공기 개발 사업은 1982년부터 5년 동안 ‘창공 91’로 이름 붙여진 다목적 소형 항공기 개발 사업과 100% 복합재료를 이용한 쌍발 복합재 항공기를 개발하여, 1997년 시험비행에 성공함으로써 기술 축적을 꾸준히 해 왔다. 항공산업은 첨단 기술이 총동원돼야 하는 기술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선진국은 우주항공산업을 국가가 주도하여 육성해 나가고 있다. 나라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해외에서의 기술경쟁은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세계시장에서 살아 남는 일은 첨단기술을 연마하고 접목할 수 있는 연구·개발과 시장 개척 외에 별다른 방도가 없다. 차세대 제조산업이라 할 수 있는 우주항공산업은 개발 기간이 긴데다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상당한 인내와 지속적인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 그 열매를 기대하기 어려운 산업이다. 뿐만 아니라 방대한 국가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견실한 국가 의지를 갖지 않고는 위축되기 쉽다. 우주항공산업을 먼저 일으켰던 선진국의 경우에도 여러 차례의 실패를 극복하면서 항공산업을 발전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이번 사고를 거울 삼아 안전 조치에 더욱 만전을 기하는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두 항공 인재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항공산업을 한층 발전시켜 나가는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두 분의 명복을 빈다. 김경민 (한양대 교수·국제정치학 / 시민회의 정책위원) 출처 - 문화일보 2004. 8. 30 포럼